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현장 지킨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태극기’ 제 모습 찾았다

독립운동의 역사적 현장에 있던 태극기가 세월의 흔적을 덜어내고 제 모습을 찾았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국가등록문화유산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게양 태극기’의 보존 처리 작업을 마쳤다고 9일 밝혔다.
이 태극기는 1942년 이승만 전 대통령(1875∼1965)이 미국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한국 독립 만찬회를 개최할 당시 썼다고 알려졌다. 1930년대 미국의 깃발 제조 기업인 코플랜드 컴퍼니에서 제작한 것이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태극기의 제작 기법을 규명할 자료이자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사료로서 가치를 지녔다.
백색의 깃면에는 태극과 괘를 정교하게 박음질했고, 태극은 청색 직물을 먼저 고정한 후 적색 직물을 겹쳐 꿰맸다. 국기를 매는 부분인 게양면의 위·아래에는 깃봉을 끼우기 위한 황동으로 만든 쇠고리가 있다.
게양면과 깃면, 태극·괘에는 서로 다른 직조 방식이 적용된 점도 확인됐다. 게양면은 두 가닥 이상의 실을 건너뛰어 사선 무늬가 보이도록 짠 ‘능직’ 방식인 반면, 깃면은 두 개의 실을 합쳐 꼰 ‘이합연사’를 한 가닥씩 교차해 짠 ‘평직’ 방식으로 제작됐다. 태극과 괘 역시 평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깃면은 전체적으로 누렇게 색이 변했고, 습기로 인해 얼룩이 확인되는 등 곳곳이 손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태극 문양과 4괘 부분의 천이 접히거나 바느질선이 터진 곳도 확인됐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태극기를 액자에서 분리한 뒤 뒷면의 접착제를 제거하고, 주름이 생긴 부위는 미세 분무를 한 뒤 압력을 가해 형태를 안정화했다. 깃면의 표면 오염물은 부드러운 붓과 진공 흡인기로 제거했고, 누런 변색과 얼룩은 아가로스겔(홍조류에서 추출한 한천을 정제한 물질. 수분의 확산을 최소화하며 오염물을 제거)을 이용해 완화했다. 괘의 터진 부위는 기존 봉제선을 따라 보강하면서 원형을 최대한 살렸다.
태극기는 소장처인 국회기록원으로 옮겨 보관·활용할 예정이다. 센터 관계자는 “문화유산의 재질과 특성을 고려한 과학적 조사, 보존 처리를 통해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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