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초기엔 헬기, 야간 대응은 드론… 공중 진화 전력 넓힌다

원주=김태영 기자 2026. 7. 1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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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넥스트, 숲이 해법이다 〈6〉 기후위기 시대, 달라진 산불 대응
10건 중 7건 이상 헬기로 진화… 대형헬기 S-64, 주불 진화 핵심 전력
신고 후 30분, 헬기가 잡는 골든타임… 야간 진화는 안전-기상 제약 커
잠복연소 막으려면 밤에도 대응 필요… 드론-고정익으로 공중 진화 역할 분산
9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 13개 산림항공본부는 총 50대의 산림 헬기를 배치,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에서 가장 큰 산불 진화 헬기인 S-64 기종으로 담수량은 8000L다. 산림청 제공
“헬기 진입 5분 전입니다. 산불 위치 확인했고, 물 3500L 방수합니다.”

1일 오후 9시 반경 경기 여주시 강천면 강천리 일대. 사방이 캄캄한 모래톱 위로 시뻘건 불길 다섯 곳이 솟구쳤다. 2m 간격으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던 불길은 강바람을 맞고 기세가 올랐다. 잠시 뒤 동체 양 끝에 빨간색과 초록색 항법등을 깜박이며 거대한 헬기(S-64)가 나타났다. 아파트 9층 높이와 맞먹는 27m 길이 헬기는 지상 40∼50m 높이까지 낮게 내려오더니 불길을 향해 물을 뿌리고 곧바로 솟아 올랐다. 헬기 아래 물탱크 문이 세로로 열리자 물줄기가 커튼처럼 쏟아졌다. 불길은 삽시간에 꺼졌고 약 2500㎡(750여 평) 넓이의 모래톱이 물에 젖었다.

●지난해 산불 75% 헬기로 초기 진화

이날 산림청 산림항공본부는 야간산불 진화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는 국내 최대 산불 진화 헬기인 S-64 기종 1대가 투입됐다. 2002년 처음 실전 배치된 이 헬기는 미국에서 제작됐고, 한 번에 물 8000L를 담아 뿌릴 수 있다. 자체 급수관(스노클)을 통해 45초 만에 물탱크를 가득 채운다. 체공 시간은 2시간 반가량이다.

현재 S-64 헬기는 국내에는 총 7대가 있다. 일반 중형 헬기보다 훨씬 많은 물을 한 번에 뿌릴 수 있어 대형 산불의 주불 진화와 방어선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한다. 2019년 강원 고성 산불, 2022년 경북 울진-삼척 산불, 10만 ha가 넘게 탄 2025년 영남권 산불 등 대형 산불 현장에 투입돼 주불을 잡았다.

산림청 소속 13개 산림항공본부는 총 50대의 산림 헬기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담수량 5000L 이상 대형 헬기는 S-64(7대), CH-47D 시누크(1대), 1000∼4999L 중형 헬기 32대, 1000L 미만 소형 10대다. 이 밖에 지자체 헬기 86대, 임차 5대, 군 143대도 산불에 투입될 수 있다.

산불 피해를 줄이려면 발생 초기부터 불의 세기를 압도할 수 있는 진화 인력과 장비가 충분히 투입돼야 한다. 산불 진화의 결정적인 시간(골든타임)은 신고 후 30분 안에 산림 진화 헬기가 현장에 도착해 진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헬기 진화는 불을 끄는 것뿐 아니라 산불의 기세를 낮춰 확산을 막는 데도 중요하다. 정성철 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박사는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고 산의 경사가 급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 다수다”라며 “헬기는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을 뿌릴 수 있어 산불 확산 속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산불 459건 가운데 약 75%는 헬기가 초기 진화에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산림청 항공 진화 효과 분석 연구에서도 항공 물 투하가 지상 진화와 연계될 경우 산불 진화율이 약 7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밤새 남은 불씨, 초대형 산불로 번질 위험

그런데 헬기는 산불 진화 국면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꼽히지만, 야간에는 운용에 제약이 많다. 밤에는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져 불이 약해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낙엽층 아래에 불씨가 남아 타는 이른바 ‘잠복연소’가 이어질 수 있다. 밤사이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 다음 날 기온 상승과 강풍을 만나 재발화하면서 초대형 산불로 번질 위험이 커진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진화 헬기 50대 가운데 밤에도 불을 끌 수 있는 야간투시장비(Night Vision Goggles)를 갖춰 밤에도 진화에 투입될 수 있는 헬기는 총 8대다. S-64 4대, 시누크 1대, 수리온 3대다.

국토부 회전익항공기를 위한 운항 기술 기준에 따르면 조종사가 야간 산불 진화 임무를 수행하려면 항공법령에서 정한 계기비행증명을 받아야 한다. 또 초기 교육(지상학 8시간, 비행 실습 6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이후에도 90일에 1회 이상 비행하고, 6개월 동안 6회 이상, 총 6시간 넘는 계기비행 접근 경험을 유지해야 한다. 계기비행은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 대비해 외부가 아닌 항공기 기기(계기)를 보고 운항하는 방식이다.

●야간 산불엔 한계…드론·고정익으로 역할 나눠야

야간 비행은 풍속, 시야 확보 등 운항 기준도 주간보다 엄격하다. 무리하게 이륙했다가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와 2차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항공본부 야간 산불 진화 지침에 따르면 야간 비행은 평균 풍속이 초속 10m 이내, 가시거리가 5km 이상, 지면에서 구름까지 높이가 600m 이상일 때 가능하다. 주간 정찰을 하지 않은 경우 야간 산불 진화 비행은 금지된다. 민수환 산림항공본부 기장은 “밤에는 미세한 빛을 증폭시키는 야간 투시경을 보며 운행하는데, 주간보다 시야가 크게 제한된다”며 “작은 요소 하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베테랑 기장도 야간 비행 때는 긴장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드론 등 보완 전력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안 중 하나로 꼽히는 장비가 250kg급 대형 산불진화드론이다. 이 드론에는 최대 80kg의 소화약제를 탑재하고 압축 에어로졸 방식으로 화점에 직접 소화약제를 살포하는 기술을 적용한다.

다만 대형 진화용 드론은 항공안전법상 무인항공기로 분류돼 비행 7일 전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야간 비행도 제한된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는 상반기 기획형 규제샌드박스 2차 과제로 대형 산불 초기 긴급 대응을 위한 군집 드론 운용 실증 과제를 선정했다. 특례를 통해 현장 실증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야간산불 진화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기연 산불학회장은 “현재 헬기에 집중된 항공 산불 진화 역할을 분산해야 한다”며 “기상 제한과 적은 담수량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고정익 복합 운용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주=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원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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