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이모저모

누적 관중 800만 돌파. 2026 북중미 월드컵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축구팬들의 마음은 좋지 못했지만, 대회 전반을 보면 인상적인 장면들이 적지 않다.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노르웨이는 '바이킹 노젓기' 응원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수많은 팬이 관중석에서 전통적인 바이킹 배의 노를 젓는 시늉을 하며 일제히 "루!"라고 외치는 장면은 장관이다. 일본 응원단은 자신들이 머무른 관중석의 쓰레기를 모두 주워 파란색 비닐봉투에 담았고, 이를 본 상대팀 팬들과 현지 관중들도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축구팬들이 팔레스타인을 향한 응원과 연대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작 팔레스타인 팀은 본선에 참가하지 못했는데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프리 팔레스타인" 구호를 외친다.
씁쓸한 장면들도 있었다. 미국은 이란 대표팀 관계자와 스태프에게 입국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미국 영토 내 체류도 사실상 허용하지 않아서, 결국 이란은 멕시코 티후아나에 베이스캠프를 차려야만 했다. 하지만 멕시코는 이란 대표팀을 환대했다. 이란 팀이 체류하는 호텔 주변에 멕시코 팬들이 몰려들어 선수들의 사인을 받아가기도 했다. 나중에 이란 팀은 멕시코 사람들에게 현지어로 감사 인사를 남겼다.
경기 입장권은 아무나 사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유동가격제(dynamic pricing)를 도입해, 경기·좌석·수요에 따라 가격이 계속 바뀌게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별리그 입장권은 60달러부터 시작하지만, 실제 판매 페이지에서는 180~700달러까지 올라갔다. 결승전 입장권은 8천달러가 넘는 가격이 매겨졌고, 경기 개최 도시 간 이동과 숙박을 합친 패키지 상품도 고가에 판매됐다.
FIFA와 대형 중계권자와 운영사들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동안에도 경기장과 호텔의 서비스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며 월세를 걱정한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 개막 전부터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로스앤젤레스 경기장에서 일하는 약 2천명의 조리사, 웨이터, 바텐더, 주방보조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FIFA와 경기장 운영사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미국이민단속국(ICE)과 국경수비대로부터의 보호, 둘째 자동화 대체와 하청화로부터 일자리를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할 것, 셋째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및 규제다. 일자리를 자동화하지 말라는 요구는 일자리의 양에 대한 것이고, 하청화하지 말라는 요구는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경기장에서 2021년부터 바텐더로 일한 에바는 말했다. "우리가 없으면 경기장도 없는 거예요. 그들이 요리를 하나요? 그들이 음료를 따르나요? 그들이 사람들을 접대하나요?" 이런 노동자들의 96%가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사측은 월드컵 개막전에서 노동자들이 피켓을 드는 사태가 벌어지면 곤란하다고 판단했는지, 결국 이들과 잠정협약을 타결했다.
경기 개최 도시 중 하나인 시애틀에서는 힐튼호텔 노동자 100여명이 파업 찬반투표에 나섰다. 이들은 임금인상, 건강보험 상시 제공, ICE로부터의 보호,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호텔 인력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서 모든 부서가 최소 인원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호텔 프론트데스크에서 일하는 헤이든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 일자리를 하나만 가질 권리가 있잖아요. 집에 돌아갔을 때 가족을 위한 에너지가 남아 있어야 하잖아요."
필라델피아주에서는 6개 호텔 노동자들이 월드컵 기간 파업을 예고하며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들 역시 실질적인 임금인상, 객실 청소 직원의 업무량 상한제, 이민 노동자 보호, 저렴한 의료보험 등을 요구했다. 호텔 종업원 마시아는 월드컵으로 필라델피아 지역에서만 7억7천만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는 수치를 인용하며 "그 혜택의 일부는 이 산업을 지탱하는 사람들에게도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컵은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라지만, 경기 '직관'과 오프라인 경험의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월드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처우개선과 권리 보호를 요구한다. 신기하게도 월드컵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립연구자(livewit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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