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는 생각도 안 했다" 베트남 '전국 수석'이 카이스트 택한 이유
“한국 기술력과 기업 생태계에 매력 느껴”

“의대는 제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라서…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베트남 고교졸업시험 이과계열(수학·물리·영어) 전국 수석인 호앙 흐엉 지앙(18)은 ‘의대에 진학할 생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렇게 답했다.의대는 애초 선택지조차 아니었다는 얘기다.
지앙은 고교졸업시험 이과 수석은 물론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1,600점 만점에 IELTS 8.0 최상위 성적을 취득한 수재다. 그가 택한 곳은 의대도, 미국 명문대도 아닌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컴퓨터공학과다. 그는 베트남 최고 수준 이공계 인재를 배출하는 하노이사범대 부설 영재고 출신이다.
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그는 카이스트를 고른 이유로 ‘세계적 수준의 교육’과 ‘한국 문화의 매력’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과학기술 수준이 높고 산업 현장과 연결도 강해 매력적”이라며 “인공지능(AI) 개발에 기여해 사람들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교육 수준이 높고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고, 대학과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제품 개발로 연결하는 문화가 있다. 미국 진학도 고민했지만, 한국은 범죄율이 낮아 안전하고 베트남과 문화적으로도 비슷해 유학에 적응하기 쉬울 것 같았다.”
-카이스트를 선택했는데.
“서울대와 카이스트 사이에서 고민했다. 카이스트가 ‘한국의 MIT’라 불릴 정도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명성이 높아 최종 선택했다. 서울은 쇼핑, 공연, 여행 등 즐길 거리가 많아 오히려 산만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이스트에서는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컴퓨터공학을 선택한 계기는.
“중학교 때 수학 영재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수학적·논리적 사고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고등학교에서는 C++ 프로그래밍을 배우며 컴퓨터에 관심이 생겼다. 지금도 챗GPT, 클로드, 퍼플렉시티 같은 AI 도구를 자주 사용한다. 단순한 사용에 그치지 않고, 원리와 구조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싶다.”
-의대 진학 생각은 없었나?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는 어려운 문제를 풀고, 새로운 답을 찾고,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에 즐거움을 느낀다. 컴퓨터공학이 제 관심사와 사고방식에 더 맞는다.”
-베트남도 입시 경쟁이 치열한데 공부는 어떻게 했나.
“공식을 외우기보다, 저만의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숨은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에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늘 제 선택을 존중해 주신 게 자신감을 갖고 목표를 따라가는 원동력이 됐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과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이 심화하면서 해외 우수 인재 확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앙은 삼성장학금을 받고 카이스트에 진학할 예정이다.
-앞으로 진로는?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빨리 실제 현장에 적용해 써보고 싶다. 한국에는 삼성, SK, 네이버 같은 존경할 대형 기업들이 많고, 언젠가 삼성 같은 강력한 기술 생태계를 가진 기업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지앙은 인터뷰 말미 “K팝 팬으로 티아라와 트와이스를 좋아한다”며 웃었다. “지드래곤이 카이스트 초빙교수로 활동했던 점도 학교에 호감을 갖게 된 이유”라고 귀띔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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