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북부 여행의 새로운 챕터
야생의 정글과 청량한 바다가 어우러진 북부 오키나와에서 보낸 짧고 굵은 3일.

신비로운 초록빛 정글, 얀바루
찬연한 바다를 즐기며 느긋하게 쉬어 가는 휴양의 정석. 오키나와에서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건 아마 이런 걸 거다. 하지만 오키나와의 북부로 향한다면 상상해 왔던 뻔한 풍경의 경계를 기분 좋게 넘어선다. 울창한 아열대 원시림, '얀바루(山原)'의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기 때문이다. 얀바루는 오키나와 말로 '병풍처럼 이어진 산과 울창한 숲이 펼쳐진 땅'을 의미한다. 이곳에는 오키나와 본섬이 오랜 시간 본토와 격리되어 있으면서 보존된 희귀한 동식물이 가득하다. 얀바루만의 독특한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 덕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뜻하는 건 아니다. 얀바루 숲은 과거 류큐 왕국이 오키나와를 통일한 15세기에서 19세기 사이, 왕실 관리와 지역 공동체의 관리하에 오키나와섬 중부와 남부에 목재와 숯을 공급하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관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그게 결론적으론 생태계를 유지하게 하는 버팀목이 된 셈이다. 현재는 단순히 바라보는 자연을 넘어 가볍게 트레킹, 카약과 같은 친환경 액티비티를 즐기며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 자연의 원시적이고 역동적인 숨결이 보존된 얀바루에 새로운 테마파크가 들어섰다. 초록빛 정글을 무대로 한 대자연 몰입형 테마파크 '정글리아'다.

정글리아로 향하던 길 위에서 혹시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자연에 해를 미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스쳤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정글리아는 과거 골프장이었던 부지를 철거해 숲으로 복원하는 과정과 더불어 자연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만든 곳이라 했다. 계획 단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환경적 측면을 철저하게 고려하며 지속 가능한 관광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오래전 류큐 왕국 시절의 노력과도 어느 정도 맞닿은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오키나와의 새 얼굴, 정글리아
오키나와의 자연이 그대로 놀이터가 된 정글리아는 정글, 그리고 공룡이라는 키워드로 '몰입형'이란 콘셉트에 집중했다. 차를 타고 정글을 다이내믹하게 가로지르며 실물 크기의 거대한 공룡을 마주하는 '다이노소어 사파리'부터, 숲과 동굴, 다리를 지나 아기 공룡을 찾아가는 탐험형 콘텐츠 '파인딩 다이노소어' 등 빠져들 수밖에 없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다.

당연히 외국인도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동시통역 기기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세계관에 제대로 몰입하게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는 직원들도 독보적이다. 동시통역 기기가 그 노력을 그대로 담아낼 수 없음이 아쉬울 만큼.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흥분을 감출 수 없을 테고, 어른이라 해도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포인트다.


그뿐만 아니라, 숲 위를 새처럼 날아 보는 집라인, 높이 떠올라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는 열기구, 버기카를 타고 정글을 만끽하는 체험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건 '얀바루 토네이도'인데, 하늘 위로 솟아올라 빙글빙글 돌며 스릴감 있게 절경을 만끽하는 어트랙션이다. 놀이기구 마스터라면 내리자마자 다시 줄 서기에 동참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온종일 초록과 함께하는 자연 친화적 테마파크라니, 새롭다.



정글리아만의 또 다른 차별화 지점은 미식과 스파다. 도무지 테마파크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을 접목했는데, 그게 또 꽤 매력적이다. 우선, 오키나와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들이 돋보인다. 울창한 숲 뷰가 펼쳐지는 '파노라마 다이닝'에선 파인 다이닝 부럽지 않은 코스 요리를 맛봤다. 바다 포도를 비롯한 오키나와산 해산물부터, 오키나와 바나나와 요거트 등 오키나와식 미식의 향연이 따로 없었다. 그런가 하면 '트로피컬 오아시스'에서는 현지 채소와 항정살을 활용한 시저 샐러드와 현지 생선과 해산물, 채소를 활용한 부야베스 요리를 즐겼다. 테마파크에서 그저 끼니를 때우는 게 아닌, 진짜 오키나와의 맛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는 건 좀 감동적인 지점이다.

트로피컬 오아시스 바로 옆에는 '스파 정글리아'가 있다. 남국의 리조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압도적인 숲 전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인피니티 탕이 하이라이트. 이 밖에도 석회암탕 등 천연 온천부터 제트 스파까지 럭셔리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스파로 힐링할 수 있다. 아열대 기후 아래 온종일 땀 흘리며 즐기는 모험 후의 마침표로 최적의 장소다.
오키나와 북부의 매력
오키나와 북부의 매력 탐방을 여기에서 끝낼 순 없다. 효율적인 북부 여행 동선을 위해 정한 숙소는 '오리온 모토부 리조트 & 스파'였다. 정글리아와도 제휴를 맺고 있는 곳이니 북부 탐험엔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다. 바로 앞에는 에메랄드 비치가 펼쳐져 있어 물놀이하기도 좋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신비로운 '비세 후쿠기 가로수길'이 있다.

구글맵을 켜고 이름난 가로수길을 찾아 나섰다. 지금의 동화적인 모습을 완성하게 된 건, 마을을 폭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후쿠기(福木, 망고스틴 속 아열대성 상록 활엽수) 나무를 심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수령 약 300년에 이르는 2만여 그루의 싱그러운 나무가 마주보고 늘어선 길은 자연이 완성한 완벽한 터널이다. 고요함 속에 1km 남짓한 이 산책길을 걷다가 사진을 찍고 또 찍는 바람에 하마터면 다음 일정에 늦을 뻔했다. 그만큼 꼭 한 번쯤 마주해 봄 직한 풍경이다. 여유가 있다면 오키나와 전통 가옥이 남아 있는 비세 마을 전체를 천천히 거닐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음은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추라우미 수족관이다. 숙소에서 차로 5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수족관 자체가 워낙 오랜만이라 물속을 유영하는 다양한 생물들을 감상하며 빠져들었다. 거대한 창 너머 수조 안을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상어와 만타 가오리의 몸짓 앞에선 경외심마저 들었다. 멈춰 서서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 또한 심해 속에 들어온 듯 묘한 평온함이 깃든다. 수족관 밖으로 나오면 돌고래 라군, 바다거북관 등 또 다른 해양 생물을 만날 수 있고, 해안 산책길을 따라 거닐 수도 있다. 바다를 바로 곁에 두고 있으니 괜히 더 몰입하게 되는 게 이곳의 장점이다.
사실 장마 기간으로 접어드는 시기의 오키나와 여행이었기에 내심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모든 우려가 무색하게 북부 오키나와는 이따금 얼굴을 내미는 맑은 하늘과 그 아래 빛을 머금은 찬란한 바다, 그리고 흐린 날엔 더욱 짙어진 녹색의 원시림으로 반겼다. 여운이 진한, 다시 보고 싶은 풍경이다.
글 김나영 사진 김나영, 정글리아 오키나와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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