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이자 혁신가 마릴린 먼로…제네시스가 포착한 전설의 뒷모습

이한빛 2026. 7. 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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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매니페스팅 마릴린' 전시
탄생 100년 '美대중문화 상징' 마릴린 먼로
할리우드 캐스팅 악습 폭로·인권에 목소리
꿈을 향해 전진한 '레전드' 마릴린 일대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제네시스와 닮아
마릴린 먼로 특별전의 ‘더 스크린 익스피리언스’ 전경. 제네시스 제공

“I dreamed the hardest(나는 가장 치열하게 꿈꾼다).”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 마릴린 먼로(1926~1962)가 한 말이다. 영원히 지지 않는 별(스타) 먼로의 잘 알려지지 않은 혁신가적 면모를 조명하는 전시 ‘매니페스팅 마릴린’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이 지난 6월 1일부터 두 달간 개최한다.

지금 미국 곳곳에선 마릴린 먼로 바람이 불고 있다. 생일인 6월 1일을 기점으로 기념행사가 연속해서 열리고 있다. 5월 30일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는 1037명의 먼로가 모였다. 백금발 가발과 하얀 원피스 차림으로. 남성, 여성, 노인, 청소년 할 것 없이 먼로처럼 꾸민 팬들이 할리우드 경력이 시작된 팜스프링스에 모여 그를 기억하는 모임을 했다. 기네스 기록에도 오른 이 행사를 놓고 뉴욕타임스는 “탄생 100년이 지나도 팬들은 여전히 그를 향해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고,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먼로를 간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뉴욕의 ‘필름 포럼’에선 그의 출연작 13편을 특별 상영했고, 경매사 줄리언스옥션은 먼로가 실제 사용한 이브닝드레스, 화장품, 핸드백 등 185점으로 경매를 열었다.

마릴린 먼로 특별전의 ‘더 헤드라인룸’ 전경. 제네시스 제공

 마릴린, 반전의 매력

그중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의 전시는 여느 행사와는 결을 달리한다. 대중이 기억하는 모습을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 경영자이자 사회 혁신가, 노련한 전략가로서 남성 중심의 할리우드 생태계에 균열을 낸 그의 면모를 조명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평범한 배우 지망생 노마 진에서 마릴린 먼로로, 영원한 스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그의 생애를 따라가며 마릴린 먼로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해체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신문 기사로 구성된 조형물을 만난다. 입을 살짝 벌린 채 무해하게 웃는 먼로 특유의 얼굴, 당당하게 도발적인 포즈를 취한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본 듯한 익숙한 이미지가 강렬하다. 그러나 텍스트를 읽어보면 반전이 펼쳐진다. ‘여배우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 ‘롱아일랜드에서 <율리시스>를 읽고 있는 마릴린 포착’ ‘문 뒤에서: 마릴린의 문학 컬렉션’…. 타블로이드 가십을 장식한 그는 보이지 않는다. 대중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은 노력형 대가 먼로만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릴린 먼로는 지독한 책벌레였다. 모리스 졸로토의 신작 소설 <Oh, Careless Love>와 이를 추천하는 출판사 편집인 줄리언 P 뮬러의 공식 서한. 이한빛 객원기자


반전은 다음 섹션에서 더 명확해진다. 먼로는 책 읽기를 좋아해 430여 권의 책을 소장했다. 문학과 시를 특히 좋아했고, 경제와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금발의 글래머러스 미녀’를 주로 연기했기에 대중은 실제 먼로와 그가 만들어낸 페르소나를 혼동해 소비했으나 실상은 책벌레였다. 하코트 출판사의 줄리언 P 뮬러 편집인이 모리스 졸로토 작가의 신작 소설이 나와 보내준다며 재미있게 읽어달라고 공식 서한까지 보낼 정도였다.

 개척자, 사업가, 전략가 마릴린

먼로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반기를 든 최초의 여배우였다. 몇 차례 흥행으로 입지가 탄탄해지자 그는 여배우를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던 당시의 관행에 저항했다. 영화 대본을 미리 보고 선택할 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지하철 통풍구 바람에 날린 치마를 잡는 이미지로 각인된, 대대적으로 히트한 ‘7년 만의 외출’(1955)은 작품 선택권을 보장받은 첫 영화였다.

마릴린 먼로 특별전의 ‘더 스크린 익스피리언스’ 전경. 제네시스 제공

그해 먼로는 뉴욕에 영화제작사 MMP(marilyn monroe production)를 설립했다. 작품과 배역 선택권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독점 계약을 맺은 20세기폭스는 소송을 걸었으나 1년여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먼로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스튜디오와 감독의 인형이던 배우가 한 명의 주체적 참여자로 인정받은 것이다. 당시 언론에서 “여배우가 거둔 가장 위대한 승리”라고 평했을 정도다.

전시장에는 MMP 서류와 등록증, 계약서 등이 전시됐다. 자신은 물론 다른 여배우의 대변자로 나선 그는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마다 디자이너 조지 내디엘로의 정장을 입었다. 어깨 각이 살아 있는 재킷으로 진중하고 전문가적인 이미지를 살리되 치마를 입음으로써 여성성을 강조했다. 이전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여성 배우의 탄생이다. 그는 할리우드의 오랜 관행이자 악습으로 꼽히던 ‘캐스팅 카우치’(출연을 조건으로 성적 요구를 하는 권력형 성범죄)를 폭로하고, 흑인과 여성 인권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흑인 재즈 가수 엘라 피츠제럴드를 유명 클럽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제네시스와 닮은꼴 찾기

어릴 적부터 위탁 가정과 보육원을 전전한 먼로. 모델 활동을 거쳐 영화사에 길이 남을 스타가 되기까지 그의 일대기는 신데렐라 성공 스토리라기보다 장대한 쟁취의 역사에 가깝다.

이 이야기를 현대자동차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한다는 사실에 ‘왜’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이에 테드 멘지스테 제네시스 북미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그의 발자취는 제네시스와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테드 멘지스테 제네시스 북미법인 최고운영책임자

“1940~1950년대 여성의 경제활동에 제약이 심할 당시 먼로는 남성 중심 산업의 핵심에서 자신의 경력을 개척했고 비전과 대담성을 지니고 활동했으며, 전형적인 배우의 역할을 넘어 제작사를 설립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혔다. 현대차그룹이 럭셔리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세상은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우리도 대담하고 용감한 꿈에 도전했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먼로는 무해하게 웃는 얼굴로 세상이 씌운 굴레와 싸웠고, 이겼다. 현대차도 제네시스로 편견을 뛰어넘고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했다. 그렇게 정주영 창업주의 ‘해봤어?’ 도전 정신은 먼로의 ‘가장 간절하게 꿈꾼다’와 만난다.

멘지스테 COO는 “전시장을 나설 때 먼로와 제네시스가 그랬듯 대담하고 용감한 꿈을 꿀 수 있길 바란다. 꿈을 향해 전진하는 먼로와 제네시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LED(발광다이오드) 패널에 관람객의 꿈을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메시지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대형 패널로 전송돼 이제는 별이 된 먼로처럼 누구나 치열하게 꿈꾸면 성취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아름다워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서가 아니라 도전과 성취의 아이콘이기 때문일 테다. 제네시스의 다짐도 같은 선상에 서 있다.

뉴욕=이한빛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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