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무형유산 단체 ‘두 동강’… 깊어지는 갈등에 공개 시연회 위기
반대하는 전무협 조직, ‘제명’ 등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승소
전무협 “대무연에만 지급하는 보조금 지급 방식 재검토 해달라“

대구의 전통무형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해야 할 보유자들이 극심한 내부 갈등과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매년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하는 '공개 시연회'마저 존폐 위기에 처했다. 지자체의 보조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대립까지 더해지면서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대구에는 국가무형유산 2종목(조각장, 소목장)을 비롯해 대구시 지정 무형유산으로 고산농악, 날뫼북춤, 욱수농악, 판소리, 살풀이춤 등 총 20개의 종목이 지정돼 있다.
이들 종목의 보유자 및 전승교육사 38명은 사단법인 대구무형유산연합회(이하 대무연)를 결성해 20년 넘게 활동해 왔다. 대구시는 이들의 연 1회 의무 공개 시연회를 돕기 위해 2023년부터 약 1억 원의 보조금을 대무연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신임 이사장 취임 이후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며 조직이 두 동강 났다. 징계 조치에 반발한 회원 20여 명은 별도의 비영리단체인 전통무형유산협의회(이하 전무협)를 조직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전무협 측은 "신임 이사장이 독단적으로 직원을 해임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묵살했다"면서 "이사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려 하자 되려 회원 10여 명을 부당하게 제명·자격정지시켰다"고 주장했다. 최근 법원은 전무협이 낸 제명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반면 대무연의 입장은 "반대파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단체 채팅방 조롱, 무고 등 조직적으로 업무를 방해했다. 전무협은 결국 새 단체를 만들어 시 보조금을 빼가려는 목적"이라고 말한다. 대무연은 작년 공개 시연회에 참여하지 않은 종목들의 행사는 대구시에 보조금 반환까지 했다. 이 같은 갈등이 커지자 신임 이사장은 지난 3일 사퇴했다.
감정싸움이 극에 달하면서 당장 올해 공개 시연회 일정부터 차질이 생겼다. 대무연은 다음 달에, 전무협은 오는 10월에 각각 시연회를 따로 연다. 특히 전무협 소속 종목들은 지난해부터 자비를 들여 행사를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양측의 가장 큰 갈등 요소는 '보조금 지급 방식'이다.
전무협 측은 특정 단체(대무연)에만 보조금을 몰아주는 것이 종목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행사를 자비로 치러야 하는 상황인 만큼, 대무연을 거치지 말고 구·군을 통해 종목별로 직접 보조금을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반면 대무연 측은 전무협이 정식 법인이 아닌 단체이므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회계 질서 위반이라고 반박한다. 또한 이미 올해 예산이 확정된 상태에서 이를 임의로 쪼개어 구·군으로 내려보낼 수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그동안 중재를 시도했으나 양측의 골이 너무 깊어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전무협이 요구하는 '종목별 쪼개기 지원'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상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관련 법령과 예산 집행 기준 내에서 다양한 방법을 검토했지만, 원칙적으로 목적 사업에 부합하는 법인격을 갖춘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방침상 당장 구·군에 무작정 보조금을 나눠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종목별로 지원금을 동등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시민들이 모든 종목의 문화적 자산을 고르게 즐길 수 있도록 단체 지원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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