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3세에도 건재한 악동… “내 음악은 세계 공통어”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
밴드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가 1962년 런던 마키 클럽에서 지글거리는 기타 소리를 처음 꺼낼 당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의 음악이 20세기를 넘어 21세기 대중의 귓속까지 굴러올 것이란 사실을. 롤링스톤스(보컬 믹 재거·기타 키스 리처즈·기타 로니 우드)가 10일 25번째 정규 앨범 ‘포린 텅스’(Foreign Tongues)를 발매한다. 전작 ‘해크니 다이아몬즈’(Hackney Diamonds) 이후 3년 만의 신보다.

밴드는 발매 전 세계 각국의 주요 평단과 언론사를 대상으로 사전 청음을 진행했고, 프런트맨 믹 재거(83)는 직접 앨범을 이야기하는 줌 인터뷰에 나섰다. 국내에선 본지만 참석했다. ‘절대 유출 금지’(Confidential) 딱지가 붙은 총 14곡 음원에서 진하게 풍겨온 것은 롤링스톤스의 원형으로 꼽히는 블루스 기반 로큰롤의 내음이었다. 그렇다고 노년의 기념비에 그쳐 있는 앨범은 아니다. 지지직거리는 펑크(punk)풍 기타 사이로 ‘광기 어린 거물 재벌 머스크 씨’(mad mogul Mr Musk)란 가사를 내뱉는 ‘미스터 참’(Mr Charm)을 비롯해, 전쟁과 독재, 거대 자본 등 동시대의 불안을 향한 롤링스톤스 특유의 시선이 여러 곡에서 번뜩였다. 1960년대 비틀스의 라이벌로 비견된 ‘악동’이자, 단정하게 목까지 채운 와이셔츠 단추를 저절로 풀어헤치게 만들던 밴드 특유의 건들거림은 여전히 64년째 새로운 소리를 직조하고 있었다.
청음 직후인 지난 1일, 런던에서 줌 인터뷰에 응한 믹 재거는 이번 앨범의 표제 ‘포린 텅스’가 “앨범의 첫 곡 ‘러프 앤드 트위스티드’의 ‘온갖 외국어(foreign tongues)들을 가르쳐줘’란 가사에서 따온 것”이라고 했다. 제목은 롤링스톤스가 1971년 앨범 ‘스티키 핑거스’(Sticky Fingers)부터 사용해온 대표 로고이자, 현재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혀와 입술’로 통하는 밴드의 상징 로고를 떠올리게 한다. 믹은 “앨범 제목 후보를 굉장히 많이 써뒀고, 상당수는 신곡 가사에서 따온 것이었지만 좀처럼 멤버들이 합의하지 못했다”며 “그러던 중 이 단어를 골라잡았다. ‘혀’는 롤링스톤스의 상징과도 잘 맞고, 이 음반이 전 세계 모든 나라로 나간다는 의미와도 통했다. (멤버) 모두가 좋아해서 기뻤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 실린 단 두 곡의 커버곡에 대해 영미권 평단에선 “영국에서 출발한 밴드의 뿌리를 되짚는 선곡”이란 반응이 나왔다. 하나는 영국이 낳은 불세출의 보컬이자 요절한 천재로 불린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유 노 아임 노 굿’(You Know I’m No Good)이고, 다른 하나는 롤링스톤스가 자신들의 출발점으로 꼽아온 미국 로큰롤 거장 척 베리의 ‘뷰티풀 딜라일라’다. 뷰티풀 딜라일라는 특히 앨범 끝 곡으로 배치됐다. 신곡으로 현재의 롤링스톤스를 들려준 뒤, 마지막에는 자신들이 영국 청년 밴드의 언어로 재해석한 미국 블루스와 로큰롤의 원류로 되돌아간 셈이다.
믹은 인터뷰 중 자신들이 ‘런던 지역 밴드’에서 ‘글로벌 밴드’로 성장한 여정에 대해 “음악이란 늘 국제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우리 사이의 장벽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0년간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크고 대중적인 음악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이제는 한국 음악도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며 “푸에르토리코 출신 배드 버니가 런던이나 파리에서 큰 인기를 얻는 식이다. 사람들이 스페인어나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음악 자체는 어떤 방식으로든 공유되고 전달된다”고 했다. “음악의 세계, 문화의 세계, 영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데 여권(Passport)은 필요 없어요. 그냥 그 일부가 되는 것뿐이죠.”

롤링스톤스는 신곡 중 ‘인 더 스타스’(In the stars)를 지난 5월 뮤직비디오로 선공개하면서 딥페이크 기술로 젊어지게 만든 자신들의 얼굴을 선보였다. 다만 몸은 멤버들의 현재 모습 그대로다. 노래와 연주에는 농익은 60년 세월을 담으면서, 얼굴만큼은 청춘의 싱그러움으로 변주한 것이다. 믹은 “10년 전쯤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에서 이 기술을 보고 늘 한번 써보고 싶었다”며 “다만 정말로 ‘나’ 같아 보이도록 계속 고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기타) 멤버 로니의 얼굴이 특히 다른 사람 같았다. 내가 아는 다른 기타리스트, 지금은 세상을 떠난 제프 벡 같아 보여서 이걸 바로잡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재밌는 작업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번 앨범에는 2021년 별세한 원년 드러머 찰리 와츠의 생전 연주가 삽입(노래 ‘Hit me in the head’)된 가운데 스티브 윈우드(‘Jealous lover’), 로버트 스미스(‘Divine Intervention’), 브루노 마스(‘Never Wanna Lose you’), 채드 스미스(‘Beautiful Delilah’) 등 쟁쟁한 스타들이 참여했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특히 롤링스톤스의 전작에 이어 이번 신보까지 두 번째 협업에 나섰고, 노래 ‘커버드 인’에서 베이스를 쳤다. 과거에는 당대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폴이 이제는 앨범 동료가 된 것이다.
믹은 “(‘커버드 인’은) 멜로디적 요소와 랩이 섞인 느낌이 강했고, 베이스 연주도 다른 종류의 접근이 필요했다. 폴은 그걸 정말 잘해냈고, 그가 함께해 줘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는 폴과의 녹음 당시를 떠올리며 “그가 얼마나 빨리 밴드에 녹아들었는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베이스를 연결하자마자 마치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처럼 바로 우리 밴드 안에 들어왔고, 그대로 연주가 시작됐다. 아주 편안했고, 친근했고, 쉬웠다”고 회상했다.
밴드가 처음 결성될 당시 믹은 19세였다. 이후 반세기 넘도록 팔딱거리는 창작력을 유지한 비결은 무엇일까. 믹은 “첫 녹음 4주 동안의 에너지”를 꼽았다. 그는 “이런 종류의 음악을 만들려면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발라드조차 에너지가 없으면 지치고 지루하게 들린다”고 했다. 믹은 “내가 (보컬만은 따로) 재녹음하더라도 다 같이 연주를 맞추는 4주의 녹음 동안에는 방 안 모두가 높은 에너지 지점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며 “작업을 오래 끌지 않는 게 좋다. 지루해질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막바지에 한국 팬을 열광케 할 록스타의 한마디도 남겼다. “밴드를 데리고 얼른 투어를 하고 싶어요. 아직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없기에 한국에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어쩌면 내년에.(maybe next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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