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승부는 고객…미국 간 이재용·최태원 '톱세일즈'

신지훈 기자 2026. 7. 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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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밸리·뉴욕서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
삼성은 파운드리·SK는 HBM 협력 확대
AI 공급망 주도권 경쟁 본격화
그래픽=홍연택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기술력에서 고객 확보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같은 시기 미국을 찾아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만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공정 경쟁력이나 메모리 성능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워지면서 총수들이 직접 고객을 확보하는 '톱세일즈'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오는 11일(현지시간)까지 글로벌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에 나선다. 이번 출장에는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을 총괄하게 된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사업 책임자를 대동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네트워킹을 넘어 AI 반도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영업 행보라는 해석이다. 고객사 경영진과 협력 방향을 논의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과 첨단 패키징, 생산 계획 등 실무 협의도 함께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를 앞세워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2나노 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을 결합한 'AI 토털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최근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AMD, 퀄컴, 메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과의 협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광장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본무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최태원 회장도 같은 시기 미국에서 AI 메모리 고객 확보에 나선다. 최 회장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주요 고객사들과 AI 메모리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ADR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라는 의미가 크다. 조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 패키징 투자 등에 활용될 예정으로, AI 인프라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기반 강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방미 기간에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 경영진과의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선도 경쟁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모듈인 SOCAMM과 낸드플래시,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어 고객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오른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가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창밖을 보며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두 총수의 행보는 사업 영역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워 AI 메모리 공급망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결국 AI 시대 반도체 경쟁은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장기 협력 관계를 구축하느냐가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산업이 기술 중심 경쟁에서 고객 중심 경쟁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AI 반도체는 고객 맞춤형 설계와 첨단 패키징,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함께 요구하는 만큼 기술력만으로는 대형 수주를 따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총수들이 글로벌 빅테크 CEO를 직접 만나 신뢰를 쌓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일이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최고의 기술을 갖추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고객과의 장기 파트너십"이라며 "대형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총수들의 글로벌 영업전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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