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엔 패트리엇, 한국엔 원잠?…디테일 없는 트럼프 ‘승인 정치’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7. 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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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2026년 나토(NATO) 정상회의가 열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회담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대표 방공 무기인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주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패트리엇이 절실한 우크라이나로서는 가장 원했던 지원 가운데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로 트럼프의 패트리엇 발언을 꼽기도 했다.

패트리엇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의존해 온 핵심 방공 체계다. 그러나 전쟁이 4년째 이어지면서 요격미사일 재고는 빠르게 줄고 있다. 러시아는 미사일 생산을 늘리고 있고, 미국의 패트리엇 생산량은 제한적이다. 미국이 계속 재고를 보내주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는 이날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엇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리가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직접 생산 능력을 갖추면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의 부담을 줄이고 러시아의 장기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 발언 이후 넘어야 할 산적한 과제들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발표 직후 “이제 어려운 부분이 시작된다”고 짚었다. 실제 생산까지는 미국 정부의 정식 승인, 기술 이전 협상, 우크라이나 업체 선정, RTX·록히드마틴 등 미국 방산업체와의 협력, 생산 시설 구축, 핵심 부품 공급망 확보, 러시아 공격으로부터 공장 방어 등 수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자신도 “아직 (방산) 회사에는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금까지 패트리엇 생산 라이선스를 허용한 나라는 독일과 일본뿐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같은 길을 열어주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지만, 그만큼 절차와 기술 장벽도 높다는 평가다. 특히 러시아 탄도미사일 요격에 더 효과적인 최신 PAC-3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먼저 생산할 수 있는 것은 기술적으로 상대적으로 단순한 PAC-2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실제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엇을 생산하기까지 최소 1년, 현실적으로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패트리엇은 최종 조립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성능 탐색기, 로켓 모터, 추진체, 전자 장비 등 복잡한 부품 공급망이 맞물려야 하는 무기 체계기 때문이다. 수년 뒤가 아니라 당장 이번 여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야 하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몇 년 뒤 생산될 미사일보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요격 미사일이 더 절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트럼프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논의와도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뒤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의 원잠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공개 승인 발언 이후에도 실제 추진은 간단하지 않다. 한국이 원잠을 건조하려면 핵연료 확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미국의 기술 이전 범위, 군사용 핵물질 사용에 대한 별도 합의, 미국 정부 부처 간 심사, 의회의 비확산 우려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지난달 서울에서 트럼프의 ‘승인 발언’ 이후 반년이 지나서야 첫 공식 안보 협의를 열고 한국의 원잠 추진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 등을 논의했다. 양국은 연내 협의 틀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군사용 원자력 활용은 미국법상 별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미국 군함 건조 협력도 비슷한 흐름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줄 수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국방부와 해군은 한국 조선 업체들에 전투함과 급유함 관련 정보 요청서(RFI)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역시 미국 행정부가 한국 조선 업체의 역량을 들여다보는 단계일 뿐, 실제 예산 사용을 통제하는 미 의회가 국방 예산을 배정하거나 2027 회계연도 관련 법을 고친 것도 아니어서 행정부와 의회의 온도 차에 따른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승인했다” “허용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 정책은 관련 업체와의 협의, 행정부 심사, 의회 승인, 예산, 기술 이전, 공급망 구축 등 그 이후부터 모든 후속 절차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트럼프의 ‘승인 발언’은 실제로는 출발선에도 제대로 서지 않은 ‘정치적 신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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