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배우 시대 열리나…할리우드 논란 속 첫 장편 주연

전하영 기자 2026. 7. 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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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뒤흔든 틸리 노우드
장편 영화 ‘미스얼라인드’ 주연
SAG-AFTRA “배우 아냐” 반발
장편영화 주연에 나선 AI 배우 틸리 노우드.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할리우드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을 둘러싼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섰던 AI 배우 틸리 노우드가 장편 영화 주연으로 나선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틸리 노우드는 영화 '미스얼라인드'의 단독 주연으로 발탁됐다. 영화는 디지털 세계 '틸리버스'를 배경으로 한다.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AI가 다크웹 악성 봇의 유혹을 받으며 욕망과 감정을 키우고, 점차 인간다워지는 과정을 그린다.

제작은 영국 AI 전문 스튜디오 파티클6가 맡는다. 파티클6는 네덜란드 출신 배우 겸 프로듀서 엘린 판데르 펠덴이 설립한 회사다. 펠덴은 지난해 틸리 노우드를 선보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AI에 대한 인간의 현실적인 두려움과 혼란을 다루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술 활용 규칙 확립을 요구하는2023년 SAG-AFTRA 파업참가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할리우드 "노우드는 배우가 아니다"
틸리 노우드는 지난해 스위스 취리히영화제 관련 행사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당시 제작사 측이 에이전시 계약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영화계의 반발도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공식 성명을 통해 "틸리 노우드는 수많은 전문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허락 없이 학습해 생성해 낸 캐릭터"라며 비판했다. 이어 "인간 공연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인간 예술의 가치를 훼손하는 문제를 만들 것"이라며 "창의성은 인간 중심적이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AI 배우가 누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틸리 노우드의 구체적인 학습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실제 배우들의 얼굴과 목소리, 연기 방식이 동의 없이 활용됐을 경우 수익화 과정에서 초상권·음성권·연기권을 둘러싼 법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영화 '마틸다'에서 주연을 맡았던 아역 배우 출신 마라 윌슨은 "노우드를 만드는 데 수많은 젊은 여성들의 얼굴이 사용됐을 것"이라며 "그들을 고용할 수는 없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엘린 판데르 펠덴이 SNS를 통해 공개한 '틸리 노우드'의 연기 과정.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파티클6 "배우 대체 아닌 새로운 창작 도구"
반면 펠덴은 AI 배우가 인간 배우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AI가 예산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욱 자유롭게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이나 컴퓨터그래픽처럼 새로운 창작 도구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틸리 노우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배우가 됐다"며 AI가 배우들에게도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창작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기존의 스토리텔링 감각을 새로운 도구에 접목시키는 영화 제작자들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틸리 노우드.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AI 스타 파워 가능할까
AI 배우가 실제 배우를 대체하지 않더라도, 관객을 움직이는 '스타 파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업계에서는 스타 파워가 외형이나 연기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실제 경험, 팬들과의 관계 등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배우가 일시적인 화제성을 넘어 관객이 오래 기억하고 지지하는 '스타'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미스얼라인드'는 현재 초기 개발 단계다. 감독·작가·편집자 등 기존 영화 인력과 AI 전문가가 함께 작업하는 방식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제작 과정에는 AI 교육과 멘토링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