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합법 주차할 곳 없는데…경찰 단속 추진에 반발
배달노동자 “합법 주차할 곳부터 마련해야”
시군구청 경찰서 조차도 이륜차주차장 없어
경찰청 “지자체와 협의해 시행 유예 검토”
"단속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주차할 곳부터 만들고 단속해야죠."
창원에서 배달 일을 하는 장신혜영(42·창원시 성산구) 씨는 이륜차 주정차 단속 강화 움직임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6년째 창원 상남동 일대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길게는 하루 12시간, 많을 때는 40~50건을 배달한다. 상가와 아파트, 주택가를 오가지만 오토바이를 마음 놓고 세울 곳은 드물다.
경찰청은 지난달 19일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 기준을 새로 두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시행령은 이륜차 과태료 부과 기준이 없어 이를 보완하려는 취지다. 공포한 날로부터 6개월 후 시행된다.
이 같은 경찰청 입법예고에 현장에서는 반발이 나온다.
오토바이 불법주정차 근절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합법적으로 주차할 공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단속만 앞세우는 것은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장 씨는 "오토바이는 앞 번호판이 없다 보니 무인주차장 차단기가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다"며 "관리자에게 말해도 차량 주차장에는 못 들어가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 안으로 들어가 음식을 받아야 할 때도 차단기를 통과하지 못해 다른 길을 찾는 일이 잦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배달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 씨는 "차량 주차공간도 부족하다 보니 오토바이를 잠깐 세워도 입주민들이 빼라고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며 "주차할 곳이 없어 잠깐 대는 건데, 그마저도 민원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있는 차들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오토바이를 단속하겠다고 하니 생계 위협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장 씨는 배달 현장의 정차 시간이 늘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그는 "1~2분이면 끝날 때가 많지만 고층 아파트에 올라가거나 손님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5~6분 이상 걸릴 때도 있다"며 "단속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오토바이를 세울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고 단속해야지, 지금처럼 단속만 앞세우면 대책 없는 탁상행정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취미로 20여 년 동안 오토바이를 타온 ㄴ(55·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ㄴ 씨는 "그동안 법을 지키고 남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고 공영·사설 유료주차장, 일반 빌딩 주차장, 마트 주차장 등에 돈을 내고 주차하려 해도 받아주지 않아 싸운 적이 많다"며 "보행자에게 불편을 끼치는 인도 불법주차는 근절돼야 하지만, 오토바이를 합법적으로 주차할 곳이 없는 것이 지금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ㄴ 씨도 단속보다 주차 여건 마련이 먼저라고 봤다. 그는 "입법과 단속을 시행하기 전에 일본·대만처럼 거리에 오토바이 주차장부터 마련하거나 기존 공영·사설 주차장이 오토바이 주차를 거부하면 행정처분하는 등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주차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주차공간 부족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국민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며 "주차 공간 문제에 대해 지자체 의견을 받았고, 이런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 시기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의해 주차공간 확보, 국민 홍보, 시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더 심도 있게 협의하고 시행 시기도 충분히 유예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