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대용신탁 재산도 유류분 산정 대상… 수익권 기준이 타당”

유언대용신탁 재산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하되,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신탁재산이 아닌 수익권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이계정(사법연수원 31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7월 9일 서울 역삼동 어반벤치빌딩 법무법인 트러스트에서 열린 한국상속신탁학회 세미나에서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을 주제로 발표하며 대법원이 2024년 7월 11일 선고한 2019다294466 판결의 의미와 향후 법리 해석 방향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발표는 당시 대법원의 요청으로 제출했던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논의를 보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생전에 신탁을 설정한 뒤 사망하면 미리 지정한 사람이 신탁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고령화와 함께 상속 설계 수단으로 활용이 늘고 있지만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을 집중적으로 이전할 수 있어 유류분 제도와 충돌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류분 제도는 고인의 유언이나 생전 증여로 상속재산이 특정인에게 편중됐을 때 상속인의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해당 사건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다세대주택을 유언대용신탁으로 맡긴 뒤 사망하면서 신탁재산이 공동상속인 중 한 명에게 귀속되자, 다른 상속인이 유류분 반환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다세대주택의 가액은 약 15억3,300만 원이었고, 함께 승계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약 9억3,000만 원이었다. 쟁점은 유언대용신탁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이 되는지, 유류분 계산 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공제해야 하는지, 신탁재산 일부를 반환하는 원물반환을 해야 하는지 등이었다.
이 교수는 해당 판결이 유언대용신탁이 유류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증여재산 가액을 산정할 때 피상속인이 부담하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공제해야 한다고 봤으며, 원심이 인정한 원물반환도 유지했다. 다만 유류분 산정의 기준을 신탁재산으로 볼지, 수익권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아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여러 학설 가운데 수익권설이 가장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신탁재산은 이미 수탁자에게 이전돼 독립재산이 됐고, 실제 무상의 이익을 얻는 사람은 수탁자가 아니라 사망 후 수익권을 취득하는 수익자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유언대용신탁의 본질은 수탁자에 대한 재산 이전이 아니라 수익자에게 수익권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데 있으며, 수익권은 신탁재산에서 파생된 권리인 만큼 유류분 산정에서도 증여재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유류분 반환청구도 원칙적으로 수익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유류분 반환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이 사건 당시에는 원물반환이 인정됐지만 이후 민법이 개정되면서 가액반환이 원칙으로 바뀐 만큼, 현행법에서는 가액반환이 신탁제도와 유류분 제도를 조화시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원물반환은 신탁재산이 공유 상태가 돼 분쟁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는 반면, 가액반환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유류분 권리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탁의 핵심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이라며 "유류분 제도도 중요하지만 신탁제도의 기능 역시 함께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해당 판결이 유언대용신탁을 다룬 대법원의 첫 본격 판결인 만큼 향후 관련 사건이 다시 상고될 경우 보다 명확한 법리가 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