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으로 빚은 기억의 예술…장수익 개인전 ‘잔상의 자화상’ 개막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명봉서 8월 8일까지 무료 관람 가능

전기를 전달하는 전선이 기억과 감정을 담아내는 예술의 재료로 다시 태어난다.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오가는 정보와 감정, 그리고 시간이 지나 희미하게 남는 기억의 흔적을 전선으로 풀어낸 장수익 작가의 개인전 '잔상의 자화상'이 오는 20일부터 8월 8일까지 대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명봉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행복북구문화재단이 마련한 '2026 EAC 작가 지원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전시로, 지역 청년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자리다. 장 작가는 전선을 단순히 전기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정보와 감정이 흐르는 통로로 해석하며 현대인의 기억과 인식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 제목인 '잔상의 자화상'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기억의 흔적을 의미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한 장면과 경험, 수많은 정보가 시간이 흐르며 희미한 이미지로 남는 과정을 픽셀화된 화면으로 표현하고, 그 기억들이 현재의 감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작품 속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선을 회화의 재료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물감 대신 전선 고유의 색을 화면 위에 하나하나 배치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업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기억과 감정을 다시 조합하고, 여기에 픽셀 이미지를 결합해 현실과 기억, 감정이 겹쳐지는 독특한 화면을 완성했다.
작품 속 전선은 단순한 산업 재료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과 인터넷, 각종 디지털 기기를 통해 끊임없이 주고받는 정보의 흐름을 상징하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기억과 감정을 이어주는 연결망으로 기능한다. 익숙한 재료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일상의 사물을 예술적 언어로 확장시킨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작가는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한 수많은 기억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며 마음속에 남아 현재의 감정과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작품 속 픽셀화된 이미지와 전선의 배열은 기억이 생성되고 희미해졌다가 다시 떠오르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제안한다.

장수익 작가는 "전선을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는 정보와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한 기억이 아니라 잔상으로 남는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다시 바라보고, 내면에 남아 있는 흔적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역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2026 EAC 작가 지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지난 3월 허태민 작가 개인전에 이어 두 번째 전시이며, 오는 10월에는 중견 작가 허양구 개인전이 이어질 예정이다.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신진부터 중견까지 다양한 세대의 지역 작가를 소개하며 지역 미술의 저변을 넓혀갈 계획이다.
박정숙 행복북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장수익 작가는 전선이라는 일상적인 재료를 통해 기억과 감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새로운 조형 언어로 풀어냈다"며 "앞으로도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시민들이 동시대 미술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별도 예약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전시 기간에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QR코드를 활용한 오디오가이드도 함께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