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아들 장가보내려고요”…사진 들고 직접 ‘대리 맞선’ 뛰는 日부모들

일본에서 부모가 직접 자녀의 배우자를 찾아 나서는 이른바 ‘대리 혼활(婚活)’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연애와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부모들이 자녀 대신 맞선 자리에 참석해 상대를 물색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됐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부모들끼리 자녀의 신상과 직업 등을 소개하며 결혼 상대를 찾아주는 교류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혼활은 취업 활동처럼 적극적으로 결혼 상대를 찾는 활동을 뜻하는 일본식 표현이다.
대표적인 단체인 ‘좋은 인연 부모의 모임’은 2005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750회 넘는 행사를 개최했다. 첫해 110명 수준이던 참가자는 지난해 2334명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도 25~49세 미혼 자녀를 둔 부모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의사와 대학 교수, 회사 임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자녀를 소개하기 위해 모였다.
행사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의 사진과 직업, 학력, 키, 자격증 등이 담긴 프로필을 들고 다니며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양측 부모가 호감을 보이면 이후 실제 만남은 자녀들이 이어가는 방식이다. 참가비는 회당 1만6000엔(한화 약 15만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연애가 어려워진 사회 분위기와 만남 자체가 줄어든 환경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메이지가쿠인대 사회심리학과 키토 미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과 이해충돌 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회사나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연애로 이어질 기회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매칭 애플리케이션 등 새로운 만남의 창구는 늘었지만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아 부모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도 과거처럼 주변에서 배우자를 소개해주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부모의 권유가 혼활의 출발점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혼활 서비스 업체 브라이즈시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30세 이상 미혼 자녀를 둔 부모의 48.3%가 자녀의 결혼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CNN도 이 같은 현상을 조명했다. CNN은 생활비 상승과 경제적 불확실성, 직장 문화 변화 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일본인이 줄어드는 가운데 손주를 기대하는 부모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80대 한 부부는 49세 아들이 일에 치여 연애를 하지 못하자 신문에서 관련 행사를 보고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부모가 대신 나서는 혼활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성혼율은 약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주최 측은 결혼까지 이어져도 부모들이 결과를 알리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아 실제 성사 비율은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남의 대리 혼활을 경험한 저널리스트 이시카와 유키는 일반적인 맞선과 달리 부모들 사이에서는 가족 구성이나 가정환경까지 평가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의 성격이나 매력은 현장에서 충분히 전달하기 어려운 만큼 부모가 객관적으로 자녀를 소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혜린 AX콘텐츠랩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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