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 된 ‘봄·동해안’ 공식… 지역·계절 경계 허문 이상기후

최현정 2026. 7. 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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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산불 건수 감소 불구
건당 피해면적 53.2% 증가
산불 강도·규모 변화 주목
1~2월·북부 내륙 위험도↑
최대 영향 요인 ‘상대습도’
“극한 산불 발생 위험 커져
예측 기반 선제 대응 필요”
5 기후위기 속 강원 산불

산불의 파괴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 30년간 강원지역 산불 발생 건수는 줄고 있지만 산불 한 건당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로 숲이 건조해지고 극한 기상이 잦아지면서 한 번 발생한 대형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과거 봄철 동해안에서 주로 발생했던 대형 산불은 이제 지역과 계절의 경계마저 허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산불의 대형화가 심화되고 위험 지역 역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본지는 산불 전문가인 채희문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와 임찬진 연구원, 기후위기 전문가인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기후재난연구실장의 자문을 받아 최근 30년간 강원 산불의 변화 양상과 기후변화가 산불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 작은 산불은 줄고, 대형 산불은 늘고

산불의 파괴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본지가 박수진 기후변화연구원 기후재난연구실장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1991년부터 2020년까지(평년) 강원지역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57.5건이었지만 최근 5년(2021년~2025년) 평균은 54.8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산불 한 건당 피해면적은 평년 13.9㏊에서 최근 5년 21.3㏊로 증가했다. 발생 건수는 4.7% 감소했지만 건당 피해면적은 53.2% 늘어난 셈이다.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1996년 고성산불 당시 강원지역에서는 37건의 산불로 3320.8㏊가 소실됐다.
▲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기후재난연구실장

2000년 동해안 산불이 발생한 해에는 산불 발생 건수가 189건으로 늘면서 피해면적도 2만3931.7㏊에 달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산불 발생 건수가 78건으로 2000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피해면적은 3001.5㏊를 기록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

이같은 대형화 추세는 지난해 경북 초대형 산불에서도 확인됐다. 과거 ‘동해안 산불’로 불리던 대형산불은 이제 특정 지역에 국한된 재난이 아니다. 전국 어디서든 초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박수진 실장은 “최근 산불은 발생 빈도보다 강도와 규모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후변화로 산림이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극한 기상이 잦아지면서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산불의 계절도 위험지역도 바뀐다

더 큰 문제는 미래다.

채희문 강원대 교수 연구팀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앞으로 1월과 2월 산불 위험도가 현재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가 가장 심하게 진행되는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4월 산불 위험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3~4월 봄철에 산불 위험이 집중됐지만 앞으로는 겨울철부터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 위험 기간 자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기온 상승과 저습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산림이 예년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건조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강풍과 무강수(비가 내리지 않는 상태)가 겹치면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확산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 채희문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

위험지역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대형 산불은 양간지풍의 영향을 받는 강릉·고성·속초 등 동해안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앞으로는 화천군과 양구군, 철원군 등 북부 내륙과 접경지역의 산불 위험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동해안 중심이었던 산불 위험지역이 북부 내륙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임찬진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산불관리 전문연구원은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산불 위험 시기가 길어지고 발생 지역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동해안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지역별 산림 특성과 기후를 반영한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위험지역 예측에 기반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기후위기는 진행중

이같은 변화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강원대학교 채희문 교수(산불 및 산림기상) 연구팀이 머신러닝 ‘Random

Forest’ 모델을 이용해 2003년~2025년 강원지역 산불과 기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상대습도였다. 이어 최고기온과 평균기온, 풍속, 강수량 순으로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습도가 낮고 기온이 높을수록 산불 위험은 크게 증가했는데,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2014년과 2015년, 2017년에는 다른 해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과 상대습도가 낮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고온·건조한 기상 조건이 잦아지면서 산불 위험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 임찬진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보호학과 연구원

국제사회도 같은 경고를 내놓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등 20개국 60여 개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 ‘State of Wildfires 2024-2025’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에서 극한 산불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될 경우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채희문 교수는 “기후위기로 앞으로 대형 산불이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hjchoi@kado.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산불 #동해안 #위험 #대형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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