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맛비 그친 뒤 남은 건 진흙뿐…"다섯 번 당해도 또 잠겼다"
토마토·고추밭 쑥대밭, 닭 6마리 폐사…주민들 복구작업

(청주=뉴스1) 장예린 기자
못살겠어요.
도로 곳곳에는 빗물에 떠밀려온 나뭇가지와 폐자재, 토사가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마당으로 꺼내 햇볕에 말렸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아직 빠지지 않은 흙탕물이 고여 있었다.
2022년 이곳으로 이사 온 신모 씨도 연신 땀을 닦으며 판자와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 그는 "퇴직하고 소소하게 작물이나 키우려고 이곳에 왔는데, 비만 오면 온 동네가 물에 잠긴다"며 "이제 정말 못 살겠다"고 말했다.
신 씨의 농막 안팎에는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던 흔적이 선명했다. 정성 들여 키운 토마토는 진흙 바닥을 뒹굴었고, 고추도 흙탕물에 뒤덮였다. 하우스 한쪽에서 기르던 닭 6마리는 끝내 수해를 피하지 못했다. 안쪽에 쓰러진 냉장고는 당시 물살이 얼마나 거셌는지 짐작하게 했다.
신 씨는 "'밭이 물에 잠겼으니 빨리 나오라'는 이웃 주민의 전화를 받고 강아지만 데리고 대피했다"며 "2023년에는 하우스 지붕까지 물이 찼는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비 예보만 있으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수마가 남긴 흔적은 마을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한 주민은 장맛비에 떠밀려온 폐자재를 건져내기 위해 허리까지 물이 찬 논으로 들어갔다. 한모 씨는 "물이 찼을 때 바로 꺼내지 않으면 나중에 콤바인 칼날에 걸릴 수 있다"며 "무겁고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호우 피해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가 올 때마다 이 일대는 침수 피해를 반복해 왔다고 한다. 인근 주민 A 씨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호우 피해를 겪었다"며 "피해를 막으려고 큰돈을 들여 흙을 쌓아 지대를 높였지만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시설하우스를 운영하는 주민들의 시름은 더 깊었다. 한 주민은 "노지 밭은 물에 잠겨도 배수만 잘 되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지만, 시설하우스는 물이 잘 빠지지 않아 피해가 크다"며 "이웃은 하우스 3동 정도가 침수됐다"고 전했다.
그는 "모종까지 모두 준비했는데 심지도 못하게 생겼다"며 "모종값은 그대로 나가고 복구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민들은 반복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마을 인근 배수펌프 시설이 비가 올 때마다 부유물에 막히는 일이 되풀이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민 B 씨는 "마을 바로 옆 배수펌프 시설이 비가 올 때마다 각종 부유물에 막힌다"며 "막힘까지 대비해 가동해야 하는데 항상 문제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 선포가 된 게 아니라 보상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며 "호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yr05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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