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 프레스콜 현장 기후·환경 위기를 컨템포러리 발레로 김주원 연출·유회웅 안무·김광현 지휘 17~18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초연 막스 리히터 ‘사계’ 라이브 기대 높아 3년 차 시즌 발레단이지만 ‘응집력’
2026년 시즌 예술단체인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이 8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다듬채에서 마련한 프레스콜에서 컨템포러리 발레 신작 '사계: Time in Tides(시간의 물결)’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수석 무용수 홍주연과 김희현(객원)의 2인무 모습. 클래식부산 제공
무대에 오르기 전, 이미 공연은 시작되고 있었다. 완성된 장면 대신 과정의 밀도를 드러낸 ‘프레스콜’에서 시즌 예술단체 3년 차를 맞이한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의 신작 ‘사계: Time in Tides(시간의 물결)’는 작품의 방향과 에너지를 선명하게 예고했다. 올해 총 네 작품이 준비되는 2026시즌 두 번째 공연이다.
8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다듬채 연습실. 김주원 예술감독·연출과 김희현(객원)·이주호·홍주연·장유미 등 수석을 포함한 18명의 무용수는 약 25분간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무대 장치도, 라이브 연주도 없는 상태였지만, 오히려 그 조건이 움직임의 밀도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냈다. 공연은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과 18일 오후 5시, 같은 공간의 중극장에서 본 무대로 이어진다.
작품은 막스 리히터(Max Richter)가 재구성한 ‘사계’를 기반으로 한다. 비발디의 원곡이 질서와 균형의 세계를 구축한다면, 리히터의 음악은 반복과 균열 속에서 붕괴와 회복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김주원 감독은 이를 “사라져 가고 무너져 가는 사회”로 읽어내며, 기후와 환경 위기의 감각을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2026년 시즌 예술단체인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이 8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다듬채에서 마련한 프레스콜에서 컨템포러리 발레 신작 '사계: Time in Tides(시간의 물결)’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클래식부산 제공
쇼케이스는 봄 1악장에서 시작됐다. 솔로 바이올린 선율 위로 16명의 군무가 얼어붙은 대지를 형상화한다. 그 사이를 가르며 등장한 김희현은 장면의 중심을 단숨에 장악한다. 이어지는 2인무에서 김희현과 홍주연은 서로의 몸을 지탱하고 무너뜨리며 긴장과 충돌을 축적한다. 계절이 여름으로 넘어가자 움직임은 급격히 팽창한다. 무용수들은 구르고 도약하며 공간을 밀어붙이고, 연습실은 더 이상 연습실의 크기로 감각되지 않는다.
'사계: Time in Tides(시간의 물결)’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클래식부산 제공
'사계: Time in Tides(시간의 물결)’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클래식부산 제공
유회웅(유회웅리버티홀) 안무의 특징인 밀도 높은 에너지는 이 작품에서도 선명하다. 무용수들은 천 슈즈와 토슈즈를 빠르게 교체하며 클래식과 컨템포러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정제된 라인과 거친 신체 사용이 교차하는 방식은, 리히터 음악의 구조와도 맞물린다. 폭발 직전까지 밀어붙이는 힘과, 그 안에서 미세하게 조율되는 감각이 동시에 요구된다.
아직 라이브 음악은 결합하지 않은 상태다. 프레스콜과 연습은 음원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 공백은 오히려 또 하나의 기대를 남긴다. 김광현이 지휘하는 18인조 클래식부산 오케스트라가 본 공연에서 라이브로 연주를 맡는다. 저작권 문제로도 드문 리히터 ‘사계’의 라이브 구현이다. 솔로 바이올린은 부산 출신으로 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국립오케스트라 종신 악장을 지낸 김재원 이화여대 교수가 맡는다. 움직임과 음악이 실제로 맞물리는 순간, 지금의 장면들은 또 한 번 다른 밀도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의 신작 ‘사계: Time in Tides(시간의 물결)’ 프레스콜을 진행한 김주원 예술감독. 김은영 기자 key66@
이번 작품은 명확한 서사를 제시하지 않는다. 김주원 감독은 “추상화처럼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무용수들은 자연이자 인간으로 기능하며, 장면마다 다른 상태를 통과한다. 환경의 붕괴 역시 특정 사건이 아니라 감각의 층위로 제시된다. 관객은 이를 따라가며 각자의 ‘사계’를 구성하게 된다.
무대는 영상과 함께 확장된다. LED를 기반으로 한 비주얼은 음악과 신체 사이에 또 하나의 층위를 형성한다. 비주얼 디렉터 박훈규(MUTO)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이미지로 장면의 리듬을 증폭시킬 예정이다.
'사계: Time in Tides(시간의 물결)’ 쇼케이스 공연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출연진의 면면도 부산 발레의 현재를 보여준다. 로잔 발레 콩쿠르 입상 뒤 미국 보스턴발레단 주니어 컴퍼니에 합류한 김보경이 일시 귀국해 함께했고, 독일 브레머하펜과 켐니츠 발레단 인턴십을 거친 박소정도 무대에 섰다. 폴란드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조한나는 부산 출신 무용수로서 휴가까지 내고 지도위원으로 참여해, 지역과 해외를 오가는 부산 발레의 확장된 지형을 보여줬다.
'사계: Time in Tides(시간의 물결)’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비록 시즌제이지만,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은 창단 3년 차를 맞았다. 프로젝트 단위로 모이고 흩어지는 구조 속에서도 무용수들의 합은 이전보다 분명히 응집돼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 축적된 변화는 군무의 밀도와 타이밍에서 드러났다. 완성 이전의 상태였지만, 이미 하나의 방향성은 충분히 감지됐다.
익숙한 ‘사계’를 해체하고 다시 쌓아 올리는 이번 작업은, 계절을 재현하기보다 지금의 시간 감각을 드러내는 데 가까워 보인다. 프레스콜은 그 과정의 한 단면이었다. 그리고 그 단면만으로도, 이 작품이 어디까지 밀고 나갈지에 대한 기대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클래식부산과 부산문화회관 공동 기획으로 선보인다. 티켓 가격은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이며, 부산문화회관 누리집과 전화(051-607-6000)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