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작가 "실패와 낙담, 고쳐 쓰는 과정이야말로 인간적"
꿈 매개로 디스토피아적 미래 그려…인간다운 삶 질문
"기술 자체는 중립적…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선과 악 달려"
![김중혁 작가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9/yonhap/20260709080740830rczx.jpg)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인간이 정복하고 싶지만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게 꿈의 영역 같아요. 우리가 현실이 아닌 어떤 것을 통해 계시를 받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는 점에서 꿈과 소설은 비슷하단 생각도 들었죠."
독창적 상상력과 발랄한 유머 감각으로 한국 문단에 자신만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소설가 김중혁(55)이 4년 만에 장편소설을 펴냈다. 신작 '꿈이다 아니다'(안온북스 펴냄)는 꿈을 소재로 한 SF 범죄 스릴러다.
!['꿈이다 아니다' [안온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9/yonhap/20260709080741030eqkv.jpg)
자본이 꿈 설계·판매하는 미래…음모에 맞선 이야기
김중혁 작가는 지난 8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을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작품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약 3년 전이지만, 그 생각의 씨앗이 언제 어떻게 머릿속에 심어졌는지는 기억조차 어렵단 것이다.
다만 '메모광'으로 소문난 그는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작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차곡차곡 모아왔다고 덧붙였다.
책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실제 많은 기사와 작품과 노래들이 영감을 줬다. 자각몽을 연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유리스믹스의 노래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 뇌 손상 환자가 수면제를 먹고 정상 능력을 회복했다는 기사 등등.
그렇게 광범위한 수집과 상상력으로 빚어낸 꿈의 세계는 거대하고 정교한 '꿈의 디스토피아'다.
작품은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고, 기술의 발달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릿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인간의 꿈을 영상으로 저장하고 변환해주는 혁신적 디바이스를 개발한 스타트업 '달리'는 인간이 원하는 꿈을 맞춤으로 제작해주는 뇌파 제어 시스템 '갈라' 서비스를 선보인다.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 행복했던 기억을 설정하면 완벽한 단꿈을 체험할 수 있는 '멋진 신세계'. 꿈은 단순한 무의식의 산물이 아닌 자본이 설계하고 판매하는 상품이 된 것이다.
고가의 서비스지만, 가혹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갈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달콤한 꿈의 이면에는 '영생'이란 말로 사람들을 꾀어, 영원한 꿈속에 가둔 채 육체를 거래하려는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다.
작가는 꿈을 매개로 한 자본과 기술, 종교의 결탁을 겨냥하며, 과연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달리가 제공하는 안락한 꿈의 세상에 비하면 현실은 실패와 후회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런 실패와 후회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고, 작가는 완벽하지만 거짓된 행복보다는 불완전하기에 인간적인 삶을 긍정한다.
"내가 선택해서 얻는 게 아니고, 그냥 주어지는 거잖아요. 오늘 실수하고 바보 같다고 후회하고, 다음 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어떤 날에는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그런데 전보다는 덜 힘들어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내가 선택한 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삶이 아니면 난 재미없어요."(137∼138쪽)
작가는 또 음모를 밝히기 위해 권력에 맞서는 사람들을 다루면서도, 기술의 진보를 마냥 비관 혹은 낙관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기술이라는 게 자체로 선과 악이 없고, 중립적인 것"이라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중혁 작가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9/yonhap/20260709080741220qpca.jpg)
"만년필로 원고 쓰며 새 경험…실제 꿈 서비스 나오면 써볼 것"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데뷔한 김중혁은 한국 문단에서 '재미와 실험성을 동시에 갖춘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좀비들'과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같은 장편은 김중혁 특유의 장르적 상상력과 문학성을 함께 보여준 대표적 작품들이다.
작가는 신작에서도 SF적 상상력과 팽팽한 범죄 미스터리를 씨실과 날실 삼아 꿈의 세계를 직조해낸다.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쓰는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김중혁은 "한 차례 작품을 쓴 뒤 출판사에 원고를 건넸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쓰는 과정을 거쳐 작품이 완성됐다"고 했다. 덕분에 작품의 후반부가 많이 바뀌었고, 서술자를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소설의 시점도 다양한 문학적 실험을 거쳐 완성됐다.
작가는 특히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 고유의 글쓰기 능력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김중혁 작가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9/yonhap/20260709080741395ardy.jpg)
"처음에 컴퓨터로 원고를 쓴 다음에 마음에 들지 않아 '어떻게 하면 다르게 쓸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만년필로 원고를 다시 썼는데 이게 되게 새롭더라고요."
작가는 "노동처럼 손가락에 힘을 주어 글을 썼더니 글을 쓰는 속도가 느려졌는데, 그 속도가 제가 생각하는 속도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생각과 글쓰기가 동기화되면서 비슷한 속도로 (작업이) 진행되니 새로운 재미가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또 이런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도 처음에 쓴 원고가 실패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실패하는 과정과 낙담하고 다시 쓰는 과정, 그러면서도 다시 반복되는 실패와 고쳐 쓰기가 무척 인간적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글쓰기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작가에게 실제 현실에서도 '갈라' 같은 서비스가 있다면 사용해 볼 의향이 있는지도 물었다.
"저는 '얼리 어답터'(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매해 사용해보는 사람)라 무조건 해볼 것 같은데요. 그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어떤 사람들에게 돈을 빼가려는 것인지 관심이 많아서 꼭 처음에 실험적으로라도 써 볼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뭐든 빨리 싫증을 내는 편이긴 합니다. (웃음)"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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