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漢字로 보는 중국] [27] 집을 잃고 헤매는 중국인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에 돼지 한 마리가 들어선 그림이 ‘집’을 뜻하는 한자 가(家)의 초기 꼴이다. 왜 집 안에 돼지를 들였을까. 중국인들이 예부터 돼지고기를 좋아해서였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돼지는 번식력이 아주 좋은 동물이다. 따라서 풍족한 먹거리의 상징이라고 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 꼴에서부터 이 글자는 큰 변화가 없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중국인들은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 음식을 확보한 곳을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해 매우 강한 집착을 보여 왔다.
우선 유교 지침에서부터 중국인의 집은 위상이 높다. 자신을 훈련하는 수신(修身)에 이어 집안을 잘 이끄는 제가(齊家)가 사람 됨됨이의 기초로 자리 잡았다.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治國), 천하를 휘어잡는 평천하(平天下)는 모두 그다음의 일이다. 그렇게 완성한 덕목이 곧 ‘수신제가치국평천하’다. 같은 맥락에서 나온 성어는 성가입업(成家立業)이다. 한 집안을 이루면서 제 생업의 토대를 세우는 일이다. 이는 중국인이 다른 이에게 ‘사람으로 성공했다’는 점을 알리는 기준이기도 하다.
따라서 집을 향한 귀소(歸巢)의 욕망 또한 강하다. 위대한 모정(母情)을 읊은 당나라 맹교(孟郊)의 명시에도 집 떠나는 아들에게 “떠날 때 바늘로 촘촘히 옷을 꿰매는(臨行密密縫)” 모친의 행위가 나온다. 무사히 귀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잎사귀는 결국 뿌리로 돌아간다는 뜻의 ‘낙엽귀근(落葉歸根)’도 마찬가지다. 강렬한 귀소의 욕망이다.
그러나 요즘 중국인의 상당수가 돌아갈 집을 잃었다고 한다. 경제난으로 집을 잃고 떠도는 청장년층의 수가 지난해 50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돌아가 몸 누일 곳 없는 유리(流離)와 유랑(流浪)의 인구가 곧 유민(流民)이다. 사회불안, 더 나아가 체제의 전복까지 이끌었던 중국역사의 주역들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北 김여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ARF 성명에 “어리석은 망상”
- WSJ “SK하이닉스 ADR 프리미엄은 비정상적인 수준...AI 과열의 또다른 신호”
- 李대통령 지지율 2주 연속 내려 46.3%… 민주 41.3% 국힘 40.6% [리얼미터]
- 마이너리그서 부정 투구 의혹 일으킨 고우석, 10경기 출전정지
- 여름 스타일의 태양이 되어 줄, 2026 서머 럭셔리 주얼리
- 솔로 2집 선보인 데이식스 영케이…”연예인 아닌 본체 ‘강영현’을 되찾는 과정”
- 세계 첫 뇌 유전자 치료 받은 6세 사망... 1년만에 알려져
- ‘바람의 나라’ 송재경도 AI와 나홀로 게임 개발...1인 개발시대
- [그 영화 어때] ‘호프를 알아보자’⑤ 황정민은 왜 경찰서에 물고기 그림을 걸었나
- [단독] “과열된 총장 선거” 서울대 교수회, 제보 센터까지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