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 중등 3남매 공룡능선 완주하다

성인도 힘들어하는 난코스인 설악산 공룡능선을 완주한 3남매가 화제다. 박건형(중1), 박승아(초5), 박슬아(초4)다. 산불방지기간이 끝난 직후인 지난 5월 16일, 아버지 박주현(43)씨의 손을 꼭 잡고 설악산 오색에서 공룡능선을 거쳐 소공원으로 하산하는 약 20km 코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었다.
박씨는 "늘 가족끼리만 산행하다가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헬로트레킹이라는 카페를 통해 함산(단체 산행)으로 공룡능선을 주파하게 됐다"며 "애들이 어른을 따라갈 수 있을지, 시간 내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어서 꾸준히 훈련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 걸었다"고 전했다.
특히 산행 도중 아이들에게 가방 정리를 위해 쓰레기를 달라고 했더니 사오지 않은 간식 포장지나 과일 껍데기가 잔뜩 나와 놀랐다고 한다. 지나가는 산꾼들과 헬로트레킹 회원들에게 예쁨을 듬뿍 받았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공룡능선이 물론 힘들었지만 재밌었고, 다음에 또 가고 싶다고 의기양양하다. 다음은 가족과의 일문일답.

언제부터 산행을 시작하셨나요?
주현 2021년부터네요. 그때 아내가 취직을 해서 주말에 무조건 일을 나가게 됐습니다. 즉 주말에 애들을 온전히 저 혼자 봐야 되는 상황이 된 거죠. 처음에는 집에만 있었는데 거의 하루 종일 잠만 자게 되더라고요. 코로나 시국이라 애들이랑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었고요.
그때 같이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겨울에는 자전거 대신 등산을 다닌다고, 영남알프스 9봉을 완등하면 은화를 준다는 소식을 알려 주셨어요. 저는 등산이 어려운 줄도 모르고 산책 정도 될 거라 생각해서 주말에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한테 '산꼭대기로 소풍가자'고 꼬셔서 산행을 시작했죠.
첫 산행지는 어디로 잡으셨나요? 당시 기억이 나시나요?
주현 영남알프스 9봉 전에 연습으로 부산 금정산을 다녀왔습니다. 하산하고 나서 차에 타자마자 아이들한테 어땠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모두 코 고는 소리로 답하더라고요. 그만큼 힘들었나 봐요.
건형, 승아, 슬아 첫 산행으로 오른 산이오? 음… 어느 산인지 기억이 안 나요.

아이들하고 계속 같이 산행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현 영남알프스 9봉 중 첫 봉우리인 간월산에 도전했을 때네요. 간월재에 도착하기 직전에 셋째 슬아가 더 가기 싫다고 집에 가자고 징징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간월재라도 찍고 가고 싶어서 아이스크림 사주겠다고 달래고 달래서 갔죠. 도착해서 아이스크림을 다 같이 먹고 내려갈 채비를 하는데 갑자기 슬아가 '올라갈 수 있다. 꼭대기 가자!'고 하는 겁니다. 그 사이에 아이가 변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뻤어요. 그래서 결국 정상까지 갔다 왔죠. 아이스크림도 내려오면서 하나 더 사줬고요. 아마 이때 포기하고 하산했으면 더 이상 산행은 없었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 산을 다니는 게 힘들지 않나요? 산행지 선택이나 산행 빈도는 보통 어떤가요?
주현 육체적으론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정신적으로는 좀 인내가 필요해요. 애들이 어릴수록 많이 쉬어야 하거든요. 빈도는 일주일에 한 번 가려고 노력하는데 비가 오면 무조건 취소합니다. 다른 약속 등도 있어서 한 달에 2~4번 가게 되네요. 먼 지방의 산이나 장거리 종주 같은 건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만 합니다. 올해는 상반기 공룡능선, 하반기 덕유산 육구종주를 계획 중이네요.

짐은 어떻게 지고 다니시나요? 또 꼭 챙기는 게 있다면?
주현 짐은 가급적 제가 다 들고 갑니다. 대피소에서 하루 머물거나 너무 더우면 물의 양이 많아져서 첫째까지 배낭을 메요. 하지만 둘째, 셋째는 무조건 몸만 갑니다. 아이들은 빨리 지치는 편이라 최대한 덜 지치게 해야 멀리 갈 수 있어서 제가 최대한 들려고 해요. 꼭 챙기는 게 있다면 의약품, 사탕이나 젤리죠. 그리고 날씨예보도 꼭 봅니다.
아이들에게도 좀 물어보고 싶네요. 산에 가면 기분이 어떤가요?
건형 그냥 기분이 좋아요. 승아 아무 생각이 없어요.
슬아 갈 때는 힘들단 생각만 드는데, 정상 가면 경치가 예뻐서 기분이 좋아요.
제일 재밌었던 산은 어디인가요?
건형 지리산 화대종주요.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산에서 멧돼지도 봤었어요! 생태탐방원에 가서 반달가슴곰도 봤고요.
승아 저는 고헌산이오. 서봉에서 염소를 만났었어요.
슬아 저는 어린이날에 갔던 신불산! 끝나고 마라탕 먹으러 갔었거든요.

가장 힘들었던 산행을 꼽자면?
건형, 승아 설악산 귀때기청봉 너덜길이 힘들었어요.
슬아 저는 금백종주 30km가 힘들었어요.
산에 가기 싫을 때가 있나요?
모두 그런 때는 없어요.
아빠와 언제까지 같이 산에 가고 싶나요?
건형 갈 수 있는 한 계속!
승아 음… 잘 모르겠어요.
슬아 일단은 중3까지!
마지막으로 아버님에게 묻겠습니다. 산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나요?
주현 지금은 놀이터예요. 신나게 놀고, 뛰는 장이죠. 나중에는 추억의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지금은 전국 곳곳의 산 정상에 기억의 씨앗을 남겨두는 과정인 셈이죠. 이 씨앗이 자라면 가족과 함께한 뜻깊은 추억이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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