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원 사태 그 후, 탈시설한 정호씨의 자립생활기

인천·김다은 기자 2026. 7. 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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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2020년부터 색동원에서 거주한 하정호씨가 자립 생활을 시작했다. 시설 이전 기록만 남아 있었던 과거와 달리, 새로 찍은 사진과 친구들의 안부 연락이 그의 시간을 기록 중이다.
2020년부터 색동원에서 거주한 하정호씨가 올해 6월, 시설을 나와 자립 생활을 시작했다. 자신의 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1970년생인 하정호씨(가명·55)의 공식 기록은 그가 25살이 된 1995년부터 시작된다. 그해 그는 인천 인정재활원(구 명화원)에 살았다. 1995년 거주지 정보가 첫 줄인 그의 주민등록초본은 무연고자인 그가 이전에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그 무엇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의 50여 년 삶을 가장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색동원에서 작성한 서류에 적힌 몇 줄이다. ‘△2009년 색동원(인천) 입소 △201○년 ㅁ시설(광양) 입소 △201○년 ㅇ요양시설 (인천) 입소 △2020년 색동원(인천) 재입소.’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기록에 오직 장소만 있다.

이 단출한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 하나는, 하정호씨가 색동원 같은 ‘폭력적인’ 시설을 겪은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가 20대를 보낸 인천 인정재활원에서는 시설 종사자가 전깃줄로 거주인의 발과 목을 감고 줄을 벽에 걸어두어 질식사하게 한 일이 벌어졌다. 잠을 자지 않고 여러 방을 걸어 다닌다는 이유였다. 이 일이 벌어진 1998년, 해당 시설의 원장이 거주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국고지원금과 기부금 등 4억여 원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 지역 봉사단체 홈페이지에 2007년, 목욕 봉사자들과 30대 청년 하정호씨가 같이 찍은 사진이 있다. 그는 지금보다 마르고 젊다. 푸른색 스웨터를 입은 정호씨는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색동원 거주인 68%는 이미 이전 거주 시설에서 학대를 경험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에는 2024년 기준 장애인 학대 판정 사례가 1449건으로, 집단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장애인 학대는 이 중 345건으로 집계됐다. 집단이용 시설 중에서도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벌어진 학대 사례는 184건으로 53.3%를 차지한다.

중증장애인 30여 명이 거주한 인천 장애인 시설 색동원에서도 다르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발단은 지난해 3월, 시설장에 의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다. 시설장은 지역 내 사회복지 분야 요직을 거친 인물이었다. 계기는 우연했다. 색동원에서 생활하던 딸이 머리를 다쳤는데 봉합까지 다 끝난 후에야 연락을 받게 된 보호자가 사고 경위를 알기 위해 시설 내 CCTV 열람을 요청했다. 종사자들은 CCTV 열람 권한이 없다며 끝까지 이를 거부했고, 딸을 집으로 데려온 어머니는 그날 밤 딸에게 8년 전 처음 시설에 입소할 때부터 시설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말을 듣게 됐다(2026년 1월22일 〈중앙일보〉 보도). 시설 종사자들의 폭행 사실도 드러났다. 그렇게 시설 안에서 수년간 집단적으로 은폐된 사건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색동원 거주인 모두 피해자이자 목격자

피해자들이 장애로 구술 진술이 어렵기에 경찰의 성폭력 피해 조사는 쉽지 않았다. 장기간 일어난 피해인 만큼 피해 장소와 날짜 등을 특정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장애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 수사 기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인천 색동원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서 활동하는 조하 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 및 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는 해바라기센터에서 진행된 피해자 조사 과정에 동행하며 느낀 아쉬움을 이렇게 전했다.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종사자들의 증명사진을 A4 용지에 8명씩, 흑백으로 출력해 보여주면서 피해자들에게 가해자를 특정하라고 하더라. 실제 당사자를 본 적 있는 나조차 사진 속 모습과 연결하기 어려운 이들이 있었다. 인지능력이 매우 좋고, 목격 진술을 적극적으로 하던 피해자가 있었는데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결국 ‘아무것도 못 봤다’라며 입을 닫기도 했다.”

