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를 대표하는 인사이드 스윙의 왕, 오스카 피터슨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전설이 된
오스카 피터슨(1925~2007)
‘범죄와의 전쟁’을 외친 대통령이 등장했던 시절에 필자는 서울 광화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유는 중고 레코드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올디스 음반을 주로 취급하는 신문로 거리의 레코드점의 좁은 바닥에는 비스듬히 엘피 더미가 세워져 있었다. 낡은 선풍기에서 나오는 미지근한 바람을 등지고 나는 정신없이 엘피를 뒤적거렸다. 순간 검은색 톤의 멋진 레코드의 이미지가 시선을 강탈했다.
그 음반이 바로 오스카 피터슨의 1959년작 'A Jazz Portrait Of Frank Sinatra(어 재즈 포트레이트 오브 프랭크 시나트라)'였다. 정갈한 흑백 톤의 재킷은 마음에 쏙 들었지만, 예전에 파블로 레이블에서 나온 오스카 피터슨의 속주를 먼저 들었던지라 구입이 꺼려졌다. 하지만 레코드의 레이블이 달랐고, 프랭크 시나트라의 곡을 리메이크했다는 타이틀에 홀려 중고 레코드를 집어 들었다. 결과적으로 'A Jazz Portrait Of Frank Sinatra'는 대만족이었다.

이후 오스카 피터슨이 1950년대 초반부터 관련 시리즈를 출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당 리메이크 시리즈는 듀크 엘링턴, 리처드 로저스, 빈센트 유먼스, 조지 거슈윈, 제롬 컨, 해럴드 알렌, 콜 포터 등의 곡을 새롭게 연주하는 방식으로 출시되었다. 전광석화 같은 속주에 능한 오스카 피터슨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리메이크 시리즈는 미드 템포의 피아니즘을 들려주는 그와 만날 수 있다.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의 고향은 캐나다 퀘벡이다. 1925년생인 그는 오르간, 피아노, 트럼펫 등을 연주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오스카 피터슨의 아버지는 캐나다 퍼시픽 철도의 짐꾼으로 일했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한 인물이었다. 때문에 오스카 피터슨은 하루 10시간이 넘는 피아노 연습에 몰입하면서 소년기를 보냈다. 1945년 캐나다 방송공사 주최 음악 경연대회에서는 우승을 했다.

오스카 피터슨은 1950년대부터 왕성한 피아노 트리오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버브 레이블에서 무려 30장이 넘는 리더작을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라이선스로 소개되었던 'We Get Requests(위 겟 리퀘스츠)'와 'Night Train(나이트 트레인)'이 유명한 편이다. 사실 오스카 피터슨은 2000년대 초반까지 200회가 넘는 음반 제작에 참여한 정력적인 뮤지션이었다.
오스카 피터슨은 평생 150장이 넘는 리더작을 완성했다. 아마도 그의 전작을 소장한 음반 컬렉터가 몇이나 존재할까? 여기서 재즈 음반 수집의 딜레마가 등장한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활동한 유명 재즈 아티스트라면 수십 장에 달하는 레코딩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기술한 이유로 리더작과 협연작을 포함한 특정 재즈 아티스트의 전작 음반을 수집하기란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오스카 피터슨은 인터뷰에서 “나는 밴드 솔리스트들이 콘서트에서 그들의 차례가 왔을 때 방해한 적이 없어요. 그들이 나를 방해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공연에서 같은 방식의 연주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늘 노력합니다.”라고 말했다. 빌 에반스, 키스 자렛과 함께 20세기 재즈 트리오의 전형을 보여줬던 그는 늘 음악 동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렇기에 오스카 피터슨은 무표정한 이미지를 가진 빌 에반스와 달리 쾌활한 낙천주의자의 너털웃음이 떠오르는 사운드를 구현했다.
필자는 1950년대 중후반에 출시한 오스카 피터슨의 음반들을 좋아한다. 그는 레코딩과 공연 모두를 사랑했던 재즈맨이었다. 오스카 피터슨은 강력한 타건으로 유명한 클래식 피아니스트 에밀 길레스를 연상시킨다. 그는 1968년에서야 MPS 레이블에서 피아노 솔로 앨범 'My Favorite Instrument(마이 페이보릿 인스트루먼트)'를 선보였다. 재즈 커뮤니티에서 ‘인사이드 스윙의 왕’이라 불렸던 오스카 피터슨의 빛나는 위상은 1975년부터 1997년까지 받은 8개의 그래미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캐나다 요크 대학의 총장을 역임했던 그는 1997년 국제 재즈 명예의 전당 상을 수상했다.
['A Jazz Portrait Of Frank Sinatra' 앨범에 수록된 곡 'You Make Me Feel So Young']
*오스카 피터슨 추천 앨범
① Plays George Gershwin(플레이스 조지 거슈인), Clef, 1953년
② Stan Getz And Oscar Peterson Trio(스탠 게츠 앤 오스카 피터슨), Verve, 1958년
③ A Jazz Portrait Of Frank Sinatra(어 재즈 포트레이트 오브 프랭크 시나트라), Verve, 1959년
④ Night Train(나이트 트레인), Verve, 1963년
⑤ We Get Requests(위 겟 리퀘스츠), Verve, 1964년
⑥ My Favorite Instrument(마이 페이보릿 인스트루먼트), MPS, 1968년
⑦ The Giants(더 자이언츠), Pablo, 197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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