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장애 아동 학대…왜 ‘처벌’만으론 못 막나

김현목 2026. 7. 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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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장애인권 교육·예방 중심 관리체계 구축 시급
교사 지원 시스템 함께 갖춰야 재발 막을 수 있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등 장애인 단체가 지난 8일 달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전담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힉대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영남일보DB>

대구 장애전담 어린이집에서 장애 아동 집단 학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장애 아동 보호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일부 교사의 일탈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권 교육과 예방 중심 관리체계, 교사 지원 시스템이 미흡한 구조적 문제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 달서구 한 장애전담 어린이집에서 장애 아동들을 상대로 한 신체적 학대 의심 행위가 CCTV 영상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교직원 9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피해 아동 부모들과 장애인단체는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며 직접 목격하지 않아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학대는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실체가 드러나는 현재의 대응 방식으론 유사 사례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학대 사건은 피해를 호소한 부모의 문제 제기나 CCTV 확인을 통해 뒤늦게 드러난다. 사후 처벌뿐 아니라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관리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대구대 조한진 사회복지학과 교수.

대구대 조한진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장애 아동을 돌보는 교사들에 대한 장애인권 교육과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 아동은 의사 표현이 어렵거나 행동 특성이 일반 아동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이 현장에서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장애 아동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학대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교사들이 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인내심을 갖고 아이들을 대할 수 있도록 장애인권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제도가 사건 발생 이후에만 개입할 수 있는 사후 대응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한계다. 현재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은 학대 정황이 의심되더라도 예방 차원의 현장 점검이나 자료 열람 권한이 없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그는 "그간 사건이 발생한 뒤 CCTV를 확인하거나 수사에 착수하는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며 "학대를 사전에 막기 위해선 의심 사례를 조기에 확인하고 개입할 수 있는 예방 중심의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P&A(Protection and Advocacy) 제도처럼 민간 권익옹호기관에도 일정한 예방적 조사·점검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장의 근무환경과 지원체계 개선도 재발 방지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혔다. 장애전담 어린이집 교사들은 교육과 돌봄을 장시간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와 비교하면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대구대 백상수 유아특수교육과 교수.

대구대 백상수 교수(유아특수교육과)는 "교사 개인의 전문성과 책임의식은 기본 전제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업무 부담이 커질 경우 이를 혼자 해결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학교의 경우 장학과 전문 지원체계가 비교적 갖춰져 있지만 어린이집은 아직 교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서다. 교사를 감시하기 위한 체계가 아니라 어려움을 겪을 때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사가 스스로 한계를 느끼더라도 이를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조직문화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문제가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백 교수는 "교사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때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장애 아동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이해와 대응 교육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목기자 hmkim@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