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로봇이 재료 옮겨 자동 용접… 생산성 2배로 높인 ‘스마트 조선’[‘피지컬 AI 혁명’ 현장을 가다]
업계 최초 자율제조체계 구현
전체 러그 물량 95% 소화가능
하루 112개 생산 → 210개로
인력 부족한 선박생산에 ‘활력’
러그 공정서만 年5억 절감 기대
연내 다품종 생산라인도 추가

울산=김성훈 기자
지난 6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선각 5공장. 작업장 바닥에는 삼각형, 원형 등 모양을 지닌 50㎝ 남짓의 철자재가 도형별로 쌓여 있었다. 선박 제조의 필수 부재인 러그(lug)를 만드는 재료들이다. 곧바로 팔 형태를 갖춘 주황색 산업용 핸들링로봇이 각 재료를 옮겨 쉴 새 없이 용접 토치를 놀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러그가 완성됐다. 로봇은 인공지능(AI)이 접목된 레이저비전센서(LVS)를 통해 스스로 용접 라인을 인식했고 자동으로 작업을 수행해냈다.
이곳에서 만난 김봉석 HD현대중공업 중형선자동화혁신부 부서장은 “기존에는 사람이 일일이 만들었던 탓에 제작 수량도 제한적이라 외부 발주처에서 보조해왔다”며 “이제는 한 명의 오퍼레이터가 로봇 전체를 관리하면서 원래 물량 이상으로 제조가 가능해 생산성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이 업계 최초로 피지컬 AI 기반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제조 AI 대전환)를 현장에 적용하며 스마트 조선소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조선업은 통상적으로 제조업 중에서도 자동화가 가장 어려운 불모지로 손꼽혀왔다. 주로 야외 위주로 진행되는 거칠고 투박한 악조건 속에서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용 로봇과 자율주행로봇(AMR)이 공정 곳곳에 도입되면서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어려움을 겪어온 선박 생산 체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박은 수백 개의 블록으로 조립된다. 블록을 크레인으로 옮길 때 고리 역할을 하는 부품을 러그라고 부른다. 러그는 배 한 척당 2000여 개가 필요한데, 얼마 전까지 숙련공의 수작업으로만 제작됐다. 일 평균 생산량도 재생 물량을 포함해 112개 수준에 그쳤다. 연간 수주 목표를 올 상반기에 일찌감치 달성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10년 만의 슈퍼사이클(초호황)에 빈 도크 없이 ‘풀 가동’으로 건조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에 따라 필요한 러그 수량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선각 공정에 총 10대(산업용 8대·AMR 2대)를 신규 도입했다. 로봇 제조는 HD현대로보틱스가 맡았고, AI 시스템은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했다. 지금은 로봇이 절단부터 정렬, 용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처리한다. 사람이 지게차로 옮겼던 자재 운반과 다 쓴 러그를 정비하는 작업도 모두 로봇의 몫이다.

피지컬 AI는 새 러그 제작뿐만 아니라 기존 것을 재활용하는 공정에도 활용됐다. 사용된 러그의 울퉁불퉁한 거친 표면에 로봇이 몇 차례 용접 과정을 거치자 섬광과 함께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사람이라면 비지땀을 쏟아야 했겠지만, 정교한 절단·가공 기능을 지닌 로봇 덕에 단 몇 분만에 매끄럽게 연마된 재생 러그가 탄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러그는 다시 현장으로 보내져 재사용된다.
김 부서장은 “현재 하루 생산 가능한 러그는 210개 정도로 기존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며 “울산 조선소 전체에 쓰이는 연간 12만 개까지 직접 소화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러그 자율제조 시스템의 실제 성과는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도입 이후 생산량은 기존 대비 87.5% 향상됐다. 또 기존 3종에 불과했던 자율제조 품목도 현재 제작 37종, 재생 80종까지 확대돼 전체 러그 물량의 약 95%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HD현대중공업은 러그 공정에서만 연간 약 5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러그 자율제조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해 생산성 및 품질 향상 ‘시즌 2’를 구현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다품종 유연 생산 제작라인을 추가로 신설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까지 접목하는 등 기존 제작·재생 라인의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단행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품질 측면에서도 로봇 기반 작업 덕에 작업자 숙련도에 따른 편차가 대폭 줄어 선박과 함정 건조 공정에 필요한 러그를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도 줄이고 위험 작업 노출도 최소화되면서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까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수요가 많은 3종의 러그만 자동 생산 중이나 연말까지 로봇 제조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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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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