색동원 사건 재판장인 엄기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5월15일 현장검증 후 기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인천시 강화군 의뢰로 진행된 우석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의 피해자 심층 조사 결과는 이 사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우석대 인지과학연구소는 신안 염전 강제노역 사건을 비롯해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장수 벧엘의 집·원주 귀래 사랑의집·서울 인강원 인권유린 사건 등 장애인 학대 피해 심층 조사를 30여 회 진행해왔다.

우석대 인지과학연구소의 심층 조사 결과, 색동원 퇴소자 포함 여성 거주인 전원(20명)이 시설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를 진행한 전지수 우석대 교수는 “성폭행이 은밀하게 행해진 것이 아니고, 한 방에 3명이 함께 생활하는데 2명이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른 한 명을 공공연히 성폭행”하는 등 거주인들이 느꼈을 공포와 참혹함이 상당하다며 색동원 사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진술이 가능한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집단적 고통’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설장이 옆방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면 ‘오늘은 내가 피했다’고 안도하다가도 곧 그 방에서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괴로웠다.”

색동원 1층 원장실. 서울중앙지법은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색동원의 전 시설장 김 아무개씨와 관련해 5월15일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시사IN 이명익

색동원 출신 50대 여성 ㄱ씨는 현재 지역의 한 피해자보호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소는 ㄱ씨를 13차례에 걸쳐 상담했다. ㄱ씨는 질문이나 지시어에 대한 이해력은 있지만 ‘안녕’ ‘감사’ 같은 간단한 어휘만을 분절적으로, 불명확하게 구사한다. 상담소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인체를 본뜬 해부학 인형을 이용한 행동분석 상담 시 ㄱ씨가 수차례 반복적으로 보인 행동에 대해 설명했다. “대개는 인형을 마주 보게 하거나 상의부터 옷을 벗기는데 ㄱ씨는 단 한 번도 그러지 않고 바지를 바로 벗겼다.” 그리고 남성의 성기 모형을 이용해 특정한 표현을 재현했다. 상담을 진행한 관계자는 실제로 성적인 접촉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ㄱ씨는 특정 인물(종사자)이 다른 거주인을 때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재 색동원 시설장은 여성 거주인들에 대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인정된 피해자는 여성 거주인 20명 중 단 3명이다. ㄱ씨 역시 경찰로부터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다.

남성 거주인 16명도 폭행과 학대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올해 2월, 남성 거주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우석대 인지과학연구소의 2차 조사에서다. 심층 조사 당시 하정호씨를 지원한 조용배 전 민들레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조사를 마친 뒤, 정호씨가 매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첫날 나를 만났을 때는 굉장히 긴장한 듯했고 저녁 약도 거부하는 등 낯선 사람과 환경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같이 하룻밤을 자고, 정호씨가 매일 아침 샤워를 하는 루틴이 있어 씻을 때 활동 보조도 해드리고 나니 훨씬 마음이 편해진 모습이었다. 그런데 심층 조사를 한 뒤에는 정말로 많이 힘들어했다. 다시 색동원으로 돌아가는 차를 타야 했는데 전혀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시사IN〉이 입수한, 우석대 인지과학연구소 2차 보고서에 따르면 하정호씨는 고개 끄덕임과 신체 재현, 음성 표현을 통해 생활재활교사 ㄴ씨에게 맞았다며 반복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정호씨는 ㄴ씨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두 손을 교차해 묶는 모습 등을 표현하기도 했다. 매듭이 풀리지 않게 단단하게 묶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재현했다. 본인이 겪은 일이라 잘 아느냐는 질문에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 외에도 다른 거주인들이 맞았다는 목격 진술을 했는데, 특정 여성 거주인이 맞는 것을 보았냐는 질문에 뺨을 때리는 모습을 재현하기도 했다.

조용배 활동가는 심층 조사 이후 하정호씨와 헤어지면서 “우리 다음에는 시설 밖에서 만나요”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랬던 정호씨를 넉 달이 지난 6월에 다시 만났다. 그것도 정호씨가 색동원을 나와 새롭게 마련한 ‘집’에서.

