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연 시장 키운 K뮤지컬, 소재·캐릭터·음악 모두 강점”
“대중성·완성도 함께 갖춰 호평
N차 관람·팬덤 문화 자리잡아
상하이 소극장 성장에 큰 역할
창작 역량·배우 수준 끌어올려”

중국 공연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중심에는 ‘연예신공간’이 있다. 대형 상업시설 안에 100~200석 규모 소극장을 여러 개 갖춘 멀티플렉스형 공연장이다. 상하이 도심에만 100여 곳에 달하는 이 소극장들을 한국의 창작 뮤지컬들이 상당 부분 채우고 있다. 중국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들이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도 소극장에 올릴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최근 ‘K뮤지컬국제마켓’ 참석차 방한한 장런 상하이 예어순해 문화미디어 유한공사 CEO(총경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국 오리지널 뮤지컬의 중국 라이선스 공연을 잇달아 성공시킨 대표적인 제작자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광염 소나타’, ‘뱀파이어 아더’, ‘극적인 하룻밤’ 등을 중국 무대에 올려 흥행을 이끌었다. 그는 “중국 관객들에게 소개할 좋은 작품을 항상 찾고 있다”고 말한다.
장 CEO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중국 뮤지컬 시장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아이다’, ‘레미제라블’, ‘캣츠’ 같은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작품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2013년부터 ‘김종욱 찾기’ 등 한국 창작 뮤지컬이 소개되면서 소극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런 흐름에 탄력을 더했다. 대규모 시설은 통제됐지만, 소극장 공연은 허용됐기 때문이다. 장 CEO는 “중소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늘고 기획사들이 새로운 작품을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덕분에 더 다양한 작품이 제작되고 새로운 관객도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는 팬덤 문화도 한몫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 배우들의 인지도가 높아졌고, 이를 계기로 20~30대 여성 관객을 중심으로 같은 공연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N차 관람’ 문화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장 CEO는 “팬들이 온라인에서 배우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재관람으로 이어지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장 CEO는 한국 뮤지컬의 경쟁력으로 “매력적인 캐릭터, 귀에 쉽게 들어오는 음악, 그리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꼽았다. 그는 “한국 뮤지컬은 관객들이 원하는 요소를 잘 담아내면서도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며 “공연이 끝난 뒤 만족도가 높아 입소문이 나고 재관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가 제작한 작품들도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네 차례 시즌 공연을 진행했고, ‘광염 소나타’는 200회가 넘는 공연 뒤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기기도 했다.
중국 뮤지컬 시장도 이제 라이선스 중심에서 창작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장 CEO는 “창작 뮤지컬의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며 “창작 역량과 배우들의 수준이 함께 성장하면서 중국에서도 신작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관련 분야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그 과정에서 공연 콘텐츠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결국 뮤지컬 제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콘텐츠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관객에게 감동을 전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선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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