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다음 승부처는 ‘나노’… 더 잘 연결하는 시대로 간다"

이상현 2026. 7. 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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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첨단 패키징·소재 경쟁 본격화
"GPU 넘어 풀스택 AI 생태계 필요"
황경순 삼성전자 부사장이 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비즈포럼 2026'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나노산업협회 제공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중심축이 앞으로 바뀔 것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과거에는 반도체 회로를 얼마나 미세하게 구현하느냐가 성능 향상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폭증하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연결하느냐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메모리와 공정 소재, 첨단 패키징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나노 기술력이 AI 시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업계에서는 '더 작게 만드는 기술'을 넘어 '더 잘 연결하는 기술'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9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비즈포럼 2026'에서는 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메모리·소재·장비·패키징 분야의 기술 변화와 미래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황경순 삼성전자 부사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AI 산업의 빠른 성장으로 고성능·고효율 반도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메모리와 공정 소재, 첨단 패키징 등 반도체 산업 전반의 기술 혁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경순 삼성전자 부사장이 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비즈포럼 2026'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나노산업협회 제공


이어 "반도체 성능과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나노융합 소재와 공정 기술의 역할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AI 반도체 경쟁에서 소부장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 번째 강연에 나선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메모리 중심 AI 반도체 시대의 의미와 앞으로의 도전 과제'를 주제로 AI 반도체 산업의 변화 방향을 짚었다.

권 교수는 "AI 경쟁은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들 것이냐보다 누가 AI를 구현할 반도체와 에너지, 플랫폼까지 포함한 풀스택 AI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반도체의 핵심 병목이 연산에서 메모리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에는 연산 성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메모리 병목, 즉 '메모리 월(Memory Wall)'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며 "메모리는 범용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AI 시대의 맞춤형 연산을 지원하는 핵심 반도체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를 위해 HBM 이후 하이브리드 본딩과 이종집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HBM5, HBM6 시대로 갈수록 TSV 적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본딩 피치, 절연 소재, 열전도 특성 등 나노 소재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도 AI 반도체 시대에 맞춘 기술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김현진 동진쎄미켐 상무는 "반도체 공정이 변화하면 그에 맞춰 소재의 특성과 품질도 함께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며 "고객들이 소재에 요구하는 방향은 고순도, 고대비, 고선택비"라며 "이 세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소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발표한 도현호 세메스 연구소장은 "반도체는 더 이상 미세공정만으로 성능을 높이는 시대가 아니다"며 "첨단 패키징을 통해 성능을 높이고 고성능 칩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장비 기술의 핵심은 공정을 단순히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공정을 하나로 통합해 생산성과 성능을 높이는 것"이라며 AI 시대에 대응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의 방향을 제시했다.

AI 반도체 경쟁에서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최원경 삼성전자 상무는 "AI 시대의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가 어드밴스트 패키지 기술"이라며 "다음 세대 AI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전력과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HBM과 로직, 실리콘 포토닉스 등을 통합하는 시스템 레벨 패키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 상무는 "AI 데이터센터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전력과 발열"이라며 "반도체 칩 자체뿐 아니라 시스템 환경에서 발생하는 열을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손은숙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팀장은 AI 반도체 고도화에 따라 패키징 개발 과정에서 시뮬레이션과 분석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 팀장은 "최첨단 패키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조립 기술뿐 아니라 설계, 시뮬레이션, 소재, 분석, 신뢰성 평가 등 다양한 요소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아무리 뛰어난 반도체 칩도 패키징이 완성되지 않으면 제품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윤상원 서울대 교수는 패키징 기술의 역할을 '연결'로 정의했다. 윤 교수는 "소자도 바뀌고 시스템도 바뀌면서 패키징은 그 사이를 연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며 "AI 반도체에서는 전기적·기계적·열적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앞으로 반도체 패키징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동설계(코디자인)와 다중 물리(멀티피직스) 해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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