중증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을까?

2026년 6월15일, 하정호씨의 시설 생활은 색동원을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정호씨와 남성 거주인 두 명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로, 원장도 관리자도 없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정호씨는 이날 색동원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 관내 ‘자립생활주택’에 짐을 풀었다.

짐은 단출했다. 2020년부터 색동원에서 생활해온 그의 짐은 개인 차 한 대에 모두 실렸다. 사계절 옷과 칫솔, 비누, 침구류를 넣은 종이 박스 1개와 리빙 박스 3개. 55개입 롤 티슈 하나. 55년을 살아온 그의 취향이 담긴 소지품은 ‘옛사랑’으로 시작하는 노래가 저장된 USB와 카세트테이프, 로봇 두 개와 색연필, 스케치북이 전부였다.

하정호씨는 5월29일 인천시 자립지원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자립이 결정된 5명 중 한 명이다. 색동원 거주인 중 자립 의지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이들만 선별하여 심의를 한 뒤 제반 지원이 이루어졌다. 그가 향한 자립생활주택은 지역사회에 적응하기 전 3개월여간 생활하는 곳이다. 이곳을 거쳐 9월쯤 혼자 사는 ‘자립지원주택’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새로 살게 된 집에는 자립생활 ‘선배’도 있다. 낮에는 직업재활 시설에 나가 쇼핑백을 만드는 발달장애인 두 명이 정호씨의 동거인이다. 앞으로 일상생활을 도와줄 활동지원사는 정호씨가 색동원을 나설 때부터 주택에 도착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색동원에서 생활하다 자립하게 된 하정호씨(가명)가 6월22일 자립주택에 입주하면서 색동원 공대위 활동가들과 집들이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하정호씨처럼 ‘탈시설’을 하는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크게 세 가지 지원을 받는다. 첫째, 일상생활 영위를 위해 1대 1로 돌봄을 제공하는 활동 서비스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거쳐 장애 정도에 따른 활동 서비스 바우처가 나오면, 그 금액에 맞게 활동지원사의 활동 시간이 정해진다. 장애 유형이나 생활의 특성에 따라 주간 또는 야간 등 필요한 시간에 지원받을 수 있다. 2021년 정부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며 거주 시설 중심 돌봄에서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로의 정책 전환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2022년부터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은 2026년까지 이어지며 2027년부터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자립지원법’ 시행과 함께 본사업이 시작된다.

올해 2월 기준, 장애인 506명이 시범 사업을 통해 탈시설에 성공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 약 73%(370명)가 발달장애인(자폐·지적 장애)이며 90%(456명)가 중증장애인이다. 이처럼 장애인의 탈시설은 정부의 정책 기조 위에서 꾸준히 성공 사례를 축적해가는 중이다. 시범 사업 기간 대상자의 유형에 따라 활동 서비스 시간이 한 달에 200시간가량 추가 지원되기도 한다. 하정호씨의 경우 추가 지원 200시간 중 60시간만 한시적으로 지원을 받아 총 월 330시간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을 확보했다.

