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내 핏줄” 열정으로 그린 눈부신 몸짓

사회생활 잇단 좌절로 위축 중
춤 만나며 자신감 얻고 “행복”
성장하고 싶어 다큐 제안 수락
SNS에 일상 올리며 공감 얻어
생계·자립 등 고민 여전하지만
“난 맨날 깨져도 다시 일어난다”
“나도 인간답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 거야. 더 아름답게 살고 싶은데.”
뇌성마비를 가진 무용수 김소영씨(37)의 하루는 온통 춤과 음악, 그리고 무대를 위한 고민으로 흐른다. 다큐멘터리 영화 <소영의 노력>은 “춤은 내 핏줄 같은 존재”라는 김씨의 삶을 그린다. 지난 6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김씨가 무용을 처음 접한 건 20대 후반, 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처음 춤을 연습해 작은 무대에 올랐던 경험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무대를 향한 열망을 이어가던 그는 당시 자신을 지도했던 정희정 모모댄스프로젝트 대표에게 먼저 연락했다. 이를 계기로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정 대표와 협업하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등에서 네 차례 무대를 선보였다.
“춤을 추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씨에게도, 장애로 인한 제약과 진로 고민으로 마음을 졸이던 시간들이 있었다. 특수학교 졸업 후 성인이 돼 마주한 현실은 막막함의 연속이었다. 20대 시절 청소 일과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근무 등을 거쳤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잇따른 사회생활의 좌절로 위축됐던 김씨는 춤을 만나며 비로소 자신감을 얻었다.
영화감독 오재형씨는 그런 김씨의 열정을 포착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제안했다. “카메라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부족한 점을 고치며 성장하고 싶었다”는 김씨는 흔쾌히 카메라 앞에 섰다. 자신만의 무대와 세계를 완성해가는 김씨의 이야기를 담아낸 배리어프리(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음성해설이 제공되는) 영화 <소영의 노력>이 2024년 제작됐다.
오 감독은 영화에 그치지 않고 김씨의 일상과 생각을 더 공유하고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이곳에 게시된 영상들은 대중의 큰 공감을 얻으며 수백개 응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김씨는 독특한 연상법으로 안무를 익힌다. 동작과 자신이 내뱉는 말을 연결해 외우는 방식이다. 예컨대 팔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동작이 있으면 전화기의 1·3·9번 다이얼을 누른다고 상상하며 이 숫자를 입 밖으로 내뱉는다. 안무를 환기하기 위해 툭툭 튀어나오는 이 단어들은 그 자체로 공연의 중요한 예술적 요소가 된다.
김씨는 “삶이 다 춤이 됐다”고 말할 만큼 무대를 사랑하지만, 장애를 향한 사회의 시선 때문에 움츠러들 때도 있다. 비장애인들이 “쟤 미쳤나” 생각할까봐 겁이 나고, 때로는 “그냥 집에만 있어야 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를 움직이는 건 ‘더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다. 김씨는 오래도록 무대에 서고 싶어 한다. 그래서 주변의 칭찬에도 조심스럽다. 그는 “선생님이 자꾸 칭찬하면 내가 특별한 줄 알고 으스대다 버릇없어질까 겁이 난다”며 “항상 겸손해야 춤을 계속 추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치면 평생 못 걸을 수도 있다는 가족의 만류도 무용을 향한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생계와 자립에 대한 현실적 고민은 여전히 막막한 숙제다. 하지만 김씨는 다시 무대 위로 나아간다. “나는 맨날 깨지고 깨지는 유리 같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나는 유리 조각이에요.”
영화 <소영의 노력>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이에 앞서 19일 서울 에무시네마에서 열리는 특별시사회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10일까지 진행된다.
김은송 기자 s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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