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은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어 [.txt]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가, 감탄사를 뱉는다. 고개를 주억거렸다가, 미소를 짓는다. 또르르,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친다.
한권의 책이 많은 반응을 동시다발적으로 유발한다. 작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두 발로 설 때까지, 오로지 그 작은 사람 하나를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 쓰는 사람의 ‘10년 관찰기’가 세상에 나왔다. 귀하다. 그림 하나, 장면 하나가 한장에 배치된 그림일기 형식이니 단순하기 짝이 없지만, 한장도 허투루 넘겨지지 않는다.
‘연이 이야기: 엄마 소복이의 그림일기’는 그림책 작가 소복이가 아이 연이를 키우면서 그림으로 기록한 육아일기다. 연이가 두세살 때인 2016년 10월 무렵부터 2024년 12월까지, 295컷의 연이 이야기와 18편의 엄마 이야기가 담겼다. 그림일기에는 엄마의 소회가 없다. 그저 단순하지만 특별한 연이와의 한순간이 소개되는데, 남의 집 아이 성장기가 이렇게 귀엽고 감동적일 수가 없다.
엄마보다 먼저 일어나 엄마를 보며 웃고 있는 연이(2017년 2월), 차려입은 엄마더러 “곤주님(공주님) 같다”고 칭찬하고, 엄마의 머리도 말려 주는 연이(2018년 2~3월), “손에 햇빛이 많이 묻었다”며 엄마의 뺨을 햇빛 묻은 손으로 어루만져 주는 연이(2018년 3월)의 이야기를 읽는다. 그러다 “엄마가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잖아!”라고 외치는 열살 연이(2024년 2월)의 이야기에 이르면 어쩐지 ‘랜선 이모’마저 쓸쓸해진다.

연이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넘기다 보면, 결국 보이는 것은 그 작은 사람을 키워낸 엄마의 마음이다. 그림일기는 1~2년 간격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장의 끝에는 엄마의 성장담이 수필 형식으로 기록돼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옆에 아기가 누워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엉엉 울었다”던 엄마는 연이와 함께 ‘엄마’로서 자라난다. 아이와 싸운 뒤 화해하는 법을 배우고, 세 아이의 엄마인 ‘우리 엄마’의 마음을 알아간다.
“아기를 돌보는 것은 사랑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작가는 책 끝에서 이렇게 돌아본다. 많은 엄마가 그러하듯 작가도 “나는 망했다”는 생각으로 숱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날들에도 사랑은 쌓이고 있었다는 걸, 이 두터운 일기가 증명한다. 오늘도 분투하는 부모들에게, 그리고 엄마·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배워가는 아이들에게, 두루 따뜻한 책이 될 것 같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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