둘째는 주거 지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배정받는다. 색동원 거주인들의 탈시설을 위해서는 LH와 인천도시공사(IH)를 통한 주택 확보가 필수적이다. 물량이 한정되어 입주 시기가 맞지 않을 경우 정호씨가 묵는 (단기)자립생활주택 등에서 서너 명이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색동원 공대위는 색동원 거주인에 대한 주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주거 지원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LH를 통해 주택 10채가 확보되었지만 IH에서는 주택 물량을 배정하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월 3만원 수준의 임대료로 신혼부부·신생아 가구에 주택을 지원하는 ‘천원주택’ 사업으로 이미 IH 임대주택 1200호가 배정되어 있다”라며 색동원 거주인을 위한 주택 확보에 난색을 표했다. 공대위 측은 학대 사건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소수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5월14일 자립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색동원 남성 거주인들이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1인당 1000만원씩 지급되는 자립정착지원금 역시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인천시 예산에는 장애인 자립정착지원금이 1억원으로 책정되어 최대 10인까지만 지원이 가능하다. 담당자는 “현재 색동원에서 나온 세 분 모두에 대한 자립정착금도 바로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탈시설 지원을 위한 제도는 있지만, 예산과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인천판 도가니 사건’이라 명명하며 색동원 사태를 심각하게 주시하겠다던 정부의 선언과 달리 국회와 지자체의 대책은 미온적이다. 지난 4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민생 추경’만 처리하겠다며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색동원 거주인 자립지원 예산 8억6000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탈시설 장애인은 지역 내 장애인 자립생활센터(IL센터) 등을 통해 일자리와 자립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 하정호씨는 당분간 인천 IL센터와 같은 건물에서 운영하는 ‘바래미 야학’에서 한글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자조 모임에 나가 친구들을 사귈 계획이다. 이 모든 일은 정호씨 혼자가 아닌 활동지원사, 자립생활센터 담당자 등과 동행하며 안전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앞으로 정호씨에게는 몇 줄의 시설 이전 기록이 아닌, 그가 누구인지 말해줄 더 많은 사진과 편지, 글이 생길 것이다. 이미 그의 새 휴대전화 갤러리에는 그가 지금껏 가져본 것보다 많은 사진이 채워졌다.

 5월14일 자립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색동원 남성 거주인들이 서울 중구 혜화동에 위치한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그림 수업에 참여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색동원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종인 인천 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사무국장은 색동원 거주인 전원에 대한 탈시설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더 이상 ‘피해자를 치워버리고 처리해버리는’ 방식으로 시설 내 장애인 학대 사건이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장애인자립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탈시설이라는 역사적 변화를 이끌 초석이 되는 법이다. 이런 시기에 색동원 사건이 발생했다. 이제 국가와 시스템이라는 공적 자원을 통해 시설 학대 피해자들이 삶을 회복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 사건을 함께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다. 앞으로 시설 내 장애인 학대 사건이 생기면 ‘색동원을 보라. 다 같이 살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진척을 이루어야 한다.”

다시, 6월15일. 색동원에서 출발해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첫날, 하정호씨는 창밖의 여러 풍경을 손으로 가리키며 연신 웃었다. 강화초지대교를 지날 때 바다가 나타나자 왼손으로 파도가 치는 물결 모양을 만들었다. 저 멀리 풍력단지가 보이자 손으로 둥글게 둥글게 날개가 돌아가는 모양도 따라 했다. 편마비가 있는 정호씨는 오른손에 강직이 있어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달리 보면, 그저 왼손 사용이 서툰 왼손잡이처럼 보인다. 편의점과 주꾸미 식당, 돌을 쌓아 만든 조형물, 타이어 가게가 정호씨의 관심을 끌었다. ‘저것 좀 보라’는 듯 계속 창밖을 손으로 가리켰다. 누군가 “편의점” 하고 정호씨가 가리킨 것을 옳게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응, 어엉” 하고 답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하정호씨에게 언어는 그가 배우고 익혀온 표현 방식이 아니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글자로 된 메뉴판 대신 사진을 보여주면 원하는 것을 가리킨다. 카페에서 휴대전화로 음료 사진을 찾아 보여주니 음료 대신 디저트인 흰 떡을 골랐다. 자기만의 속도로, 집중해서 먹었다. 글을 쓸 때도 대다수가 쓰는 방식이 아닌 자기만의 순서로 한 글자 한 글자 쓴다. 그럴 때의 정호씨는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도 듣지 못할 만큼 집중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겪을 새로운 경험이 그에게 더 많은 단어를 알려줄 것이다.

지난 3월 강화군은 색동원 시설폐쇄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결정대로 시행하려면 시설에 남아 있는 거주인들에게 색동원이 아닌 다른 주거지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동안 학대 피해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속칭 ‘시설 뺑뺑이’. 즉, 타 시설로의 이전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선택도 가능하다. 하정호씨가 첫발을 내디딘 ‘탈시설’ 말이다.

인천·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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