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가 주목했다, 젊은 이 시인들
등단 10년이하 ‘1990~2000년대생’
시선집 ‘햇생강이 나오면’ 펴내
개성 뚜렷해 읽는 즐거움 선사

출판사 창비는 지난달 30일 문학계간지 ‘창작과비평’의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등단 10년 이하 주목할 만한 시인들의 작품을 엮은 시선집 ‘햇생강이 나오면’을 펴냈다. 한국 시단의 젊은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내자는 취지다.
수록된 시는 문학평론가 송종원과 한국 시단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시인 박준, 안희연, 황인찬이 선정했다. 엮은이들은 각 시인의 작품 뒤에 비평과 감상을 담은 짧은 산문을 덧붙였다. 김보나, 유선혜, 임유영 등 시인 23명의 대표 작품이 두 편씩 수록됐는데, 대다수는 1990∼2000년대생이다.
수록작들은 동시대 젊은 시인의 언어를 통해 사회에 대한 선명한 문제의식과 일, 몸, 시간, 관계 등의 주제를 폭넓게 다룬다.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폭등으로 알뜰주유소에 몰린 차들을 보면서 포탄 속에 놓인 먼 나라 아이들의 고통에 함께 신음하기도 하고, 고단한 지하철 출근길에 시달리는 K-직장인의 애환을 재치 있게 그려내기도 한다.
“밤중 무더기로 포탄이 쏟아지면 잠깐 형태를 드러내는 빛의 윤곽처럼/웃는 얼굴에 푹 파이는 보조개를 습격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안간힘을 다해 떨어지는 깃털도 있겠지요/이렇게도 넓어지면서”(김진선 ‘로켓과 깃털’)
젊은 시인들의 시는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 읽는 즐거움을 준다. 몸에 생긴 근종을 두고 “어이, 근종/나다 김보나”(김보나 ‘김근종’)라며 엉뚱한 유머와 발칙한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면 “어쩌면 앞으로 실수로 개미 한마리도 밟지 않을 수 있고/누구에게도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그런 푹신한 행복 속에서 저는 여러 번 죽습니다”(강우근 ‘개미 한마리를 실수로 밟을 뻔한 날’)처럼 한없이 여리고 섬세한 마음을 포착한 작품도 있다.
송종원 문학평론가는 기획의 말에서 “창비 60주년이란 묵직한 나이테를 앞에 두고 산뜻한 발걸음으로 내일을 향한 창문을 활짝 열어 보기로 했다”며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감각적이고 도발적인 시어들을 펼쳐 보이는 일이 한국 문학의 찬란한 역사를 기념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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