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삼성·LG...국내 대기업 주변 자연 어떻게 변했나
기업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동안 기업의 환경 책임은 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탄소중립 계획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자연과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까지 경영의 핵심 지표로 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오는 14일 일본 구마모토에서 열리는 '2026 글로벌 네이처 포지티브(Global Nature Positive) 서밋'에는 전 세계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 관계자 3000여 명이 참석해 '더많은자연(Nature Positive)' 실현 방안을 논의한다. 참가자의 3분의 2가 기업과 금융권이라는 점은 자연 회복이 더 이상 환경단체만의 의제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과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스피 상위 30개사 주변, 서울시 5.4배 면적 자연면적 감소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국내 주요 기업의 자연 리스크를 처음으로 정량화한 연구가 나왔다.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는 최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사(삼성전자우 제외 29개사)를 대상으로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의 LEAP 방법론을 적용해 국내 사업장과 주변 생태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해당 기업 사업장 내부와 반경 5㎞ 이내 영향권역에서 지난 40년 동안 감소한 자연면적은 모두 32만7837ha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5.4배에 해당한다.

서울시 5배 자연 사라졌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업장 내부에서는 개발이 비교적 쉬운 농경지와 초지 등 준생태계가 먼저 사라졌다. 1980년 3156.7ha였던 준생태계는 2020년 54.9ha로 줄어 98.3%가 감소했다. 준생태계가 대부분 개발된 이후에는 산림과 습지 등 보전 가치가 높은 자연생태계 감소가 이어졌다. 같은 기간 사업장 내부 생태계 면적은 4504.3ha에서 1458.3ha로 67.6% 줄었다.
사업장 내부 자연손실 규모는 포스코홀딩스가 1408.1ha로 가장 컸으며 삼성전자(1022.6ha), 현대자동차(734.5ha), HD한국조선해양(695.7ha), 기아(525.4ha)가 뒤를 이었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자연 감소가 모두 해당 기업의 사업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사업장 주변 자연 감소에는 산업단지 개발과 도시 확장, 도로 건설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함께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 담당자는 지난 1일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손실이 모두 해당 기업 때문에 이뤄졌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장기간의 변화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보는 연구이지 원인을 보는 조사가 아니다. 다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은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짜 중요한 자연은 공장 밖에 있다
생태적으로 반드시 보전해야 하는 지역을 뜻하는 '생태적 민감지역'을 분석한 결과 사업장 내부에서는 631.9ha였지만 사업장 주변 5㎞ 영향권에서는 18만6678.7ha로 늘어 약 295배 차이를 보였다.
생태적 민감지역에는 국립공원과 야생생물 보호구역 등 법적 보호지역, 국제적으로 중요한 생물다양성 지역(KBA), 국토환경성평가 1등급 지역 등이 포함됐다.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공장 부지보다 훨씬 넓은 주변 지역에 보전 가치가 높은 생태계가 분포하고 있으며, 기업이 사업장 주변 생태계와 어떤 접점을 갖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생태계는 공장 담장을 기준으로 무 자르듯 나뉘지 않는다. 공장은 주변 하천에서 물을 끌어 쓰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은 인근 산림과 습지까지 영향을 미친다. 물류도로와 전력망도 사업장 밖 자연환경과 연결된다.
이를 고려해 기업의 자연 전략은 사업장 내부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주변 생태계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업종이라도 자연 리스크 달라
이번 연구는 자연과의 접점 구조가 업종보다 입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보여줬다. 전기·전자·반도체·배터리 산업은 대규모 용수와 전력, 물류시설이 필요한 특성 때문에 수도권 평야와 대규모 산업단지에 집중되면서 사업장 주변 자연손실과 생태적 민감지역 접점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반면 에너지·화학·소재 산업은 대규모 공장 부지 자체에서 발생하는 자연손실이 상대적으로 컸다.

탄소 넘어 '자연' 공시하는 시대
국제사회의 '더많은자연(Nature Positive)'을 위한 행보는 실제 진행형이다. TNFD는 기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자연 훼손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위험을 공개하도록 하는 자연자본 공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자연 손실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기자와 통화한 연구 관계자는 "시가총액 30위 규모의 주요 기업들이 국가 생태계 자원 등을 일부 활용해 사업을 영위했다면 도의적인 차원에서라도 손실된 자연면적에 대한 회복 활동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은 보고서 발간사에서 "이번 연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온 점은 자연손실이 단순히 산업 특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입지 선택과 사업장 운영 방식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자연 손실이 불가피한 결과만은 아니며, 기업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충분히 줄이거나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함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장 이사장은 "기업이 사업장 경계 내부의 자연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장 영향권역의 생태계 연결성과 생태적 민감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자연 전략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 그리고 이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이해관계자와 공유하는 것이 '더많은자연'으로의 전환을 시작하는 첫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