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운용, SK하이닉스 주주서한 하루 만에 철회 후 재작성…"본부장 개인 의견"
"회사 입장 아니다" 철회…주주서한 재작성
업계 "본부장 단독 결정은 매우 이례적"

흥국자산운용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 발표를 문제 삼으며 SK하이닉스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한 뒤 재작성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주식운용본부장의 개인 의견이었다며 선을 그었지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주주서한이 본부장 단독 판단으로 발송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자산운용은 최근 'SK하이닉스 이사회에 보내는 서한 : 일반주주의 자리는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을 SK하이닉스에 전달했다.
서한에는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상황에서 서남권(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대외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사회 중심 경영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흥국자산운용은 "당사 이사회 임원이 아닌 당사 대주주의 대주주가 행정부 수반과 함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은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일련의 경영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며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와 기업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깊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이사회 내부의 충분한 심의와 결의를 거치기 전에 사외의 주체가 천문학적인 현금흐름의 방향성을 먼저 통제하는 구조는 과거의 관행일 수는 있어도 결코 모범적인 모습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회 내 사내외 이사들 간에 어떤 심도 있는 논의와 숙의가 있었는지 투명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하며 주주환원 정책도 문제 삼았다.
흥국자산운용은 "산업의 역대급 호황 속에서 현금 흐름은 몰라보게 개선됐고 임직원 보상과 막대한 투자는 발표되는 반면 주주의 자리는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며 "마이크론은 최근 잉여현금흐름(FCF) 전액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발표한 반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배당에서 오히려 배당성향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해당 서한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자 흥국자산운용은 하루 만에 공식 입장을 내고 서한을 철회했다.
흥국자산운용 관계자는 "주식운용본부장이 8일 오후 SK하이닉스 IR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서한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며 "주식운용본부 명의로 SK하이닉스 이사회 앞으로 보낸 이번 서한은 회사의 입장이 아닌 주식운용본부장 개인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서한 내용을 확인한 결과 회사의 입장과 다를 뿐 아니라 일부 내용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기존 서한를 철회했다"며 "현재 회사 입장을 반영해 서한을 재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상장사를 상대로 한 주주서한 발송이 통상 내부 검토와 의사결정을 거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례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주주서한은 회사의 공식적인 주주활동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일반적으로 특정 본부장이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보통 내부 의사결정과 관련 부서 검토를 거쳐 진행하는 사안인 만큼 이번 사례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면 본부장에게 권한이 더 부여될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상장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주주서한을 회사 차원의 검토 없이 발송하는 것은 쉽게 보기 어려운 사례"라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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