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마음…디스테파노가 부르는 절절한 사랑의 하소연
나폴리. 이름만 들어도 낭만이 돋는다. 로마와 밀라노에 이어 이탈리아에서 셋째로 큰 서남부 항구도시다. 이름이 역설적이다. 기원전 8세기께 그리스인들이 세운 ‘네아폴리스(Neapolis)’에서 유래했는데 ‘새로운 도시(new city)’라는 뜻. 한데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우뚝하다.
나폴리 민요는 유명하다. ‘오 솔레미오’ ‘돌아오라 소렌토로’ ‘산타 루치아’ 등이 모두 나폴리가 원산지다. 한 도시에서 탄생한 노래들이 이토록 온 세상 사람들 입에서 불리는 이유는 무얼까. 우선 사람들이다. 나폴리인은 명랑하고 유독 노래를 좋아하며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다음은 지형이다. 해안지대라 예부터 선원, 상인, 외국인 여행자의 왕래가 빈번했다. 민요가 자연스레 국제화하는 동력이 됐다.
마지막으로 주제가 사랑, 고향, 연인, 그리움 등으로 보편적인 데다 노래 자체가 기억하기 쉽고 직관적, 감정적이다. 나폴리에서는 구전민요만으로 성에 차지 않아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엽까지 노래 경연을 자주 열어, 작곡가가 만든 노래들이 마치 민요처럼 퍼지는 현상마저 생겼다.
나폴리 민요는 테너가 불러야 제맛이 난다. 밝고 탁 트인 발성, 길게 뻗는 선율, 고음에서의 감정 폭발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바로 테너의 전설 엔리코 카루소(1873~1921)의 트레이드마크 아니겠는가. 나폴리 민요의 세계화를 이끈 1등 공신이다.

나폴리 토박이 살바토레 카르딜로(1874~1947)가 남긴 단 한 곡의 작품이 있다. 바로 ‘무정한 마음(Core ”ngrato)’. 1911년 미국에서 활동하던 이탈리아 이민자 카르딜로가 작곡하고 리카르도 코르디페로가 가사를 붙였으며 카루소가 대중화했다. 짙은 향수와 사랑의 상실을 담고 있으며, 나폴리 특유의 선율적 특징과 벨칸토 아리아의 감성을 융합했다. 가사는 연인 카타리가 사나이의 헌신을 외면하자 그에 대응하는 절절한 하소연으로 구성돼 있다.
‘카타리, 카타리! 왜 당신은 내게 그런 쓰디쓴 말을 하나요? 그토록 고통을 주는 말을 하다니요. 카타리, 잊지 말아요. 나는 당신에게 내 온 마음을 다 바쳤다는 사실을. (중략) 아! 무정한 마음이여. 당신은 내 마음을 앗아갔어요. 모든 게 가버리다니.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다니. 카타리, 카타리! 당신은 아마 모를 테지요. 나는 성당에 가서 기도도 했답니다. 고해성사 때 신부님께 말씀드렸죠. “그녀 때문에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요.” 고매한 신부님은 제게 말했어요. “그녀를 잊으라”고. 아, 모든 게 다 지나갔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다니요.’

주세페 디스테파노(1921~2008)가 이런 노래는 전문이다. 듬뿍 친 MSG 양념처럼 절절한 감정이 흘러넘치고 간드러질 정도로 강약 완급의 미묘함을 극대화하는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저음(흉성)에서 고음(두성)으로 넘어가는 파사지오 구간에서 소리를 아주 가늘고 부드럽게 줄이는 수법을 썼다. 엔간하면 고음으로 넘어갈 때 소리가 뒤집힐까 봐 힘을 주게 되는데, 그 소리를 투명하게 띄워 넘긴다고나 할까. 혹자는 이 대목을 가리켜 ‘전무후무한 피아니시모의 마술’이라고 칭송하기도 한다. 디스테파노는 입 모양을 옆으로 가지런히 벌리는 아페르토 발성법을 즐겨 활용했다. 이 기제(機制)로 가사 전달력이 뛰어나면서 밝고 화사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함정은 성대에 무리가 많이 간다는 점. 이 때문에 전성기가 상대적으로 짧았다. 디스테파노는 영국 음반 레이블 데카와 주로 작업했다. 1963년, 42세 때 전성기 녹음은 절창이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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