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인의 문화자산으로 만들자]암각화 ‘물고문’ 완전히 끝낼 방법 못찾아

차형석 기자 2026. 7. 1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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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해소되지 않는 보존 논란과 접근성 문제
사연댐 건설 이후 훼손 가속
식수문제 연관 수십년 논쟁
2030년까지 댐 수문 3개 설치
침수 기간이라도 줄일 계획
공간적 한계 근접관람 불가
교통편·화장실 부족도 숙제
반구천암각화전망대 / 경상일보 자료사진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내 17번째 세계유산 등재라는 결실 이면에 현실적 한계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암각화 보존과 울산시민 식수원 확보를 놓고 수십년째 논쟁이 계속되며 침수에 따른 훼손 문제는 시급한 현안이다. 또한 암각화를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문제와 대중교통 및 편의 인프라 부족, 연계 관광의 어려움 등도 개선하거나 풀어야할 숙제다.

◇"보존vs식수" 수십년째 논쟁

반구천의 암각화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수십 년째 하천물에 잠겼다가 다시 물 밖으로 노출되는 것을 반복하면서 바위 자체가 병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암각화를 끼고 흐르는 대곡천 하류의 사연댐 영향에 기인한다.

대곡천변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12월25일 발견됐다. 그런데 그보다 6년 앞선 1965년 12월, 대곡천을 따라 4.5㎞ 하류 지점에 생활용수 공급 목적의 사연댐이 건설된 것이 암각화에 악재가 됐다.

사연댐은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는 자연 월류형 댐이어서, 많은 비가 내려 댐 저수지가 가득 차면 상류의 암각화까지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댐 만수위 표고는 해발 60m인데, 암각화는 53~57m 사이에 있다. 즉 댐 수위가 53m만 돼도 암각화 부분 침수가 시작되고, 57m에 이르면 완전히 물에 잠긴다. 세계적 문화유산을 보존하기는커녕 침수와 노출 반복에 따른 훼손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상안 경주대학교 전통건축학과 특임교수는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진 절벽은 비교적 단단한 사암이지만, 내부에는 수평·수직으로 실금 같은 균열이 발달해 있다"며 "그 틈으로 물이 스며들고, 여름에는 암석 속 광물과 반응해 물을 녹이며, 겨울에는 스며든 물이 얼면서 균열을 벌린다. 얼고 녹기를 수십 년째 반복하는 사이, 층리를 따라 얇게 벗겨지는 박리(剝離)와 덩어리째 떨어지는 박락(剝落)이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발견 초기 300점 넘게 식별되던 형상은 지금은 육안으로 읽기 어려운 것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1995년 6월 국보 지정을 계기로 반구대 암각화 침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30년 넘게 이어져왔다. 하지만 "식수원 확보냐 보존이냐"를 놓고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고, 그 사이에 암각화 훼손은 가속화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러 방안들이 제시됐지만 성과는 없었다. 현재 확정된 방안은 사연댐 여수로를 낮춰 폭 15m, 높이 7.3m의 수문 3개를 설치하고, 평상시 수위를 약 52.5m로 유지하는 것이다. 총사업비 796억원(전액 국비)을 투입해 올 하반기 착공,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침수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지만, 침수되는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울산시와 정부는 보고 있다.

◇근접 어렵고 교통·인프라 부족

암각화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유산'이라는데 있다.

반구천 건너 절벽 위에 멀리 있어 육안으로는 그림을 알아보기 어렵다. 망원경으로 볼 수는 있으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계유산이면서도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유산'이라는 태생적 조건은, 보존의 문제이자 동시에 활용과 브랜드화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복희 울산시 문화유산과장은 "방문객 입장에서는 최대한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하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공 구조물 등을 설치해야하는데, 유산 보호와 보존 측면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인공지능(AI) 기반 'XR 망원경' 4대를 신규 설치하는 등 현장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통 및 편의 인프라 개선도 시급하다. 현재 반구천 암각화(암각화박물관)에 바로 가기 위한 대중교통편으로는 삼남신화~대곡박물관을 오가는 383번 시내버스 한 대 뿐이고, 이 또한 하루 3회 운행에 불과하다. 삼남신화에서 출발하는 313번과 333번 버스도 있으나 이 버스들은 반구천 암각화로 들어가는 입구 국도변에 정차하기 때문에 내려서 상당히 걸어야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시민들과 외지 방문객들이 자차를 이용해 방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외곽 공영주차장은 텅 비어있고, 암각화 박물관 주차장은 늘 만석이다.

시는 세계유산 등재 이후 대규모 인파를 수용하기 위해 외곽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하고, 세계유산 일대를 도는 순환버스를 도입해 운행 중이나 홍보 부족 등으로 이용률이 높지 않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 화장실이 없는 것도 방문객들이 겪는 큰 불편사항 중 하나다. 급한 용무가 생기더라도 15분 이상을 걸어 나가 진입로 입구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화장실을 설치하고 싶어도 일대에 사유지가 많아 부지 매입 등이 쉽지 않다.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언양읍성이나 영남알프스는 물론 울산의 여타 명소 및 관광지와 크게 떨어져 있어 관광상품 개발과 연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차형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