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글로벌AI] 하이퍼스케일러들, AI 투자 경쟁 “후퇴는 없다”… ‘투자 치킨게임’ 양상

이규화 2026. 7. 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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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아마존에 AI 소극적이었던 애플까지 투자 가속화
올 데이터센터·AI칩·전력 투자 목적 회사채만 507조원
뒤처지면 생존 어렵다 경계감 팽배… AI 패권경쟁 심화
"과잉투자" 우려 여전… 수익화 성공 기업만 생존 전망
이규화 대기자


인공지능(AI) 시대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들의 투자 경쟁이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마존, 메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와 애플 등 빅테크들은 수백억달러(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잇달아 투입하며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전력 인프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투자 규모는 이미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 수준에 근접했다. AI 성능 경쟁이 곧 시장 지배력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투자를 멈추는 순간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위기감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타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메타는 8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스터전카운티에 약 90억달러(약 13조7000억원)를 들여 1기가와트(GW)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완공까지는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메타가 캐나다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완공되면 메타의 전 세계 33번째 데이터센터가 된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설비 확충을 넘어 메타의 사업 모델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사 AI 인프라의 잉여 컴퓨팅 자원을 외부 기업에 판매하거나 AI 모델 접근 권한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사업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자체 서비스 중심이던 메타가 AI 인프라 제공자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행보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7일 최소 25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달러화 회사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달 자금의 용도는 일반적인 기업 운영으로 공시했지만, 시장에서는 상당 부분이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반도체 등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달러화와 유로화, 캐나다달러, 스위스프랑 등 다양한 통화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해 왔다. 올해 자본지출 규모도 약 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가 현금창출 속도를 뛰어넘으면서 부채를 활용한 투자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아마존만의 현상이 아니다. 구글과 메타, 오라클, 엔비디아, 스페이스X 등 주요 기술기업들도 잇따라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AI 설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AI 관련 회사채 발행 규모는 3350억달러(약 507조원)로 지난해의 두 배를 웃돌 전망이다. 조달된 자금은 대부분 AI 반도체 확보와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전력 계약, 네트워크 설비 확충 등에 투입되고 있다.

애플 역시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급망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은 8일 브로드컴과 300억달러(약 45조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에서 150억개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 무선통신 칩 공급을 넘어 AI 연산에 활용되는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과 생산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생성형 AI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던 애플은 자체 AI 경쟁력 강화와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택했다. 브로드컴과의 계약은 미국 제조업 투자 확대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정책 기조에도 부합하는 행보로 평가된다.

AI 투자 경쟁이 이처럼 거세지는 배경에는 AI 산업 특유의 '규모의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더 뛰어난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산 능력과 최신 AI 반도체, 안정적인 전력 공급,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결국 자본력이 곧 AI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기업들은 수익성을 따지기 전에 시장 선점을 우선하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면 과잉투자 우려도 적지 않다. AI 서비스가 앞으로 투자 규모에 걸맞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당시처럼 인프라 투자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실제로 투자은행들은 향후 수년간 AI 인프라에 수조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결국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를 단순한 거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자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도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등 시장의 신뢰도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쟁 구도는 전통적인 가격 경쟁을 뜻하는 '치킨게임'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가격을 낮춰 상대를 소진시키는 경쟁이라기보다 막대한 자본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AI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투자 치킨게임' 또는 'AI 군비경쟁'에 가깝다.

결국 생성형 AI 시장이 플랫폼 중심의 승자독식(winner-takes-most)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최종적으로는 압도적인 인프라와 생태계를 구축한 소수 기업만이 막대한 투자 비용을 회수하며 AI 시대의 최후 승자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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