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한 명의 암 환자를 위한 통합진료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6. 7. 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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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시열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분야별로 숙련된 전문 의료진과 첨단 의료기술이 필수적이다.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과거 부담이 컸던 치료들도 한층 정밀하고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다. 크기가 작아 일반적인 검사로 접근하기 힘든 폐종양은 로봇 내시경으로 조직을 채취해 진단할 수 있다. 또한 대장암 초기 단계라면 배에 상처를 내지 않고 대장 내시경만으로 제거할 수 있게 됐다. 로봇수술이 보편화되면서 폐암이나 식도암은 작은 절개창을 통해 제거할 수 있고 표적 치료제의 발전으로 탈모와 같은 부작용 부담도 크게 줄었다.

이처럼 새로운 진단·치료법과 다양한 치료제가 도입되고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료진이 습득해야 할 전문 지식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진료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복잡한 상황에서는 최적의 치료 방향을 즉시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는 다른 진료과에 협진을 의뢰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그러나 환자가 해당 진료과의 외래를 추가로 방문하고 이후 회신을 받아야 해 치료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또한 서면 중심의 의사소통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의도를 충분히 공유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기 어렵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6년 국내 최초로 환자 대면형 암 통합 진료를 도입한 후 현재까지도 많은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다학제 진료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참여 진료과는 암종에 따라 달라진다. 폐암의 경우 호흡기내과·영상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병리과·재활의학과 등 7개 이상의 진료과 의료진이 넓은 진료실에 모여 진단과 치료 계획을 함께 논의한다. 다학제 논의 자체는 오래전부터 병원 내 콘퍼런스 형태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암 통합 진료는 의료진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환자가 논의 과정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여러 분야의 전문의가 한자리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진단과 치료 방향을 설명하고 실시간 논의를 통해 최종 치료 계획을 함께 결정한다.

암 통합 진료는 기본적으로 참여하는 의료진에 추가적인 업무다. 기존의 진료와 연구, 교육 활동에 더해 별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난 20년간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의 암 통합 진료는 참여 의료진과 세션 수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분야의 전문의가 개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관점과 판단의 근거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암 통합 치료의 가장 큰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공감을 쌓는 계기가 된다. 하나의 치료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과정은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의료진에도 깊은 동료 의식을 일깨워줄 수 있다.

암 통합 진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의료진에도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 바쁜 진료 일정 속에서도 많은 의료진이 기꺼이 암 통합 진료에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의 전문성과 경험을 나누며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의료진 간 앎의 틈새는 좁아진다. 이는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

송시열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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