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간다던 바이오, 주가는 왜 줄줄이 하락하나

이혜운 기자 2026. 7. 9. 09: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증시 동력으로 주목 받던 바이오가 줄줄이 폭락하고 있다. 표면적 방아쇠는 ‘AI 쏠림’이지만, 그 밑에는 K바이오가 오래 안고 온 구조적 약점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7.42%, 셀트리온은 -14.45%, SK바이오팜은 -34.37%한미약품 -14.26%를 기록했다. 코스닥 종목인 알테오젠(-38.65%), 오름테라퓨틱(-66.91%), 리가켐바이오(-33.77%)의 하락폭은 더 컸다. 리가켐바이오는 국민성장펀드에 포함될 것으로 거론되는 종목이다. 바이오주들이 폭락하면서, 바이오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도 최근 6개월간 16% 하락했다.

◇ 방아쇠는 ‘순환적’… AI 블랙홀·금리·개별 악재

증권가는 우선 순환적 방아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AI 블랙홀’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AI 설비투자가 자금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며 “이익이 가시화되는 종목으로 돈이 몰리면서, 미래의 이익을 기대하는 성장주(바이오)가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닷컴 버블 때와 마찬가지로 주도주로의 쏠림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와 코스피에 대한 쏠림은 더 심해졌고, 반도체 이외 업종은 코스피 상승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둘째는 치솟은 글로벌 금리다. 신약 개발은 대규모 자금 조달이 전제되는 사업이라 바이오는 금리에 특히 민감하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수년 만의 고점까지 뛰면서 성장주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10년물 금리 흐름을 보면 당장 바이오 주가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셋째는 겹겹이 쌓인 개별 악재다. 삼천당제약의 R&D 신뢰 논란이 투자심리를 흔든 뒤, 에이비엘바이오·알테오젠의 ‘기대 이하’ 뉴스가 잇따르며 도미노 매도로 번졌다. 지난 7월 2일 미국 메타발 ‘AI 반도체 공급과잉’ 우려로 코스피가 급락하는 등 대외 충격이 겹칠 때마다, 체력이 약한 바이오는 더 크게 흔들렸다.

◇ 근본 원인은 ‘기술수출 단타’?

일각에서는 K바이오의 기술이 블록버스터 스타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지적한다.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이 혁신 후보물질을 만들 순 있어도 끝까지 직접 상업화하지 못하고 R&D 중간재 상태로 글로벌 빅파마에 넘기는 ‘기술수출(License-Out) 의존’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업프론트(계약금)와 마일스톤은 받지만, 최종 판매로 이어지는 가치는 빅파마가 가져간다.

실제로 2012년 이후 1조원이 넘는 대형 기술수출만 열 건 이상이지만(한미약품 1조800억원, 알테오젠 1조6190억원, 유한양행 1조4000억원, 에이비엘바이오 4조원 등), 1999년 첫 국산 신약 이후 2024년 11월까지 허가된 38개 국산 신약 가운데 글로벌 ‘블록버스터’는 아직 없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를 두고 “기술수출은 분명한 성과지만, 동시에 완주(完走) 역량의 부족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다국가 임상 경험 부족, 제한적 자본력, 글로벌 마케팅·유통 네트워크 부재가 ‘완주’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쏠림이 완화될 때 비로소 바이오 비중이 높은 코스닥의 약진이 예상된다”면서도 “당분간 AI 반도체 중심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저점 분할 매수를 조언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