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로

유청희 2026. 7. 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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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빼앗긴 이주노동자가 있다. 지난 1일 SK에코플랜트의 철도 건설공사 평택-오송구간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인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토사 반출용 컨베이어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와 지지대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또다시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또다시 이주노동자의 죽음이다. 게다가 컨베이어벨트 작업 중에 발생한 중대재해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지난 3월 사망한 베트남 노동자 응우옌 뚜안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컨베이어벨트 점검을 혼자 맡아 했다는 점, 또 컨베이어벨트를 멈추지 않은 채 점검 작업을 했다는 것까지 동일하다. 우리가 그동안 목격해 온 것처럼 컨베이어벨트를 중단시키지 않고 점검할 경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중대재해가 발생했음에도 또다시 노동자 안전을 위한 전원 차단, 비상 정지장치 확보 등 사고 예방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동일한 사고로 또 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최근 산업재해 사망자수가 크게 줄어 지난 1분기에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를 들여다보면 반길 수가 없다.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 113명 중 이주노동자 사망자수는 18명으로 전체의 15.9%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약 3천만명 대비 외국인 취업자는 약 110만명으로 3.6%에 불과하지만 산업재해 사망자 비중은 월등히 높다.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는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사망률이 한국 노동자보다 약 3배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험은 권리 없는 노동자에게로, 하청노동자·이주노동자에게로 떠넘겨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시급히 안전문제를 개선해야 할 현장은 바로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안전에서도 열악한 곳에서 일할 뿐 아니라, 임금 차별까지 받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울산 HD현대중공업 앞에서 현대중공업에 부당계약 철회와 임금삭감 철회를 요구하는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에 스리랑카·베트남·네팔·방글라데시·태국 등 1천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차별을 멈추라고,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계기는 HD현대중공업의 부당계약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내국인 노동자와 차별을 두어 직접 고용 이주노동자들(E-7-3 비자)에게 계약서상 임금에서 식대 등 명목으로 56만원을 공제했고,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 5월에 현대중공업은 기본급을 대폭 삭감한 근로계약서 체결을 요구했고 거부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관리자들의 압박에도 이주노동자들은 계약서 서명을 거부하고 6월부터 집회 등을 하며 싸움을 이어왔고, 드디어 전국적인 공동행동대회를 연 것이다. (공동행동이 열리기 전 현대중공업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식사 무상 제공 계획과, 식대 공제액 전액 소급 지급, 차등 없는 성과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울산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한 계약을 거부했고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했다. 당연히 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하지만 회사는 차별로 답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지시받는 사람, 차별당하는 외부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라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이 차별당해도 되는 존재, 주는 대로 받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기업과 한국 정부가 아닌가.

지금 한국 사회 노동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없는 것은 권리다. 이들에게 목소리를 낼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은 취하지만 위험하고 차별하는 사업장을 떠날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다. 정부의 노동안전보건 대책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안전보건교육을 받을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노동 현장의 주체가 되는 것까지 상정한 적이 없다. 정부에서도 노동자가 산재 예방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주체에 이주노동자도 포함돼 있을까? 이주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모든 노동자들처럼 위험하다면 위험하다고 말하고, 위험 작업을 거부할 수 있고, 노동환경과 처우개선을 요구할 권리다.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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