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구글과 피지컬AI 두뇌 경쟁…자율제조 역량 ‘퀀텀점프’
전자·AI연구원·CNS 등 역량 집결
그룹 차원 RFM 한데 모아 최적화
가상세계서 학습·합성데이터 확보
산업 현장 피지컬AI 활용 앞당겨
2030년까지 로봇 등 9.4조 투자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최고 두뇌로 일컬어지는 ‘월드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소수 기업만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고난도 신기술이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와 구글의 ‘지니’ 시리즈, 또 AI 분야 4대 석학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창업한 아미랩스의 ‘제파’가 월드 모델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NC AI가 월드 모델 자체 개발을 시작한 정도다. LG(003550)그룹은 이에 피직스엑스와 손잡고 산업 특화 모델부터 확보해 주도권 경쟁에 빠르게 가세한다는 전략이다.
LG가 서둘러 고난도 신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은 로봇과 기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월드 모델 같은 고성능 모델이 피지컬 AI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 모델은 그간 LG가 주력해온 ‘행동 모델’과 함께 로봇 등 피지컬 AI의 두뇌를 구현할 양대 핵심 기술로 꼽힌다. 행동 모델 학습에 필요한 산업 현장 데이터가 점점 부족해지는 한계를 극복할 해법으로도 주목받는다.
LG는 이에 전자·화학·통신 등 주요 계열사의 제조 데이터를 집결시켜 행동 모델을 고도화하는 한편 글로벌 협력을 통해 월드 모델 개발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로봇 두뇌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LG전자(066570)와 LG AI연구원, LG CNS 등 주요 계열사 간 협력하는 이른바 ‘원LG’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 생산기술원(PRI)과 LG AI연구원이 산업용 로봇파운데이션모델(RFM) 개발과 실증을 위한 기술검증(PoC)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RFM은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행동 모델의 일종이다. LG 주요 계열사들은 그동안 각자도생식으로 RFM 사업을 벌여왔다. LG전자는 엔비디아와 애지봇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외부 RFM을 자사 하드웨어에 최적화하는 협력을 진행 중이다. LG AI연구원은 이와 별개로 국산 대규모언어모델(LLM) ‘엑사원’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RFM을 독자 개발하고 있다. LG CNS도 스킬드AI·컨피그 등 RFM 기업들에 투자하며 관련 사업 협력을 확대해왔다.
그룹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RFM을 한데 모아 로봇과 스마트팩토리(지능형 공장) 등 산업 현장별로 최적화하고 현장 데이터도 체계적으로 확보해 로봇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이 PoC의 목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RFM 개발은 한 계열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돈을 버는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해 각 계열사들이 잘하는 걸 모아서 성과를 빨리 내는 게 중요해져 LG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PoC의 일환으로 다양한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어 관련 사업을 하는 LG CNS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LG CNS의 월드 모델 개발 역시 이 같은 원LG 시너지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LG CNS를 통해 기존 행동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수 있다. 행동 모델은 로봇 등의 성능 향상을 위해 대량의 학습용 행동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월드 모델은 행동 하나하나를 익히는 대신 물리 법칙 자체를 학습하기 때문에 데이터 병목을 극복할 수 있다. 학습한 물리 법칙을 바탕으로 가상세계에서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뮬레이션함으로써 현실에서 부족한 데이터를 보완할 합성 데이터도 만들어낼 수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정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생성형 AI는 10만 년에 달하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피지컬 AI는 1만 시간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는 동시에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해 합성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LG CNS뿐 아니라 LG전자도 정부와 협력해 월드 모델 개발에 뛰어들었다. LG전자와 마음AI, KT, KAIST, 서울대 컨소시엄은 이달 1일 과기정통부의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 일환으로 마련된 국산 월드 모델 개발 지원 과제를 맡았다. LG전자는 또 지난달 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에 맞춰 체결된 양 사 AI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코스모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행동 모델에 이어 월드 모델 개발로 양사 간 협력 확대가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아울러 CEO 직속 로봇 사업 총괄 조직인 로보틱스 사업 센터를 최근 신설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 R&D캠퍼스에 연내 가동을 목표로 로봇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액추에이터(로봇 관절 역할을 하는 부품) ‘악시움’도 내년 양산을 준비 중이다. LG AI연구원은 올 초 전담 조직 ‘피지컬인텔리전스랩’을 출범하고 엑사원을 피지컬 AI 모델로 고도화하는 중이며 LG CNS는 고객사가 산업 현장에 로봇을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로봇 전환(RX)’을 신사업으로 내걸었다.
LG이노텍은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 LG에너지솔루션은 로봇 배터리를 맡아 각 계열사들이 일제히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LG는 메가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영남권에 로봇과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9조 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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