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사용 금지된 지사제까지?"…편의점 상비약 확대 명분 재검토 제기
공공심야약국 확대·편의점 24시간 영업 축소도 근거…"확대보다 약국 인프라 강화 우선"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요구의 대표 품목이었던 지사제가 최근 소아·청소년 사용 금지 대상이 되면서, 편의점 의약품 확대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나왔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은 8일 발표한 정책보고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명분의 재검토'를 통해 "편의점 상비약 제도는 확대가 아니라 제도 도입 당시의 예외적 목적에 맞게 축소·정비·재정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의 소아·청소년 적응증 삭제 절차를 진행하면서 만 19세 미만 사용이 사실상 제한된 사례를 대표적인 근거로 제시했다.
약준모는 "지사제는 편의점 업계와 일부 시민단체, 정치권이 수년간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1순위 품목으로 요구해 온 효능군"이라며 "당시에는 '오남용 우려가 적고 안전한 약'이라는 논리가 반복됐지만 실제로는 안전성 정보가 변화하면서 소아 사용이 금지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는 2019년 원료 중 납 검출 우려로 만 2세 미만과 임부·수유부 사용이 금지된 데 이어, 올해는 소아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 성분이 확인되면서 '24개월 이상 소아의 급성 설사' 적응증 삭제와 만 19세 미만 사용 제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 사례가 편의점 판매 확대 논리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약준모는 "확대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면 약사의 개입 없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과정에서 허가사항 변경 정보를 적시에 전달하거나 연령별 판매를 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일반의약품의 안전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재평가와 품질검사 결과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또한 편의점 위해의약품 판매차단시스템은 제품 바코드 단위로 판매를 허용하거나 차단하는 기능만 갖고 있어 구매자 연령 확인이나 실제 복용 대상 확인, '성인은 가능하지만 소아는 금지'와 같은 조건부 판매 통제는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약국에서는 약사가 복용 대상자의 연령을 확인하고 대체 치료법을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편의점 확대의 근거였던 접근성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공공심야약국은 정부 지원 기준 64곳에서 220곳으로 확대됐고, 소아 야간·휴일진료기관 연계 약국도 2017년 38곳에서 올해 254곳으로 증가했다.
반면 편의점은 심야 영업을 중단하는 점포가 꾸준히 늘어 GS25의 경우 24시간 미영업 점포 비율이 2019년 15.0%에서 2024년 23.6%로 증가했으며, 이마트24는 전체 매장의 약 80%가 심야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약준모는 "2012년 제도 도입 당시 '심야에는 약국이 닫고 편의점은 항상 열린다'는 전제가 이미 상당 부분 변화했다"며 "국민 불편 해소의 우선 과제는 편의점 판매 품목 확대가 아니라 공공심야약국 확대와 휴일지킴이약국 접근성 강화, 취약지역 약료 인프라 보완"이라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정책 제언으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중단 △약국 기반 야간·휴일 약료체계 강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관리 정상화 △취약지역 중심 약료 인프라 확대 △허가사항 변경 대응체계 제도화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