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지 전수조사…지방 농지 애물단지 전락
휴경땐 땅값의 25% 강제금
농촌 고령화 등 일손 부족에
유실수 식재·임대차 등 편법
기형적 영농현상만 부추겨
농민만 피해 현실 괴리 지적

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장 관계자들은 현행 규제가 농촌의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농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된 배경에는 전례 없는 단속 규모와 법적 처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전수조사는 최근 10년 이내 취득한 농지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울주군의 경우 조사 대상 필지가 예년 평균 1만6000필지에서 올해 8만여 필지로 5배 이상 대폭 확대됐다. 정부는 위성영상과 전산 자료를 활용한 1차 기본조사 이후 오는 8월부터 현장 심층조사를 실시한다. 영농 계획을 이행하지 않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휴경한 사실이 적발되면 강제 처분 명령과 함께 매년 토지가액의 25%에 달하는 고율의 이행강제금이 부과한다.
예년과 다르다는 분위기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단속망이 조여오자, 현장에서는 휴경지 판정을 피하고자 농지 형태를 급조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정기현 온양읍 하대마을 이장은 "과거 논농사를 짓던 땅에 감나무 등 유실수를 심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며 "이런 농지 소유주들은 대부분 마을 주민이 아닌 외지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행정당국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산골짜기 논밭일수록 외지인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단 과실수만 심어두고 관리 없이 내팽개쳐 둔 땅이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농지를 합법적으로 임대하더라도 정작 경작할 인력이 없어 규제가 겉도는 모순도 발생한다.
엄재근 두동면 대현마을 이장은 "동네 노인들이 단속과 처벌을 면하기 위해 농지은행 등을 통해 임대차 계약서는 쓰고 있지만, 정작 동네에는 실질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농촌은 공짜로 땅을 빌려주며 농사를 지어달라고 사정을 해도 하겠다는 사람이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인근에서 경작자를 구하지 못해 수십㎞ 떨어진 곳에 사는 계약자들이 원정을 와서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등 영농 효율성이 극도로 저하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한 수도권 중심의 경자유전 원칙이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인 지방 농촌에 일률 적용되면서 애꿎은 농민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지가 매매되지도 않는 지방 현실에서 단속만 강화하니 지주들도 땅을 팔지 못하고 묵혀두고 있는 실정"이라며 "제도적 개편 없이 이대로 시간이 흘러 고령층이 소멸하면, 향후 농지 상속은 후손들에게 처분 명령과 이행강제금 부담만 떠안기는 사회적 '빚 상속'의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글·사진=신동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