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재개발 속도전…갈등 심하면 빼고 간다
'신통기획' 등 사업 속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 영향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업의 걸림돌이 되는 갈등 요소를 과감히 덜어내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업 규모가 일부 축소되더라도 장기간 표류하는 것보다 속도를 높이는 것이 사업성과 조합원 부담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 삼익맨숀 재건축조합, "대형평형 5동 제외하고 재건축"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일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를 열고 강동구 명일동 270번지 일대 '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사업' 통합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수정안의 핵심은 단지 내 10개 동 중 9개 동만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1984년 준공된 삼익맨숀아파트는 최고 15층, 10개 동, 768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39층, 10개 동, 990가구 규모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재건축 대상에서 제외된 곳은 5동이다. 5동은 전용면적 146㎡의 대형 평형 60가구로 구성돼 있다. 대형 평형 특성상 거래가 많지 않아 감정평가 과정에서 자산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판단한 일부 소유자들이 1+1 분양과 환급 등을 요구하면서 다른 조합원들과 수년간 갈등을 빚었다. 결국 소송으로까지 번졌고, 사업 지연이 이어지자 조합은 5동을 재건축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택했다.
신성덕 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2021년 이후 거의 4~5년 정도 사업이 멈춰있었던 탓에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하는 분담금이 2배 가량 늘어났다"며 "정상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결국 속도가 가장 중요한 만큼 5동을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 '신통기획' 등 사업 속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 영향
최근에는 삼익맨숀처럼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갈등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6월 구역계를 변경한 서울 동작구 사당18구역(사당동 180-31번지 일대)이다. 이곳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신청했지만, 사업 구역 안에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추진 중인 구역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후보지 선정이 무산됐다.
이에 사당18구역 신통기획 주택재개발사업 추진주체는 신통기획 후보지 신청을 위해 문제의 지역을 아예 구역계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지역주택사업 추진 주체를 설득해 설득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구역계를 조정하는 편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는 구역계 변경에 이어 동의서 번호를 재부여 받은 상태로 후보지 선정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비구역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구역계를 설정할 때 큰 도로나 기존 시가지의 블록 전체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정형화돼있었다"며 "최근에는 사업성을 높이고 사업 지연 요인을 줄이기 위해 일부 구역을 포함하거나 제외하는 등 구역계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신통기획 등의 정책이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는 지난해 10월 민간 중심의 정비 사업 인·허가 규제를 대대적으로 혁신한 신통기획 2.0을 발표하고 사업기간 단축과 속도 제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심의위원들의 사전 자문을 거쳐 안건을 상정하기 때문에 심의가 이전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과거에는 구역계 변경 등 정비계획 수립 절차가 행정적으로 복잡했지만, 지금은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정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