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록 “쇼팽 콩쿠르 현장 온 느낌 선물”
내달 8일 부산콘서트홀서 열려
쇼팽 작품으로 전곡 구성해 연주
“사람들 마음 위로받을 수 있길”

‘치유의 피아니스트’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최형록은 다음 달 8일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열리는 ‘피아노의 숲 피아노 콘서트’를 앞두고 이렇게 다짐했다. ‘피아노의 숲’은 숲속에 버려진 피아노를 치며 자란 소년 이치노세 카이가 피아니스트로 성장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이다. 2021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콩쿠르 2라운드까지 진출해 깊은 인상을 남긴 최형록은 이번 무대에서 만화 속 카이가 현실로 걸어 나온 듯한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 콘서트는 올 2월 서울 공연이 매진되면서 전국 투어로 확장됐다. 부산에 이어 10월 대구, 12월 서울 공연까지 세 차례 더 열린다. 2월 공연이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애니메이션 초반부에 등장하는 곡들을 폭넓게 다뤘다면, 이번 무대는 작품 후반부의 핵심 서사인 쇼팽 콩쿠르에 초점을 맞춰 전곡을 쇼팽 작품으로 구성했다.
프로그램은 일명 ‘강아지 왈츠’가 포함된 왈츠 Op.64로 시작해 스케르초 3번, 발라드 2번, ‘빗방울 전주곡’으로 알려진 프렐류드 15번, 마주르카 등으로 실제 쇼팽 콩쿠르를 연상하도록 구성됐다. 6일 만난 최형록은 “후반부로 갈수록 밀도 높고 음악성을 요하는 곡들을 배치해 쇼팽의 음악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형록에게도 쇼팽 콩쿠르는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19년 일본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우승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그는 2021년 쇼팽 콩쿠르에 도전했다. 입상엔 이르지 못했지만, 유튜브로 생중계된 따뜻하고 서정적인 연주가 회자되며 국내 팬층이 크게 늘었다. 그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무대에서 내가 얼마만큼 음악에 충실했느냐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처음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라고 했다.
공연을 위해 ‘피아노의 숲’을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정주행한 것도 연주자로서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최형록은 “카이가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모습은 많은 연주자의 어린 시절을 비추는 것 같다”며 “누구나 음악 자체가 너무 좋아서 시작한 순간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서울대 음대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석사 과정을 거쳐 지난해 독일 뮌스터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최근 국내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올 5월엔 슈만의 ‘숲의 정경’, 라벨의 ‘거울’ 등 회화적 요소가 있는 작품들을 엮은 리사이틀 ‘벨베데레’를 직접 기획했다. 최형록은 “포스터 디자인부터 대관까지 맡았는데, 힘들었지만 연주만 할 때와는 또 다른 성취감이 있었다”고 한다.
‘치유의 피아니스트’란 수식어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하다”며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위로하려 한다기보다는 음악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에 집중한다”고 했다.
“관객에게 편안하고 친숙한 피아니스트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 연주를 들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쉬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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