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머리 충격' 잦은 미식축구 선수, 은퇴 후 치매·루게릭병 사망 위험 4배↑

이석호 기자 2026. 7. 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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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선수 2만 명 26년간 추적...신경퇴행성질환 사망률 8.9%
전체 사망률 낮지만...5시즌 이상 오래 뛴 선수일수록 위험 커
생존 편향 고려해도 3배 높아...반복적 머리 충격 노출 규제해야
캔바 AI 생성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선수들이 은퇴 후 치매나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일반인의 4배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경기 중 충격 강도가 큰 스피드 포지션에서 뛰었거나 선수 생활이 길수록 위험이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직 증상이 없는 단계라도 이들을 신경퇴행성질환 고위험군으로 보고, 중년기 심혈관·대사 위험 요인 관리와 꾸준한 운동, 정신건강 치료 등 개입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NFL 선수 2만 명 26년간 추적...신경퇴행성질환 사망률 8.9%

미국 하버드의대 산하 스폴딩재활병원과 보스턴의대 공동 연구팀은 1960~2019년 NFL 정규시즌이나 포스트시즌에 최소 1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1만 9,824명을 추적 관찰했다. 1979년부터 2023년까지 관찰 기간만 51만 8,833인년(person-years)에 달했으며, 그동안 1,994명이 사망했다.

연구팀은 선수들의 사망 여부와 사인을 미국 국가사망지수와 대조하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생명표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나이, 성별, 인종, 사망 연도가 비슷한 일반인과 비교한 '표준화 사망비'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 전체 사망자의 8.9%(178명)는 사망진단서에 신경퇴행성질환이 사인으로 기재됐다. 세부적으로는 치매 106명, 루게릭병 33명, 파킨슨병 39명이었다. NFL 선수의 신경퇴행성질환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3.94배 더 높았다. 질환별로는 루게릭병(4.55배), 파킨슨병(3.88배), 치매(3.80배) 순이었다.

◆ 전체 사망률은 낮지만...5시즌 이상 오래 뛴 선수일수록 위험 커

반면 NFL 선수들의 전체 사망률은 일반인의 0.70배로 오히려 낮았다. 암(0.64배), 심장병(0.74배), 부상(0.56배), 자살(0.50배) 등 다른 사망 원인에서도 일반인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포지션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와이드 리시버나 러닝백처럼 스피드가 중요한 포지션을 맡은 선수는 비(非)스피드 포지션인 라인맨보다 신경퇴행성질환 사망 위험이 1.67배, 치매 사망 위험은 2.04배 높게 나타났다. 다만 루게릭병과 파킨슨병에서는 포지션에 따른 통계적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스피드 포지션이 충돌 빈도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충격 강도가 크고, 경기당 외상성 뇌손상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특성이 위험 증가에 주요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장기간 선수 생활을 이어간 선수일수록 사망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NFL에서 5시즌 이상 뛴 선수는 그 미만인 선수보다 신경퇴행성질환 사망 위험이 1.86배, 치매와 파킨슨병도 각각 1.99배, 2.38배 더 높았다. 루게릭병은 활동 기간에 따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인종 간 차이도 주목된다. 비백인 선수는 백인 선수보다 루게릭병 사망 위험이 2.26배 높았지만, 치매와 파킨슨병에서는 인종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 특히 60세 미만 루게릭병 사망자 20명 중 11명(55%), 50세 미만 사망자 10명 중 7명(70%)이 비백인이었다. 연구팀은 비백인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경력이 길고, 스피드 포지션 비중이 높아 노출량이 더 많았을 가능성을 원인으로 꼽았다.

연령별 격차도 컸다. 60세 미만 선수들의 신경퇴행성질환 사망률은 일반인의 12.43배로, 60세 이상(3.57배)보다 3.47배 더 높았다. 50세 미만 선수들은 50세 이상보다 루게릭병 사망 위험이 41.7배나 급증해 NFL 선수들 사이에서 조기 신경퇴행성질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 생존 편향 고려해도 3배 높아...반복적 머리 충격 노출 규제해야

연구팀은 NFL 선수들이 애초에 건강한 사람 위주로 선발되고 다른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적어 상대적으로 오래 살다 보니, 신경퇴행성질환에 노출될 시간 자체가 늘어난 '생존 편향' 효과도 검증했다.

그 결과 생존 편향만으로 기대되는 신경퇴행성질환 사망률 추정치는 1.30배 수준에 그쳤다. 이를 반영해 다시 계산한 결과에서도 사망 위험은 일반인의 3.04배로 여전히 높았다. 심장병이나 암 등 다른 사망 원인이 전혀 없다고 가정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신경퇴행성질환 사망 위험은 일반인의 1.71배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NFL 선수들의 신체 능력이 뛰어나고 규칙적 운동과 의료 혜택 덕분에 다른 질환 원인 사망은 줄었지만, 반복적 머리 충격에 따른 신경퇴행성질환 위험만큼은 이런 이점으로 상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인에 의존해 신경퇴행성질환이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만성 외상성 뇌병증은 사망진단서에 다른 질환으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비율을 따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발병 연령이나 진단 시점에 대한 자료도 확보되지 않았고, 유전적 요인이나 사회경제적 지위 등 교란 변수를 보정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NFL 선수들이 반복적 머리 충격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이들의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예방·관리 전략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8일(현지 시간) 랜싯(The Lancet) 계열 국제 학술지 'e임상의학(eClinicalMedicine)'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Luster CB, Abdolmohammadi B, Mastrodicasa MJ, Nowinski CJ, Feigel ED, Finegan B, White AJ, Connors EJ, Rovito CA, Zafonte RD, Alosco ML, McKee AC, Mez J, Daneshvar DH. Neurodegenerative mortality among National Football League Players. eClinicalMedicine.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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