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과열, 대구는 미분양…엇갈린 시장에 커지는 TK 부동산 민심

김재욱 기자 2026. 7. 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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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리서치 조사서 대구·경북 부정평가 68.2% 전국 최고
수도권·지방 다른 시장 현실에 정책 체감도도 엇갈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아파트 단지 전경. /경북매일DB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전국적으로 과반을 넘긴 가운데 대구·경북(TK)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의 부정 평가가 확인됐다. 서울 등 수도권은 집값 과열과 가계부채 관리가 정책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반면, 대구는 미분양과 거래 침체 해소가 더 시급한 과제로 꼽히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의 현실과 정부 정책 간 체감 온도차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9.3%로 집계됐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3.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7%였다.

연령별로는 18~20대가 70.7%로 가장 높은 부정 평가를 기록했고, 30대 66.4%, 40대 59.2%, 50대 55.0%, 60대 50.3% 등 대부분 연령층에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겼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의 부정 평가가 68.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울 65.9%, 인천·경기 64.4%, 부산·울산·경남 59.8%, 강원·제주 51.8%, 충청권 50.7% 순이었다. 호남권은 32.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역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대구 부동산 시장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4298가구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3388가구로 전체의 78.8%를 차지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호황기였던 2019~2021년 집중된 공급 물량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는 데다 거래 회복도 더디면서 악성 미분양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분양이 가장 많은 달서구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5월 기준 달서구 미분양은 1305가구이며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1033가구에 달한다. 인근 공인중개업계에서는 “매수 문의보다 매도 문의가 훨씬 많고 가격을 낮춰도 거래가 쉽지 않다”며 “생활권 형성이 늦어지면서 수요도 함께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시장 심리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실제 회복세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7월 대구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81.8로 전월보다 15.1포인트 상승했고, 경북도 85.7로 14.3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의 6월 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는 서울이 0.27%, 경기가 0.19% 상승한 반면 대구는 0.03%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분양 심리 개선에도 실제 거래와 가격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최근 부동산 정책은 가계부채 관리와 시장 안정을 위한 대출 규제 강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25년 6·27 가계부채 관리대책에 이어 시중은행들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거래 자체가 위축된 지방에서는 이러한 규제의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수도권과 지방의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정책도 차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울은 과열을 진정시키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대구는 미분양 해소와 거래 활성화가 더 시급하다”며 “지역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구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을 모두 정부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목표는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라며 “대구의 미분양은 수년간 누적된 공급 과잉과 지역 경기 둔화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한 부동산학 교수는 “서울은 과열을 억제해야 하는 시장이고 대구는 침체를 회복해야 하는 시장인 만큼 동일한 정책만으로는 지역별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지방 맞춤형 부동산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단순한 정치적 평가로만 보기보다 수도권과 지방의 시장 상황 차이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서울은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정책의 중심 과제인 반면 대구는 미분양 해소와 거래 정상화가 우선 과제로 꼽히는 만큼 전국을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하는 정책만으로는 지역별 시장 상황을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묻는 조사로, 지역별 부정 평가가 나타난 구체적인 원인을 직접 조사한 것은 아니다.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역별 시장 상황과 정책 체감도, 정치적 성향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조사는 유선 전화면접 1.4%, 무선 ARS 98.6%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1.4%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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