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과 숫자의 시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txt]

‘좋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월급 받으면’(허블)이라는 제목이 확 끌렸습니다. 6월 한달 회사 업무도 많았는데 집안일도 겹쳐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잠시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이 책은 게임 업계에서 테크니컬 아티스트·버추얼 디자이너를 하고 있는 박선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박 작가는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소설 속 배경은 근미래의 어느 게임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집중도, 피로도, 업무 성과까지 데이터화하는 ‘BCI 기록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주인공 진하는 2년차 직원인데, 끊임없이 측정되는 집중도와 성과에 맞춰 일에 매진합니다. 쉴 틈 없이 일만 하는 팀에서 한명씩 한명씩 동료들이 이직하고, 남은 업무까지 진하가 맡습니다. 그러다 결국 그 팀은 해체되고 진하는 다른 팀으로 가게 되죠. 새로 가게 된 팀은 ‘BCI 기록 시스템’조차 도입되지 않은, 회사 안에서도 ‘게토’처럼 여겨지는, 40년 전 출시된 게임 ‘황금의 나라’ 팀입니다. 이 팀엔 ‘황금의 나라’를 개발한 태경과 컬러링북 색칠하기를 좋아하는 규영, 단 둘뿐이죠. 태경과 규영은 오랜만에 들어온 신입 진하를 환영하면서 신나게 놀 궁리만 합니다. 효율성과 숫자에 집착하며 회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순응하던 진하는 태경과 규영을 만나 다른 세계를 경험합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누고, 게임 속 세상에서 동료들과 함께 놀며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죠. 어찌 보면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놀이를 연상시키는 세 사람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펼치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잔잔한 위로도 얻었습니다.
우리 삶에서 ‘놀이’와 ‘관계’, ‘웃음’을 잃어버린다면, 성취나 성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책을 덮은 뒤에도 마음의 여진이 남았습니다. 이번주 섹션 제작을 마치고 일주일간 휴가를 갑니다. 잘 놀고, 많이 웃고, 푹 쉬고 돌아오겠습니다.
양선아 텍스트팀장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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