"네가 왜 거기서 나와?" 런웨이 점령한 협업 풋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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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SS27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에서 유난히 발끝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스니커즈는 물론 샌들, 부츠, 플립플롭까지. 이번 시즌의 협업 풋웨어는 단순한 스타일링 아이템을 넘어, 브랜드의 태도와 방향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됐다. 익숙한 스포츠·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실루엣은 하이패션의 손을 거치며 더 낯설고, 더 흥미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났다.
낡은 듯 새롭다, CELINE x Reebok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 데뷔 컬렉션에서 가장 의외의 장면은 발끝에서 시작됐다. 셀린느가 첫 스니커즈 협업 상대로 선택한 건 리복, 그중에서도 1980년대 여성 피트니스 슈즈로 사랑받은 '프리스타일'이다. 로우톱 실루엣은 그대로 두고, 레더 어퍼에는 일부러 닳고 묻은 듯한 흔적을 더했다. 말끔한 새 운동화보다 오래 신은 빈티지 스니커즈에 가까운 인상. 블랙 팬츠, 화이트 셋업, 브라운 레더 룩 사이를 오간 이 신발은 셀린느의 클래식한 무드에 리복의 스포츠 아카이브를 슬쩍 끼워 넣는다. 런웨이에는 세 가지 컬러가 등장했으며, 총 여섯 가지 컬러웨이가 2026년 9월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기능을 한 겹의 베일로 두른, ISSEY MIYAKE x ASICS


이세이 미야케와 아식스의 협업은 신발이 일상 속 움직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서 출발한다. ISSEY MIYAKE FOOT의 두 번째 모델 'SORTIE VEILED'는 1980년대 아식스 마라톤화 'SORTIE' 시리즈에서 출발했지만, 레트로 러닝화의 복각에 머물지 않는다. 보강 파츠와 기능적 구조를 하나의 패브릭 레이어 안에 감추고, 베일을 두른 듯 매끈한 표정만 남겼다. 낮게 흐르는 실루엣과 차분한 모노크롬 컬러는 이세이 미야케 특유의 유동적인 옷선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기능은 조용히 숨고, 움직임은 발끝에서 이어진다.
세 줄이 어둠을 입다, Rick Owens x adidas


릭 오웬스와 아디다스의 재회는 이번 시즌 가장 강렬한 발끝 중 하나였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졌던 협업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만난 두 브랜드는, 아디다스의 스포츠웨어를 릭 오웬스 특유의 어둡고 기묘한 실루엣 안으로 끌어들였다. 런웨이에 오른 스니커즈는 낮고 가벼운 운동화보다, 발목을 감싸는 부츠에 가까운 형태다. 주름진 블랙 어퍼 위로 흰 쓰리 스트라이프가 크게 지나가고, 바닥에는 스프링처럼 분절된 솔이 더해져 기능적인 신발마저 하나의 조형물처럼 보인다. 젖은 듯한 블랙 레더 룩과 짧은 팬츠 아래 놓이자, 스포츠의 속도감보다 릭 오웬스식 긴장감이 먼저 남는다.
편안함을 다시 조립하다, sacai x Birkenstock


사카이와 버켄스탁의 만남은 익숙한 샌들을 한 번 해체하고, 다시 신기는 방식에 가깝다. 이번 협업은 버켄스탁의 대표 모델인 마드리드, 아리조나, 보스턴의 요소를 섞어 'Aoyama 107'과 'Cassette 75' 두 가지 실루엣으로 완성됐다. 큼직한 버클과 겹쳐진 스트랩, 클로그를 닮은 볼륨은 분명 편안해 보이지만 어딘가 낯설다. 양말과 함께 매치된 블랙과 토프 컬러의 샌들은 더 이상 휴양지의 편한 신발에 머물지 않는다. 익숙해서 더 새롭고, 편해서 더 대담한 버켄스탁의 변주. 컬렉션은 2027년 봄 글로벌 출시 예정이다.
부드러운 어그가 거칠어진 순간, Willy Chavarria x UGG


어그의 포근한 이미지는 윌리 차바리아를 만나 한층 묵직해졌다. 런웨이에 오른 협업 모델은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묵직한 부츠와 둥근 앞코의 슬리퍼로, 어그 특유의 포근함 위에 바이커 무드를 얹었다. 패딩처럼 분절된 부츠의 샤프트, 두툼한 아웃솔, 발등에 새겨진 로고 디테일은 컴포트 슈즈를 한층 강한 인상으로 바꾼다. 쇼츠와 오픈 셔츠, 흰 양말과 함께 매치된 어그는 더 이상 겨울용 홈 슈즈에 머물지 않는다. 부드럽지만 만만하지 않은, 윌리 차바리아식 컴포트의 얼굴. 컬렉션은 2026년 가을 출시 예정이다.
작은 틈으로 달라진 플립플롭, P. Andrade x Havaianas


브라질 브랜드 P. 안드라데는 하바이아나스의 가장 익숙한 플립플롭에 아주 작은 변화를 줬다. 협업 모델 'Top Cut'은 클래식한 고무 플립플롭의 형태를 유지하되, 앞부분을 타비처럼 가른 스플릿 토 실루엣으로 완성됐다. 일본 조리 샌들에서 출발한 하바이아나스의 기원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디테일이다. 베이지와 블랙, 단 두 가지 컬러로 등장한 이 신발은 장식을 덜어낸 만큼 실루엣의 변화가 더 또렷하게 보인다. 컬렉션은 2027년 1월 한정판으로 일부 글로벌 매장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물론 이번 시즌의 협업 슈즈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Kiko Kostadinov x Crocs는 크록스의 편안함을 한층 정돈된 테크니컬 슈즈로 바꿨고, Hed Mayner x Aro는 레트로 스니커즈를 헤드 메이너 특유의 느슨한 테일러링 아래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다. Soshiotsuki x ASICS, Kenzo x Converse, Magliano x Diadora 같은 협업도 함께 눈에 띄었다. 이번 시즌 협업 슈즈가 흥미로운 건 하나의 유행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끝에 놓인 신발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브랜드가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디지털 어시스턴트 김나희
사진 catwalkpictures 및 브랜드 인스타그램
김나희 tjdduf09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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