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모병제는 ‘모병제’ 아니라는데…교육·처우개선으로 매력적 일자리 가능할까

김원진·강연주 기자 2026. 7. 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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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선택적 모병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해병대 연평부대에 방문해 “장기 직업군인을 선택하든 단기 징병에 응하든 선택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기술집약형 부사관 직위를 도입해 군 복무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는 선택적 모병제의 기본적인 개념”이라고 밝혔다.

선택적 모병제는 기존 의무복무 기반의 징병제를 유지하되, 첨단기술을 교육하며 일자리 매력도를 높인 기술집약형 부사관을 도입해 청년들의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징병 대상자인 청년들은 기존 18개월의 의무복무를 선택하거나 4~5년간 인공지능(AI), 드론 과학기술 분야에서 복무하는 기술집약형 부사관을 선택할 수 있다. 인구 감소로 의무복무 병사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로서 경쟁력을 높인 기술집약형 부사관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한다.

기존 부사관 제도는 단기(4년)·장기(7년) 복무와 병사로 복무를 마친 뒤 하사로 근무하는 임기제 부사관 등으로 나뉜다. 국방부는 기술집약형 부사관 도입에 맞춰 기존 부사관 제도를 개편할지는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2016년 12월 19대 대선을 앞두고 처음 이 제도를 언급했다. 복수의 안보 당국자들은 “이 대통령의 도입 의지가 명확하다”며 선택적 모병제가 공론화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20세 성인 남성은 22만4127명이었으나 0세 남아는 12만9588명으로 20년 뒤 징병 대상자는 9만여명이 줄어든다. 징병 대상자 급감에 따른 새 병역제도 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적 모병제에 담긴 세 가지 쟁점을 들여다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인천 옹진군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화력장비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매력적인 일자리인가

선택적 모병제가 안착하려면 기술집약형 부사관을 충원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부사관이라는 일자리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현재 부사관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군 부사관 충원율은 2020년 95%에서 2024년 42%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육군 부사관 전역자는 4917명이었는데 임관한 부사관 규모는 1470명으로 전역자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군 안팎에선 부사관에 대한 열악한 처우, 도심 밖 격오지 근무 등을 부사관 지원 감소의 이유로 꼽았다. 올해 하사 1호봉의 평균 월급은 280여만원이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이 같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부사관 종합 발전 4.0’을 공개했다. 이 계획에 따라 내년에는 하사 1호봉 월급이 300만원 수준으로 인상된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은 “복지, 처우도 중요하지만 대도시 근무를 선호하는 요즘 청년들의 고립감을 해소해주고 직업인으로서 어떤 예우를 해줄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사관 처우 개선에는 조 단위의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한때 모병제로 전면 전환했던 대만은 모병이 안 돼서 월급을 대졸자 초임의 2배까지 올린 뒤에야 병력 충원을 했다”며 “선택적 모병제도 순차적 도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1년 모병제로 전환했던 독일 정부는 2025년까지 상비군 20만3000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19년 18만1000명, 2022년 5월 18만4000명에 그치는 등 병력 충원이 목표치에 미달했다.

국방부는 기술집약형 부사관에게 제공할 구체적인 유인체계를 설계하는 중이다. 국방부는 기술집약형 부사관에게 AI나 사이버 안보 등 특기와 관련해 교육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군 복무 시 익힌 특기를 전역 후 취업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군 내부에선 기술집약형 부사관의 특기 교육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본업인 군 복무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해 특기를 강조하는 부사관 교육 설계에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달 1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직업계고 고졸인재 채용엑스포’에서 학생들이 해병대 부사관 채용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무복무 기간 단축은 가능한가

선택적 모병제 도입 시 징병제를 선택한 이들의 의무복무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지도 쟁점이다. 모병제와 징병제가 혼합된 구조상 기술집약형 부사관을 지원하지 않는 성인 남성은 현행대로 군에서 18개월(육군 기준)간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2022년 대선 캠프에서 선택적 모병제를 공약으로 다듬었던 전문가 그룹에선 의무복무 대상자의 군 복무 기간을 12개월로 줄이는 안을 검토했다. 청년 남성들이 사회와 격리돼 보내는 시간을 줄여주자는 취지였다.

복무 기간을 12개월로 줄이면 2040년 상비병력은 33만명, 현행 18개월 의무복무를 유지하면 38만명 선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예측치는 지난해 상비병력 약 45만명에 비해 7만~12만명가량 적지만, 국방부의 민관군 특별자문위원회가 올해 1월 유지할 것을 권고한 상비병력 35만명과 유사하다. 당시 논의에 관여했던 국방 전문가는 “선택적 모병제와 더불어 AI 기반의 첨단 스마트 군 구조 개편을 병행하면, 필요 병력이 줄어들어 의무복무 기간 단축도 가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무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9일 “의무복무 기간을 줄이는 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의무복무 병력 자원이 급감하는 상황에 복무 기간까지 줄어들 경우, 군의 적정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병력 최저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의무복무 기간을 줄이면 선택적 모병제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현실적 고민도 있다. 정부는 의무복무 기간이 12개월로 줄어들면, 4~5년간 근무해야 하는 기술집약형 부사관보단 병사로 군 생활을 마치려는 청년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3월 26일 전북 익산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육군 26-1기 부사관 임관식에서 신임부사관들이 정모를 던지며 자축하고 있다. 육군 제공
계층 차별적인가

모병제에는 늘 계층 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모병제 전환 시 저소득 가구의 청년들만 입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선택적 모병제를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택적 모병제는 경제적 형편을 기준으로 모병과 징병을 가를 뿐, 가난 때문에 사실상 ‘모병을 강요받는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건 공정도 형평도 아니다”라고 적었다.

선택적 모병제가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엔 “선택적 모병제는 사실 모병제가 아니다”라는 반론이 맞선다. 입대를 선택하는 이들만 군 복무를 하는 모병제와 달리 선택적 모병제에선 의무징집이 유지돼 경제적 배경과 무관하게 군 복무를 하게 된다. 국방부는 선택적 모병제를 추진하면서도 공식 입장으로 “모병제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선택적 모병제는 원하는 청년에게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데 방점이 찍혀 차별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가난한 청년에게 군에 가 ‘몸으로 때우라’는 접근이 아니고, 첨단기술을 배우고 활용해 경력을 쌓을 기회를 정부가 만들어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청년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 배경보단 전공에 따른 기회의 배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방부는 기술집약형 부사관 모집시 AI를 비롯한 보안, IT 계열 전공자를 우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이공계가 아닌 고졸, 문과 대학생 등은 지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치학자인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청년들이 군대에 잠겨있지 않게 부사관 직업교육을 하고 전역 후 취업과 연계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IT 계열 위주로 우대를 하면 관련 전공을 하지 않은 고교 졸업생 등은 상대적으로 기회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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