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가 숨 거두기 직전까지 붙잡은 미완의 '투란도트'...마무리는 어떻게?
'그 어느 누구도 잠들지 못하리'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겨울이면 꼭 들어야 하는 오페라 <라 보엠>를 비롯하여 <토스카>, <나비 부인>, <마농 레스코>, 그리고 단테의 『신곡』의 내용을 토대로 탄생한 3부작의 오페라 <외투>, <수녀 안젤리카>, <잔니 스키키>, 즉 <일 트리티코(Il trittico)>를 남긴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베르디, 로시니 등과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입니다.
37세의 나이에 오페라 작곡을 멈추고 남은 37년의 생애 동안 오페라를 절대 작곡하지 않았던 로시니와 달리, 푸치니는 대학을 졸업한 26세의 나이에 오페라를 처음 작곡해 38세의 나이에 <마농 레스코>를 성공시키며 작곡가 입지에 안정적으로 올랐고, 죽음이 그의 손에서 펜을 놓게 만드는 순간까지 오페라를 작곡하였습니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에 가장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어린 시절부터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었던 푸치니. 가족들의 도움으로 밀라노 음악원에 들어가 공부하였던 경험, 그리고 푸치니의 스승 폰키엘리의 도움으로 평생 동경하던 오페라를 작곡할 수 있게 되었던 힘겨운 과거의 기억들은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조차 작곡에의 열망을 꺾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1762년, 이탈리아의 극작가 카를로 고치(Carlo Gozzi, 1720~1806)는 『천일일화』 속 「칼라프 왕자와 중국 공주 이야기」를 5막의 희곡으로 완성합니다. 그리고 40년이 흐른 1802년,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프리드리히 쉴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 1769~1805)는 고치의 희곡을 『투란도트 공주(Die Prinzessin Turandot)』란 제목의 독어 희곡으로 각색합니다.
그리고 100여년이 지난 1920년, 마침내 푸치니는 자신의 마지막 대작이 될 수 있는 오페라를 이 이야기로 채우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푸치니는 이탈리아의 극작가 주세페 아다미(Giuseppe Adami, 1878~1946)와 레나토 시모니(Renato Simoni, 1875~1952)에게 의뢰하여 이탈리아어 오페라 대본을 작업합니다.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를 작곡하기 시작하였을 때부터 이미 인후암으로 투병 중이었던 푸치니는 1924년, 자신의 백조의 노래인 오페라 <투란도트>를 완성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맙니다. 위대한 작곡가의 유작이 미완성으로 남겨진 것이 안타까웠던 푸치니의 친구이자 동료인 명지휘자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는 그의 백조의 노래를 완성하기 위해 작곡가를 수소문합니다. 그렇게 당시 토리노 음악원의 원장이었던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 1876~1954)의 손에 이 오페라의 운명이 맡겨졌습니다.

알파노는 푸치니가 남겨놓은 스케치를 바탕으로 2년만인 1926년에 곡을 마무리 짓습니다. 그리고 그해 라 스칼라 극장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푸치니의 유작인 3막의 오페라 <투란도트> 초연이 올립니다. 이 초연을 감상한 알파노는 불쾌함을 표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푸치니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3막 중 ‘류의 죽음’ 장면까지만 연주된 후 지휘봉을 내려놓은 토스카니니가 관객들에게 ‘마에스트로는 여기까지 작곡하였습니다’란 말을 남기고 공연을 끝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튿날인 4월 26일의 공연에서는 알파노가 작곡한 부분까지 연주되며 <투란도트> 이야기의 마무리를 짓긴 했지만요.
알파노가 푸치니의 작품을 요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토스카니니는 알파노가 작곡한 377소절 중 1/3 정도를 날려버리고 268소절로 압축해 줄여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오페라의 마지막에 투란도트 공주의 마음이 변화되는 순간을 그린 것이 단 3소절뿐이라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남깁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오늘날에는 알파노가 작곡한 377소절을 모두 연주하는 완전판으로도 공연이 되어 좀 더 정교하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빈체로(Vincero)’ 등의 제목으로 익숙한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 즉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로 상징되는 푸치니의 백조의 노래 <투란도트>는 많은 이들에게 『천일야화』, 즉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투란도트>의 소재가 된 이야기 「칼라프 왕자와 중국 공주 이야기(The Story of prince Calaf and the princess of China)」는 『천일일화』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천일야화』가 여성을 혐오하는 샤리아르 왕에게 현명한 여인 세헤라자드가 1001일 동안 매일 밤 샤리아르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의 마음을 점차 바꾸는 액자형 구도의 책이라면, 『천일일화』는 남성을 혐오하는 파루크나즈 공주에게 유모 수틀루메네가 1001일간 매일 아침 목욕을 시켜주며 들려주는 이야기들로 채워진 액자형 소설입니다.
『천일일화』 속 「칼라프 왕자와 중국 공주 이야기」는 파루크나즈 공주를 투영한 투란도트 공주를 통하여 공주의 마음을 돌리고 페르시아의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야기입니다.
‘투란의 딸’이란 의미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타타르 국의 왕자 칼라프는 내란이 일어난 조국을 떠나 신분을 숨긴 채 머나먼 땅 중국에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공주 투란도트는 남자들을 혐오하고 있어 자신에게 청혼하는 남자들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고 맞추지 못하면 모두 참수시키고 있었습니다.
칼라프는 자신을 연모하던 노예 류와 자신의 아버지 티무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호기롭게 수수께끼에 도전하여 모두 풀어냅니다. 그러한 자신의 진심을 인정하지 않고 결혼을 거부하는 투란도트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칼라프 왕자는 다음날 해가 밝을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맞추면 결혼을 포기하겠다고 제안하죠.
이때 칼라프가 부르는 노래가 바로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입니다. 투란도트는 병사들을 동원하여 류를 붙잡아 그의 이름을 실토하라고 추궁하지만 류는 왕자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합니다. 류의 희생을 통하여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 투란도트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떠나는 칼라프를 붙잡으며 오페라는 끝이 납니다.

『천일일화』 속에서 멸망한 다른 나라의 공주였던 류가 칼라프와 함께 떠나고자 투란도트의 첩자 역할을 하고, 고치의 희곡에서는 류가 죽지 않고 자유를 얻게 되고, 쉴러의 희곡에서는 투란도트가 좋지 않은 일을 당해 남성에 대한 복수심을 지니고 있던 것으로 그려지는 등 오페라와 조금씩은 다른 부분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품이 바로 푸치니의 백조의 노래 <투란도트>입니다. 그리고 그의 유작 오페라 속 세 가지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보는 재미 역시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1. 이것은 어두운 밤을 가르며 무지갯빛으로 날아다니는 환상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아침이 되면 사라졌다가 밤에 새로 태어난다. 이것은 무엇인가?
2. 불꽃처럼 타오르나 불꽃은 아니고, 생명을 잃으면 차가워지고 승리를 꿈꾸면 뜨거워지고, 그 색은 석양처럼 붉다. 이것은 무엇인가?
3. 그대에게 불을 붙이는 얼음, 이것이 그대에게 자유를 허락하면 그대는 노예가 되고, 그대를 노예 삼으면 그대는 왕이 된다. 이것은 무엇인가?
[정답(1번부터 순서대로): 희망, 피, 투란도트]
박소현 작가•바이올린/비올라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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