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체크] SNS 뒤흔든 '천연 위고비'… 정말 효과 있을까?

김지은 기자 2026. 7. 9. 07:2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비만치료제 유행 속에서 등장해 인기를 끈 이른바 ‘천연 위고비’ 식단. 실제 효능은 어떨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먼센스]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다이어터들 사이에서도 연일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 이 열풍이 엉뚱하게도 다이어터들의 식탁 위로 옮겨붙었다. 최근 틱톡,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 상에서는 완반숙(노른자가 흐르지는 않지만 젤리처럼 촉촉하고 부드러움이 살아있는 상태) 달걀에 올리브유를 듬뿍 뿌려 먹는 이른바 '천연 위고비' 식단이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 조합으로 먹기만 하면 위고비 주사를 맞은 것처럼 식욕이 뚝 떨어진다"는 자극적인 후기 영상들이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했다. 약을 구하기 힘들거나 부작용이 두려웠던 사람들에게 값싸고 간편한 음식 조합이 구세주처럼 떠오른 것. 하지만 정말 평범한 식재료의 만남이 혁신적인 비만치료제에 견줄 수 있는 효능을 발휘할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포만감… 음식은 2분 VS 약물은 170시간

결론부터 말하면 의학적 효과와 과학적 메커니즘 면에서 두 대상은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다. 우선 왜 하필 수많은 음식 중 반완숙 달걀과 올리브유의 조합이었을지 살펴보자. 유행의 이면에는 그럴듯한 영양학적 핑계가 숨어 있다. 대표적인 우수 단백질 식품인 달걀을 완벽히 익혀 먹기보다, 노른자가 촉촉한 반숙이나 완반숙 상태로 조리했을 때 위장 내 체류 시간이 길어져 단백질 특유의 포만감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단백질이 소화돼 잘게 쪼개지면 아미노산과 펩타이드 형태가 되는데 소장에 있는 L-세포에는 이 아미노산을 감지하는 센서(수용체)들이 유독 많이 분포해 있다. 아미노산이 이 센서를 자극하면 장 세포는 즉각적으로 "고농도의 영양분이 들어왔으니 소화를 늦추고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내라"며 오젬픽이나 위고비의 모태가 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리고 올리브유의 주성분인 올레산(불포화지방산)이 소장 세포를 자극해 GLP-1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는 두 가지 사실이 결합했다.

위고비는 체내에서 식욕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유도하는 장 호르몬 'GLP-1'의 유사 호르몬을 만들어 같은 효과를 내게 만든 전문 의약품이다. 물론, 우리가 평소에 음식을 먹을 때도 장에서 자연스럽게 GLP-1 호르몬이 분비된다. 문제는 자연적인 음식물 섭취로 분비되는 GLP-1의 작용 시간이 너무나도 짧고 약하다는 것이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부 교수는 "음식으로 분비되는 GLP-1은 우리 몸속에서 반감기가 채 2분이 안 될 정도로 짧고 약하게 작용하고 사라진다"며 "반면 GLP-1 치료제인 위고비의 반감기는 약 170시간에 달한다. 주사를 맞으면 온종일, 나아가 일주일 가까이 GLP-1의 작용이 체내에서 끊임없이 유지된다"고 했다. 이어 "특정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이러한 약물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호르몬 작용을 복제해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 효과가 반드시 '달걀과 올리브유'라는 특정 조합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박용우 교수는 오히려 대중이 상업적인 마케팅에 현혹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특정 음식만 고집하는 '원 푸드', 득보다 실이 큰 이유

'달걀과 올리브유' 조합이 영양학적으로 양질의 단백질과 좋은 지방의 만남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조합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다이어트를 올바른 식단 관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특정 음식만 먹는 행위는 다이어트의 지속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몸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신체의 정상적인 대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 영양소들을 골고루 세포에 공급해 줘야 한다. 하지만 달걀과 기름 두 가지 재료만으로는 비타민, 미네랄, 그리고 장 건강에 필수적인 식이섬유 등 몸에 꼭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채울 수 없다. 또한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하게 먹으면 독이 되거나 되레 살이 찌는 원인이 된다.

박용우 교수는 "특정 음식을 지나치게 강조해 그것만 고집스럽게 먹는다면 필연적으로 체내 영양소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다이어트 효과는커녕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GLP-1 촉진하는 음식들? '단백질ㆍ좋은 지방ㆍ식이섬유'

그렇다면 비싼 약을 먹지 못하거나 일상에서 건강하게 포만감을 유도해 다이어트에 진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의학적으로 장내에서 GLP-1 분비를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자극하는 성분은 단백질과 지방뿐만이 아니다. 식물 성분 속에 숨겨진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과 대장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 역시 호르몬 분비의 숨은 주역들이다.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이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무사히 내려가면, 대장 내 유익균들이 이를 분해하고 작용하는 과정에서 단쇄지방산(탄소 사슬이 짧아 몸에 흡수가 빠른 지방산)의 일종인 낙산(butyrate)을 만들어낸다. 바로 이 낙산이 장 세포를 자극해 GLP-1 분비를 강력하게 유도한다.

가장 이상적인 다이어트 식단은 단 하나의 스타 식재료만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음식과 좋은 지방ㆍ통곡물과 식이섬유를 골고루 식탁 위에 차려 다양한 영양소의 시너지를 이뤄내는 것이다. 따라서 단백질(달걀, 두부, 닭가슴살, 생선)에 그릭요거트나 견과류 같은 좋은 지방, 그리고 채소 샐러드나 블루베리 같은 식이섬유 및 폴리페놀 조합을 곁들이면 좋다.

한국인의 입맛과 영양 균형을 모두 잡은 구체적인 대체 조합은 무엇이 있을까. 박 교수는 "식물성 단백질인 두부에 식이섬유가 풍부한 김치를 곁들이고 오메가-3 지방산이 가득한 들기름을 떨어뜨린 두부ㆍ김치ㆍ들기름의 조합이 좋다"며 "연어나 고등어 같은 질 좋은 단백질·지방 생선에 나물 반찬으로 식이섬유를 채우고, 잡곡밥이나 렌틸콩밥, 퀴노아밥 같은 복합 탄수화물을 함께 먹는 지중해식 한식도 추천한다"고 했다. 더불어 "한 가지 식재료만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식재료를 먹는 것이 영양소 균형 측면에서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우 교수는 위고비, 천연 위고비 같은 다이어트 비법이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해 "다이어트의 목표가 특정 체중이 되어선 안 된다"며 "언제나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건강에 해롭고 몸을 망치는 음식을 끊지 못하면서 체중계 눈금을 줄이려고 위고비나 마운자로 주사를 맞는 것은 길게 보면 몸을 더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REDIT INFO

취재 이해나(헬스콘텐츠그룹 기자)

도움말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부 교수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